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③ 중구 김테일러 의상실
김테일러 디자이너, 중구에서 39년 의상실 운영
기성복 시절 ‘나다움’ 추구 맞춤복 의상실 열어
“손님과 신의와 신용을 지키는 게 최고의 자본”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옷은 제2의 피부다. 순간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다. 김테일러 의상실은 사람을 대하듯 모든 마음과 열정을 쏟아 옷을 대한다.”

이는 인천 중구 신포동에서 39년 동안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테일러 대표이자 디자이너의 말이다.

김테일러 '김테일러 의상실' 대표.

인천 중구는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외국문물이 많이 유입되면서 관련 문화거리가 조성됐다. 이때 서양 의복도 인천항을 통해 유입됐다. 인천항이 위치한 중구와 동구에 양장점이 많은 이유이다.

김 대표는 1983년부터 39년 째 본인의 이름을 걸고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가 중구 신포동에 양장점을 차리고 오래동안 운영하고 있는 배경도 이와 관련있다.

김 대표의 본명은 김은주다. 그는 “테일러는 의상을 공부할 때 가르쳐 준 스승이 선물해 준 예명이다. 스승은 유명한 베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패션계에서 명성을 떨쳤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어줬다”라며 “지금도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녹여내고, 영혼을 맑게 하는 예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테일러 의상실에 진열된 맞춤복.

기성복 나오던 시절 ‘나다움’ 추구하는 맞춤복 의상실 열어

김테일러 의상실은 ‘오뜨꾸뛰르’(haute couture)를 지향한다. 오뜨꾸뛰르는 프랑스어로 고급 맞춤복이다. 이는 기성복처럼 대량 생산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예술성을 중시한다.

기성복이 막 유행하던 시절 ‘오뜨꾸뛰르’를 지향하는 김테일러 의상실이 이어지는 데는 김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다.

김 대표는 “사람은 개개인마다 남다른 가치가 있다. 가격이 있어도 나다움을 추구할 수 있고, 개성과 장점을 표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자기 만족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옷의 가치다”라며 “그래서 기성복이 분출될 때 반대로 오뜨꾸뛰르를 지향하는 의상실을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옷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였다고 했다.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옷에 대해 공부하면서 뚜렷한 철학과 신념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옷을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 오전과 오후가 다르게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라며 “옷을 보면서 항상 꿈, 이상, 날개 등을 생각했다. 옷 때문에 마음의 변화가 생기고, 끼를 분출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옷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인천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공부했고, 트렌드를 알기 20대에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다녀왔다”라며 “지금도 의상 트렌드를 알기 위해 해마다 해외를 방문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고, 맞춤복 의상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고 했다. 이후 본인의 김테일러 의상실을 중구에 열었다.

그는 “인천 중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구는 오뜨꾸뛰르 의상실이 많이 있었고, 여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구에 의상실을 열었다”라고 했다.

새벽 3시 옷 납품 약속지켜... “중요한 것은 손님과 신의를 지키는 것”

김테일러 대표가 만든 맞춤복.
김테일러 대표가 만든 맞춤복.

김 대표는 옷에 대한 철학만큼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손님과 신의를 지키는 게 최고의 자본이며, 사업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을 따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중구에 의상실을 열면서 전에 인턴을 했던 의상실 손님들에게 김테일러 의상실을 연다고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그 의상실의 손님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초반에는 손님도 없고,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의상실을 열고 힘들었을 때 도와줬던 분들이 많이 계신다”라며 “이런 분들을 잊지 않고 매년 명절과 생일 때 감사함을 전한다. 10년 전에 왔더라도 감사함을 전하려고 하며,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도리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려고 한다”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가 이런 철학을 지키며 만든 옷은 수백벌에 달한다. 김 대표는 옷 주문을 받으면 손님의 눈빛과 특성을 관찰해 그에 맞는 컨셉을 정하고, 디자인을 한다.

이후 의상실 직원들이 원단을 구입하고, 재단, 봉제작업, 다림질, 단추달기 등의 절차를 거쳐 옷을 완성한다. 옷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린다. 김 대표는 옷을 제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손님과 약속한 납품 시간은 꼭 맞춘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손님과 신의를 지키고, 신용을 가지는 게 가장 큰 자본이다”라며 “손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옷 납품을 새벽 3시에 한 적도 있다. 직원들이 힘들고 어렵지만, 임금을 두 배 주더라도 손님과 약속을 지켰다. 거짓하지 않을 때 좋은 옷을 만들 수 있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대표는 옷을 맞추지 않는 손님이라도 한사람 한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지나가다 와서 길을 물어봤을 때 기꺼이 직원들이 그곳까지 데려다 준다. 그런데 그 분이 다시 되돌아 와서 여기 생각만 났다고 했다”라며 “어떤 누가 오더라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영업적 의미가 아닌 인간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려고 하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김테일러 옷을 입은 사람들이 좋은 일이 생기면 너무 기뻐”

김테일러 의상실 전경.
김테일러 의상실 전경.

김테일러 의상실은 오래된 만큼 단골 손님이 많다. 김 대표는 본인이 만든 옷을 입은 손님이 좋은 일이 생길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 손님은 의상실에서 맞춘 옷을 입고, 남편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면서 집안에서도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라며 “또, 결혼하는 신부와 신랑이 예복을 맞추러 오면 너무 기쁘다.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는 가운데 김테일러 의상을 입고 인생을 시작하는 게 벅찰 따름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모든 사람의 옷 주문을 받진 않는다고 했다. 물질만능주의자들이나 경우가 없는 사람의 옷은 주문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곳은 작품을 하는 곳이지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거절하기도 한다”라며 “한 예시로, 같은 행사를 가는 사람이 김테일러 옷이 예쁘다며 이미 다른 사람이 주문한 옷을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이때 나는 ‘모든 마음과 열정을 쏟았는데 같은 열정이 다시 나오지 않을거예요’라고 말하며 거절했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이런 철학과 초심을 지키며 의상실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심이 민심이고, 민심이 생심이다. 옷을 대하는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하나다”라며 “할 수 있는 날까지 주어진 대로 지금 이순간, 이마음을 지키면서 그대로 김테일러 의상실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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