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억 영업이익 불구, ‘파생상품’으로 8700억 순손실

GM대우 출범 후 5년간 누적 순이익 한방에 날아가

GM대우가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약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2조 3300억원에 달해 2008년 결산 기준 87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GM대우가 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08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총매출액은 약 12조 3106억원으로, 2007년 12조 5136억원에 비해 1.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 총이익은 1조 3275억원이다. 이중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은 2903억원(2007년 4722억원)이다.

여기에 영업외수익 1조 5273억원을 더한 뒤 영업외비용 3조 851억원을 뺀 당기순이익은 8757억원(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 1조 267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외비용은 2007년 5003억원에서 무려 3조 851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GM대우가 기록한 순손실 8757억원은 GM대우가 2002년 8월 출범한 후 기록한 순이익을 전부 합한 6748억원을 한방에 날려버린 것과 같다. GM대우의 이 같은 순손실은 파생상품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8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GM대우 관계자는 “3분기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1분기 때 해놓은 ‘환헤지’로 인한 손실이 4분기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라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환헤지란 투자 대상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생기는 환차손을 막기 위해 환매 시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미리 고정해 두는 것을 말한다. 즉, 환율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인 환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GM대우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경영지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현재로선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와 더불어 위기상태에 빠진 쌍용차의 경우 8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08년 기준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2273억원이다. 여기에 영업외수익 2578억원을 더한 뒤 영업외비용 7400억원을 뺀 당기순손실은 7097억원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GM대우가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22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쌍용자동차보다 심각한 손실을 입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손실 때문에 일각에서는 GM대우의 자금이 모기업인 미국 GM본사로 유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원은 “GM대우가 상장사가 아니라 면밀한 자료검토는 할 수 없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정상적인 자금흐름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들도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의 92%를 수출에 의존하는 GM대우가 환헤지로 인해 큰 손실을 봤다면 상대적으로 GM본사는 큰 이득을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3․4분기에 1분기 때의 헤지 기준을 유지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GM대우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GM대우의 당기순손실이 8757억원이며, 당기 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9645억원 초과하고 있는 데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은 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켜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수행과정을 통해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내 전경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내 전경

GM대우 발목 잡은 파생상품 손실

GM대우 2008년 손익계산서 상 영업외비용 중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은 2조 3300억원 규모다. 이중 파생상품처분손실은 1조 7억원 가량이며, 파생상품평가손실은 1조 3227억원 규모다. 파생상품처분손실은 이미 처리했음을 의미하고,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아직 처리하진 않았지만, 처리해야하는 금액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파생상품평가손실의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 GM대우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은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인 ‘선물환’ 매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이란 인수ㆍ인도의 시기, 외화의 종류, 금액, 환시세 따위의 거래 조건을 미리 정해 놓은 외국환을 뜻한다. 기간은 보통 6개월로 환시세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나 투기용으로 이용된다.

예를 들면 약정을 통해 금융시장에서 1달러당 환율이 950~1050원선에 있을 경우 환전을 1000원으로 약속해 환율이 그 사이에 있으면 1000원으로 환전하기로 한 거래로, 수출기업의 경우 현재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안팎인데 1000원이상 오르면 이익분이 줄긴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손해가 없어 주로 환율 하락을 염두 해 가입하는 파생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선물환의 규모는 향후 2~3년을 전망한 예상수출규모의 50~80%정도이며, 이 역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로 나누어 가입한다. 예를 들면 2009년 4월을 기준으로 예상한 2010~12년의 수출추정치를 세운 뒤 각 예상수출액의 일부를 선물환으로 가입해둔다. 2010년이 되면 다시 2011~13년의 수출추정치 일부를 선물환으로 해둔다.

마찬가지로 2008년 약정한 시점의 예상수출 규모가 10억달러라고 한다면 이중 50~80%인 5억~8억달러가 선물환으로 가입돼 있는데, 이를테면 이중 얼마는 2005년 선물환 계약당시 달러당 1100원에, 몇 억 달러는 2006년 계약당시 달러당 1200원에, 또 얼마는 2007년 계약당시 달러당 1150원에 매도하기로 약정해놓은 것이다.

GM대우의 경우 수출 추정액의 50~70%에 대해 파생상품거래를 했다. GM대우가 2008년 파생상품관련 손실 중 파생상품처분손실이 1조 7억원에 달하는 것은 2008년 약정 시점의 실제 환율과 약정된 선물환의(2005ㆍ2006ㆍ2007년 등) 환율이 크게 차이가 난 데서 비롯한다.

2008년만 보더라도 달러당 원화는 1분기 990원대, 2분기 1050원대, 3분기 1200원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급기야 4분기에는 1400~1500원대를 형성했다.

즉, 3분기와 4분기 경우 수출대금은 시세인 달러당 1200~1500원으로 환전된 금액이 매출액으로 계상돼 재무제표에 매출금으로 산정되지만, 실제로는 선물환에 약정된 환율로 환전된 금액이 들어와 재무제표에는 또 달러당 최대 400~500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약정시점이 도래했는데 판매부진으로 수출규모가 줄고 환율이 올랐을 경우다. 이를테면 GM대우의 2008년 약정시점의 선물환 규모가 1억달러라고 했을 때 판매가 저조해 GM으로부터 6000만달러만 송금됐다면 나머지 4000만달러는 선물환 매도자인 GM대우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시세로 매입해 이를 매도해야한다.

즉, 선물환에 약정된 환율은 1000원 안팎이었을 테지만 2008년 3ㆍ4분기 실제 환율은 1400~1500원을 형성했다. GM대우는 지난해 모기업 GM의 위기로 수출대금 입금이 지연되는 등 선물환의 약정기간에 수출대금이 상당부분 모자라 이를 시중에서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08년 GM대우의 파생상품평가손실 1조 3227억원은 아직 약정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2008년 결산 당시 기준 환율로 미래 약정시점의 환율과 비교해 손실을 계상한 것으로, 이는 아직 처리된 금액이 아니다보니 만일 환율이 2008년 환율보다 떨어질 경우 이 역시 감소하게 돼있다.

경영도 문제지만, 정부 ‘고환율정책’이 더 부추겨

GM대우의 손실이 아무리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현 경영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련업계에서는 파생상품으로 인한 조 단위 손실은 GM대우의 환리스크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체가 조 단위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낸 것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파생상품으로 GM대우가 득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세계 경제 불황이 점쳐지면서 환율상승세가 확연했던 해가 2008년이었다.

이를 두고 외환은행 관계자는 “GM대우의 정확한 (선물환)계약조건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환율)상승세가 뚜렷했던 해라 수정할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의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의 결정적 요인은 세계 경제 불황과 고환율이다. 경제 불황은 세계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외환시장의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다. 고환율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은 GM대우뿐만이 아니다. ‘키코’상품으로 인해 흑자를 내고도 부도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최근 대우중공업 등 선박업체들의 환헤지 상품으로 인한 손실도 GM대우와 양상이 비슷하다.

이와 관련,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외환시장을 시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도 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도 책임을 져야한다”며 “실물거래와 관계없는 외환거래가 절대적인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고, 오히려 실물 무역거래가 금융외환거래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 외환시장에서 헤지펀드와 같은 외국 금융자본의 투기적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한 동시에, 원천적으로는 환투기가 활동할 여지를 없애고 나아가 외부 금융충격에 의해 외환시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2008년 9ㆍ10월, 2009년 2월의 환율 급 변동 상황은 여러 차례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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