인천 30년 지킴이 ② 부평역 자전거포 '성안상회’
아버지‧어머니‧동생 그리고 성안상회 4번째 대표 박유순씨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30년 이상 지역을 지켜온 노포를 찾아 갔다. 부평역과 부평시장역 사이 한길안과병원 옆에 위치한 자전거 전문점 성안상회다. 

성안상회는 2대 째 운영 중인 점포지만 주인은 4번이나 바꼈다.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사람은 박유순(61)씨이고, 그전에 아버지‧어머니‧동생이 각각 운영을 했다. 이제 아버지와 동생은 이 세상에 없다.

가게 이름은 아버지 박호영씨가 최초 ‘천광상회’란 이름으로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 이후 보성윤업사를 거쳐 지금의 성안상회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게는 1955년 황해도 재령 출신 실향민 박호영 씨가 처음 문을 열었다. 박호영씨는 사리원 농고를 졸업하고 농촌지도소에서 농촌지도원으로 일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남으로 내려온 그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을 거쳐 인천 부평에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인 김명주씨와 박호영씨가 만난 것도 부평이다.

가게를 열기 전 박호영 씨는 보따리 장사로 자전거 부속을 도매상에서 떼다 외지에 팔면서 돈을 모았다. 모은 돈으로 1955년 부평대로에 위치한 부평우체국 앞에 가게를 차렸다.

당시 우체국과 주변 부평시장 상인들은 최고의 고객이었다. 자동차가 적은 시절 자전거는 만인의 교통수단이었다.

성안상회 전경(사진촬영 서효준기자)
성안상회 전경(사진촬영 서효준기자)

사업은 날로 번창해 1970년대 현 위치로 가게를 확장 이전한다. 일본식 2층 목조 건물이었다. 앞쪽은 2층으로 건물이 있었고 건물 뒤로 조그마한 정원과 안채가 딸린 건물이었다.

하지만 가게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박호영 씨는 급환으로 입원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가게는 100일 정도 닫게 되고 후에, 부인 김명주 씨가 가게를 맡아 운영했다.

김명주 씨는 당시 대구에 있던 자전거 부품 공장에 직접 찾아가 물건을 달라고 요구했다. 외상값을 갚은 뒤 힘겹게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김 씨는 기술자를 고용해 가게를 운영했다. 어머니는 성안상회를 운영하며 네 아이를 키웠다.

그렇게 김 씨가 가게를 운영하던 1983년 11월 두 형제에게 서로 다른 일이 다가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동생 박흥순씨는 1983년 11월 3일 군에 입대 한다. 그로부터 7일 뒤 11월 10일 형 박유순 대표는 민주화를 위한 교내 시위를 주도하다 집시법 위반으로 감옥에 갔다.

이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후 박유순 대표는 학생운동을 마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와 전국노동조합협의회 활동을 했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 전국금속노동조합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가게는 군대를 전역한 박흥순 씨가 맡아 운영했다. 노동운동을 하는 형과 일찍 여윈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했다.

가게 내부 전경과 정비 작업 공간(사진촬영 서효준)
가게 내부 전경과 정비 작업 공간(사진촬영 서효준)

박흥순 씨는 산악자전거(MTB)를 국내에 도입에 앞장 선 사람이다. 지금은 자전거하면 산악자전거를 쉽게 떠올리지만 당시 국내엔 생활자전거 밖에 없었다. 박흥순씨는 규모가 큰 가게 주인들을 모아 일본 도쿄 바이크쇼 박람회에 참가를 계획했다. 산악자전거의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박람회에는 가게를 운영하던 흥순 씨를 대신해 박유순 대표가 참석했다. 박람회를 참가해 MTB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박유순 대표는 동생과 의논해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

박흥순 씨는 이후 한국산악자전거연맹을 창설하고 연맹 기술이사를 맡았다. 또 선수단을 꾸려 국제대회에 참가키도 했다.

그는 또 자전거도시가 보행약자와 장애인에게 좋은 도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2007년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를 시민들과 같이 만들어 구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 등도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 박흥순 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급환이었다. 노동운동을 지속했던 박유순 대표는 민주노총에 사표를 내고 가게를 맡았다.

성안상회를 운영 중인 박유순 대표(사진촬영 서효준)
성안상회를 운영 중인 박유순 대표(사진촬영 서효준)

박 대표는 “가게는 어머니께서 평생을 일궈 온 공간이다. 계속 이어가길 원하셨다.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가게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친구와 함께 성안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친구는 온라인 판매를 맡고 있다. 성안상회 온라인 판매는 조금 특이하다. 2019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서울‧경기‧인천에서 구입한 상품의 경우 모두 조립해서 직접 고객에게 배달했다.

배달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제품 설명과 안장 조절 등도 진행했다. 이렇다 판매하다 보니 성안상회 온라인 쇼핑몰 리뷰는 5점 만점에 5점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전거 업계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호황을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실외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자전거가 인기였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았다. 자전거 보급이 늘어난 만큼 이후 자전거문화로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자전거 교통 분담율은 2%대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이 20%를 웃도는 것에 비해 한참 낮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 이용 길이 열린다면 다소 먼 거리도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더 확충하는 게 좋은 도시고, 인천이 친환경 도시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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