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2~3년 전부터 한전아트센터 추진...한전과 논의 중”
정의당 김응호, 밀실논의 의혹제기...“논의 내용 공개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21대 총선 인천 부평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삼산동 특고압 문제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한국전력과의 밀실논의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부평을에 출마한 정의당 김응호 후보는 “삼산동 특고압 문제는 지역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홍영표 후보는 부천시의 같은 당 국회의원만큼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민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그 이유가 한전 부평변전소 부지 개발 논의를 한전과 홍 후보가 밀실에서 추진해왔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21대 총선 부평을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후보와 정의당 김응호 후보.

홍영표 공약, 갈산 문화체육복합센터→한전아트센터?

홍영표 후보는 이번 총선 때 부평구 갈산동에 있는 한전 부지에 문화체육복합센터를 유치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수영장·체력단련장·독서실·소공연장·다목적실 등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공약은 홍영표 후보가 방송에서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지난 3월 23일 방영된 엘지헬로비전 북인천방송 이슈토크에 출연해 “현재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갈산동 한전변전소 부지 일부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처럼 유치하겠다. 이를 위해 한전 측과 2~3년간 논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8일 방영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홍 후보가 약속한 '갈산 문화체육복합센터'는 한전아트센터를 지칭하는 셈이다. 그러나 홍 후보는 각종 공보물과 현수막에 한전아트센터라고 표현하진 않았다. 한 지역 주민은 “2년 가까이 삼산동 특고압 문제로 한전과 싸우고 있는 주민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주거지 바로 밑을 지나는 특고압선 설치를 반대하며 60차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일제강점기 1942년 준공된 갈산동 신부평변전소는 설비가 2개다. 하나는 지하화가 끝났으며 나머지는 철거될 예정이다. 이 토지는 약 1만5000㎡로 축구장 2개 넓이다. 주민들은 예전부터 이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17년 부평구가 인천시에 처음 공원화를 공식 건의했다. 그러나 한전은 아직 신부평변전소 용지를 공원화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산동 주민 A씨는 “한전은 주민들이 특고압 이설을 요구했을 때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어떻게 아트센터를 짓는 투자를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홍영표 의원이 무리해서 한전과 논의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영표 후보는 그동안 실제로 삼산동 특고압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오히려 주민과 갈등했다. 이는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미래통합당 강창규 후보와 정의당 김응호 후보는 모두 삼산동 특고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으로 선언했다.

또 홍 후보는 후보자토론회 때는  “한전의 특고압선 공사는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불과 지하 8m에 매설된 15만4000V 특고압선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준과 근거가 부족해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기존에 매설된 특고압선 이설을 요구하고 있다.

홍영표 후보는 총선 전에도 “삼산동 특고압선에서 측정되는 전자파는 낮은 수준이며, 주민들이 과민반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시장과 지역구 의원이 직접 주민들을 위해 한전과 싸우는 모습을 취하는 부천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김응호 후보는 한전과 홍 후보의 밀실 논의 의혹을 제기했다. 변전소 부지 활용 방안은 지역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홍영표 후보의 발언을 살피면 지난 2~3년간 한전과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홍영표 후보와 한전이 한전아트센터와 변전소 부지 활용방안 등, 그동안 논의해온 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후보에게 관련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홍 후보측은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인근에 거주하는 16세 학생과 40대 주민이 암에 걸린 상태다. 100% 인과관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주민들은 현재 매립된 특고압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어린이가 전자파 3~4mG(밀리가우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두 배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3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어린이는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