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압 전자파 저감재 보강 공사...부평구·대책위 ‘유감’
한전, 주민대책위 대표성 거듭 문제제기...‘발목잡기’ 지적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한국전력이 주민들의 반발로 그동안 중단된 부평구 삼산동 특고압선 설치 공사 재개 의사를 밝혔다. 주민들은 기존 합의를 무시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한전은 주민대책위 대표성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전은 지난 7월 8일 “2년간 자체 연구소에서 여러 차례 전자파 저감 방안을 강구했다”며 특고압선이 지나는 삼산타운 2단지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중선로 추가증설 공사를 위한 전자파 저감재 보강 공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한전은 주민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했지만, 이달 초 바로 저감재 보강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인천시·부평구·주민대책위·시민사회·정당 등이 참여하는 ‘삼산동 특고압 갈등 해소를 위한 지중선로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공사재개 발표 하루 전인 7월 7일 열린 협의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한전은 공사 시작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오히려 한전은 주민대책위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협의회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한전이 공사 재개 방침을 밝히자 “삼산 2단지 입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것”을 한전에 요구했다. 주민 의견 없이 전자파 저감 보강 공사를 진행할 경우, 또 다른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한전은 부평구의 공문에 대해 답하지 않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에 부평구는 지난 14일 유감을 표명했다.

한전의 이런 태도는 한전이 그동안 협의체에서 ‘주민 동의 없이는 추가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입장과 반대된다. 이는 지난 2018년 홍영표(민주, 부평구을) 국회의원이 주민 간담회에서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부평구을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8월 18일에도 협의회가 다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는 전자파 저감재 공사에 대한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장실사 방식은 부평구가 결정하며, 민관대책위 차원에서도 교차검증을 위해 현장실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현장답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한전은 이날 협의회에서 또다시 주민대책위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대책위는 직접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삼산 2단지 주민들 위주로 이뤄져 있으나, 한전은 2단지 주민들이 과대대표되고 있다며 대책위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은 “한전이 공사를 재개한 것은 전자파 저감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는 협의회 합의정신을 위배한 것이며, 34만5000만V 특고압선 설치를 강행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출범 당시 부평구가 각 아파트 입대의와 확인 과정을 거쳐 구성됐다. 인천시·부평구와 각 정당은 현재 주민대책위의 대표성을 인정했다. 발목잡기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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