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집회 대신한 현수막 철거 항의에 “소각했다” 거짓말
구 “민원으로 불법현수막 모두 철거, 돌려주지 않은 건 관행”
삼산동 지역 구의원 ... 따져 묻자 “어떤 XXX이 그랬냐” 욕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부평구(구청장 차준택)가 삼산동 특고압선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게시한 현수막을 민원신고를 이유로 철거해 주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구는 항의하는 주민에게 거짓 답변을 하고, 현수막 철거 민원을 제기한 주민이 더불어민주당 부평구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당 구의원이 항의하는 주민과 통화에서 욕설까지 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주민 촛불집회 대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 7개를 10일 저녁 게시했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1년 넘게 진행해 온 주민 촛불집회를 2달째 중단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도 겹쳐 삼산동 특고압 문제가 잊힌다고 생각한 대책위는 특고압선이 지나는 주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 7개를 지난 10일 저녁 게시했다.

다음날 11일 오후 부평구는 민원신고를 이유로 설치된 현수막 7개를 임의로 철거했다. 소식을 접한 주민대책위는 즉각 구청을 방문해 철거한 현수막을 돌려달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부평구 도시경관과 직원은 “철거한 현수막은 이미 남동공단 소각장에 보내 모두 소각해서 없다. 이전에도 철거한 현수막은 돌려준 적이 없다”며 대책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준 돈으로 만든 현수막이다. 소각했다면 재라도 가져가겠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주민들이 끝까지 요구하며 버티자 결국 구 직원들은 소각했다던 현수막을 그대로 돌려줬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부평구가 철거한 삼산동 특고압 반대 현수막.

우연히 신고자가 삼산동 지역구 민주당 A구의원임을 알게 된 주민들은 해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전화로 주민과 언쟁을 벌이던 A의원은 “어떤 XXX이 그걸 알려줬냐”고 욕설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주민들은 결국 되찾은 현수막을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한 대책위 구성원은 “삼산동 특고압과 관련해 매주 진행한 촛불집회 신고를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동안 현수막을 설치했어도 정상참작을 해줬다”며 현수막 철거에 대해 당혹스러운 감정을 나타냈다.

또 “지역 주민의 마음을 대변해야 할 구의원이 오히려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욕설까지 하며 주민들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부평구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주변에 모든 불법현수막을 제거했을 뿐이다. 관행적으로 철거한 현수막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람도 없었고,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40조에 따르면 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래도 마침내 소각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주민들에게 돌려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법령 40조를 보면 ‘광고물 등을 제거한 경우 보관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다만, 재활용이나 보관이 곤란한 광고물 등은 즉시 폐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주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은 아니다.

또, 주민들의 주장처럼 직접 민원 신고를 했냐고 묻는 말에 A의원은 “(신고했는지)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들추는 게 맞는 일이냐. 내 이름을 누군가 도용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주민에게 욕한 것이 아니다. 전화 내용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 주민이 먼저 욕설을 하며 전화했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통화하던 주민은 A의원의 욕설에 대해 “뭐 XXX?”라고 맞받아쳤다.

이은옥 대책위원장은 "A의원이 민원신고를 한 게 사실이 아니라면 대책위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걸어도 된다"며  "21대 총선 부평을에 출마한 민주당 홍영표 후보를 돕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그동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삼산동 특고압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현재 15만4000V 특고압선이 지나는 삼산동 인근에 거주하는 16세 학생과 40대 주민이 암에 걸린 상태다. 100% 인과관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주민들은 현재 매립된 특고압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삼산동특고압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다. 반면 미래통합당 강창규 후보와 정의당 김응호 후보는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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