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천주민 의견 수용 ‘상생협력 협약서’ 체결
부평 삼산동 특고압선 주민동의 없이 설치 않기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학교 근처를 지나는 특고압선 문제로 마찰을 빚던 경기도 부천시와 한국전력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도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1일 부천시청에서 ‘한전 전력구 상생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협약식에는 윤용호 부천특고압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외 6명, 설훈(민주, 부천시을) 국회의원, 장덕천 부천시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협상은 부천 상동 주민들의 요구대로 타결됐다. 한전은 신규 설치하는 34만5000V용 송전선 신규터널을 지하 30m 이하로 설치하고, 기존 설치한 15만4000V용 터널의 전자파 조사와 저감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한, 부천시에 제기한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부천시는 한전이 송전선 공사를 위해 제출한 도로·공원·공유재산 점용 신청을 허가해 주기로 했다.

한전은 부평구 갈산동~신광명 구간에 34만5000V 송전선로 3회선을 2단계에 걸쳐 2027년 7월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우선 1단계로 기존 15만4000V 송전터널에 2회선을 추가한 뒤, 2단계 송전터널이 준공되면 이 2회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기존 지하 8m 15만4000V 송전터널에 34만5000V 2회선을 임시로 추가설치하는 1단계 사업은 2023년 7월까지 진행한다.

주민들은 34만5000V 회선을 반드시 지하 30m에 매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전자파 실태조사와 저감대책을 조건으로 임시 개통하고 나중에 이전하는 데 한발 양보했다.

2단계 34만5000V 전용터널이 공사가 완료되면, 한전은 임시로 설치한 34만5000V 2회선을 전용선로로 이전하고 1회선을 추가 설치한다.

부천 상동 특고압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부평 삼산동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부평구는 지난달 16일 ‘삼산동 특고압 지중선로 협의회’ 8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 때 한전은 주민 동의 없이 34만5000V 지중선로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기(7~8월)에 전자파를 측정해 의견을 받고, 아파트 밑을 지나는 15만4000V 선로 주변에 전자파 저감시설을 먼저 설치하기로 했다.

이후 부평구와 주민들로 구성된 민관대책위는 한전의 전자파 저감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거주지 인근 전력구를 방문하며 시설들을 확인했다. 아울러 향후 주민설명회 진행 시 인근 주민의 궁금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한전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부천 정치인들 적극 나서 한전 태도변화 이끌어... 부평구 ‘미온’

소강상태인 삼산동 특고압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만, 부평지역 정치인들의 태도는 부천시와 달랐다.

한전은 주민 민원을 이유로 부천시가 점용허가 결정을 미루는 것은 불리하다며 행정소송 2건을 잇달아 제기했고, 부천시는 모두 패소하며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설훈 의원은 지난 주민공청회와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공기업 한전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장덕천 부천시장과 함께 대규모 주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한전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

결국,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부천시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이번 합의가 타결됐다. 이로써 부천시는 지역 주민의 오랜 민원을 해결하고, 한전은 송전선 공사 재개로 전력 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부평구는 주민들만 나설 뿐 정치인들은 팔짱만 낀 형국이었다. 부평구을 4선 홍영표(민주) 국회의원은 “삼산동 특고압 문제를 두고 주민들이 과민반응한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또한 민주당 소속 부평구의회 A의원은 삼산동 특고압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욕설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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