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선 안 될 국민경제 기둥 ‘GM대우·쌍용차’
[특별기획 연재]GM대우를 위한 변명 ④

연재순서
① GM, 대우차 인수한 뒤 뭐했지?
②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GM의 파산절차(상/하)
③ 높았던 ‘공기업화’ 여론, 매각에 눈먼 민주당
④ 2009 GM대우, AGAIN 1999 대우자동차
⑤ GM, 예상대로 '파산보호’…GM대우는?
<편집자주> 오는 6월 오바마 미국정부가 GM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GM대우의 운명도 달라진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더 이상 신자유주의가 만능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미국 정부 역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보이는 손의 조치를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등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 든다.

오바마 정부와 GM의 채권단이 걱정하는 것은 자국의 산업이지 한국경제가 아니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바로 한국정부와 GM대우의 한국채권단이다. GM대우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직시해야만 하는 점들을 지난날로부터 차근차근 짚어봤다.


10년 지나 2009년 GM대우, “시장에만 맡겨선 안 돼”

대우자동차 매각 당시 공기업화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IMF관리체제에 따라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공기업과 주요산업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추진했다. 정부의 대우차 해외매각 주요 근거는 매각을 통한 외자도입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대우차의 존속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부채총계가 22조 3000억원에 달해 자산을 모두 판다해도 못 갚는 부채가 13조원이 넘고, 1999년 말 누적결손이 18조원에 달해 공기업화해도 존속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삼성차를 해외매각하고 기아도 해외매각을 추진했기에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반면 무조건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은 국민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당시 민주노총을 비롯한 자동차산업 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해외자동차사 공기업화 성공사례를 들어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했다.

영국은 1950년대까지 세계 2위의 자동차생산국이었으나, 70년대 이후 경쟁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정부는 누가 자동차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든지 영국은 고용유지와 소비자 후생만 증대하면 된다는 자유경쟁논리만을 내세웠다. 해외매각을 앞장서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영국 자동차산업은 점점 쇠퇴했다. 여기에는 80년대 대처 총리가 주창한 신자유주의가 한몫했다. 그러다 1985년 BMW에 매각된 이후 적자를 계속 이어가던 로버자동차가 2000년 매물로 나왔다. 이때 영국정부는 자국의 피닉스컨소시엄이 인수하게 했다. 자국의 자동차산업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2001년 3월 “브라질·스페인·체코 등 자동차의 독자적 생산을 포기한 나라들은 이미 해외 하청생산기지로 전락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산업을 포기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독자적인 발전을 이뤘다”며 “독일은 폭스바겐이 부실화됐을 때 니더작센주가 인수해 대주주가 됨으로써 공기업화 했다. 프랑스는 르노를 공기업화 했다. 공기업화의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쌍용차의 위기를 계기로 민주노총이 주최한 ‘쌍용자동차 회생 방안을 찾는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정명기 한남대 교수는 정리해고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독일이나 일본 등 우리의 강력한 경쟁 국가들이 이미 국가 주도로 빠른 속도의 자동차산업 구조 개편과 투자 계획을 집행하고 있는 반면, 이명박 정부는 그저 시장에만 모든 것을 맡겨 놓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 자동차산업은 몰락할지 아니면 새로운 시장 변화에 적응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에 직면해있다”며 “쌍용차와 GM대우를 지금처럼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산업이 제조업 총 고용자의 9.06%, 총수출의 9.97%, 제조업 총생산의 11.8%,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의 10.97%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의 기간산업임을 증명한다. 또한 자동차산업은 ‘전기 차·수소에너지 차’ 등에서도 알 수 있듯 미래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동차산업 자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008년 기준 세계 자동차시장의 과잉은 1700만대에 이른다. 한국 5개 자동차사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530만대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다 포기해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철학도 전략도 없다. 오직 사람을 많이 잘라내고 부실채권을 처리해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뿐이다”라며 “게다가 이미 실패한 10년 전 방식이다. 쌍용차도 GM대우도 이미 한 번 팔았다가 실패한 것인데 정부는 똑같은 길을 또 걷겠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2001년 대우차 사태에서 보듯 대규모 정리해고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자동차 강국, 정부 주도 아래 ‘위기를 기회로’

다시 GM대우로 돌아오면 여전히 키는 미국정부와 GM이 쥐고 있다. 미국정부가 GM의 운명을 결정하는 6월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정부와 채권단은 10년 전 학습에도 불구, 여전히 부실자산 처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정부와 GM이 키를 쥐고 있다고 해서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기업화와 국민기업화를 주창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라 하더라도 한국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4·29 재·보궐선거 시기 정부와 지자체, 금융권이 협력업체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은 민감한 선거 시기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선심성 논란을 야기했지만,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 일이다.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은 GM의 사태변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GM대우를 둘러싼 얘기 중에는 매각설도 있고, 공기업화와 국민기업화에 대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섣부른 주장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 경제 불황이 비상시기라는 것과 이럴 때 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4월 23일 민주노총 주최 토론회에서 여러 토론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정부 역할이었다.

GM대우와 쌍용차는 국민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기둥이다. 게다가 GM대우는 인천 GRDP(지역내 총생산)의 무려 23~25%를 차지하고 있다. GM대우의 위기는 GM대우의 경쟁력 위기가 아닌 GM의 위기에서 비롯된 바가 더 크다. 정부와 채권단은 GM대우 경영진에 대한 문책과 동시에 자금흐름을 밝히고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 자국의 산업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독일과 일본 등 자동차 강국은 지금의 세계 경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국가 주도로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움직임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다. 새로운 교통 시스템 구축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도 이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데, 모두가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 유럽의 차 판매 가운데 53%가 디젤엔진 차량이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은 이른바 ‘클린 디젤차’다. 이는 ‘2013년까지 그린 카(Green Car) 4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현 정부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하지만 정부는 목표만 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GM대우의 경영구조와 자금흐름 공개해야”...“사회적 해결을 위해 사회적 기구 구성하자”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GM의 파산보호는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남은 것은 GM이 GM대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상황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 비상장 기업인만큼 감사보고서만으로 확인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실사를 진행한 산업은행은 한국경제를 위해 GM대우의 경영구조와 자금흐름을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번 지식경제부의 ‘국내 자동차업체 구조조정’ 내부문건이나, 산업은행의 유동성지원 근거가 되는 GM대우 경영진의 임금교섭 요구안, 최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은 하나같이 부실자산 처리에 중점을 둔 회생방안이다.

그래서다. 지금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지는 회생방안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난 4·29 재·보궐선거 당시 “2600명을 해고한 쌍용차의 예가 GM대우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선거기간이라 다들 입을 조심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수면위로 오를 것이다”며 “사회적 해결을 하려면 사회적 기구가 있어야한다. 사회적 기구에는 정부와 채권단, 노동조합, 인천시민, 전문가 등이 망라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은행이 GM대우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논하기 전에 반드시 GM대우의 모든 경영구조와 경영지표를 공개해야한다. 대우차 출신 임원들도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걱정 한다면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입을 열고 GM대우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구에 동참해야한다. 모든 경영지표와 자금흐름이 공개되면 노동자들도 기꺼이 사회적 해결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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