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연재] GM대우를 위한 변명 ⑤
세계는 구조조정 중…GM대우, ‘소형차 경쟁력 우수’ 위기를 기회로

연재순서
① GM, 대우차 인수한 뒤 뭐했지?
②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GM의 파산절차(상/하)
③ 높았던 ‘공기업화’ 여론, 매각에 눈먼 민주당
④ 2009 GM대우, AGAIN 1999 대우자동차
⑤ GM, 예상대로 '파산보호’…GM대우는?

크라이슬러에 이어 GM도 결국 파산보호

우려했던 대로 GM대우의 모기업 GM이 결국 6월 1일 미국연방 파산법 챕터11에 해당하는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기업 파산 관련제도로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사실상 GM은 파산보호를 통해 미국정부가 지분을 대거 소유한 국영 공기업으로 바뀐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전미자동차노조와는 합의를 도출했음에도 불구 결국 27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10%의 지분과 교환하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에 제출하는 자구책 시한 6월 1일을 앞두고 5월 26일까지 채권단과 출자전환 협상을 벌였던 GM은 노동조합과는 비용절감에 합의했으나 채권단과 협상에서는 채권의 출자전환 규모인 240억 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다.

사실 이는 앞선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파생상품에 있다. 표면상 미국정부와 크라이슬러 사이에 협상이 깨졌기 때문에 크라이슬러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내막에는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왑)라는 금융파생상품이 있다.

크라이슬러 채권단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더라도 CDS에 가입해두었기 때문에 손실의 상당부분을 보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오바마 정부와의 조정에 응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즉, GM 채권단과 오바마 정부가 서로 일정정도의 손해를 보면서 파산을 막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이 오히려 파산을 바라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GM은 파산보호 절차를 통해 해외공장 매각과 딜러(판매)망 축소 등 자산매각과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정부 지분이 70%에 달하는 회사로 태어날 전망이다.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VEBA)에 대한 출연금을 삭감하는 대신 구조조정 후 새로 출범하는 법인 ‘굿GM’의 지분(보통주) 17.5%를 주고 65억 달러 어치의 우선주와 25억 달러 규모의 채권도 출연키로 했다.

“자동차산업의 중심, 미국에서 동북아시아로 이동”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세계 자동차시장의 질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업계 ‘빅3’ 중 2개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를 보더라도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1위를 도요타에 내준 GM은 판매량이 무려 48.8%나 떨어졌고 포드(-42.8%)와 크라이슬러(-45.6%)도 추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 공백으로 상대적인 득을 볼 업체는 폭스바겐 등 유럽과 도요타와 혼다, 현대기아 등 아시아의 완성차업체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은 동북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빅3의 경쟁력 저하는 50%에 가까운 판매율 감소에 알 수 있듯이 불을 보듯 뻔하고 서유럽 업체는 생산성 향상과 제휴 확대에 중점을 두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이 지난 5월 25일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전망 및 과제’에 따르면, 2007년 동북아 3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3310만대로 세계 생산능력의 35.2%를 차지했으며, 수요는 1600만대로 세계 수요의 24%를 점유했다.

2008년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에 동북아 3국인 일본(1156만대)ㆍ중국(934만대)ㆍ한국(382만대)이 모두 포함됐으며, 특히 중국은 미국(868만대)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8년 업체별 판매도 일본ㆍ한국․독일 업체 등이 약진한 반면 ‘빅3’는 순위가 하락했다.

따라서 향후 21세기 세계 자동차산업은 아시아 4개사(도요타ㆍ혼다ㆍ닛산ㆍ현대)와 폭스바겐을 포함한 5대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업체 간 디자인․연비․성능 향상과 그린카 개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결국 GM대우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동한다고 해도 생산차량의 84%를 GM에 의존하고 있는 GM대우의 경우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GM이 파산할 경우 시보레ㆍ캐딜락ㆍ뷰익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 자산과 담보부채권은 신설회사로 재출발하고, 경쟁력 없는 브랜드와 공장, 무담보채권 등은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GM대우, 굿GM 편입 가능성 높고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아

그러나 GM대우의 경우 소형차 생산기반이 강하고, 중국 상하이GM 판매의 40%를 GM대우가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GM대우는 GM의 파산보호 신청 후 새롭게 구성될 법인 굿GM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굿GM에 편입된다하더라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곧 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굿GM에 편입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따른 판매와 생산 감소,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M의 구조조정 계획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GM대우에 전개돼 구조조정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외국자본 기업인 GM대우의 반제품 수출은 물론 완성차 수출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며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GM이 전미자동차노조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해외공장을 1개 정도만 유지하기로 결론을 낼 경우 GM은 한국 대신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GM대우는 소형차 기술만 빼앗기고 버림받는 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전국금속노조와 GM대우차지부는 쌍용차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동시에 GM과 미국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난 5월 1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을 보면 내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된 소형차를 미국에 수입을 시작해 2013년까지 5만 30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GM이 중국에서 수입하겠다는 소형차이다”며 “외신 등을 보면 그 소형차는 다름 아닌 ‘시보레 스파크’다. 어처구니가 없다. 왜냐하면 오는 7월 중순에 창원공장에서 양산되는 ‘M-300’이 바로 시보레 스파크인데 이는 2011년에 미국에 수출하기로 돼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우리 창원공장이 아니라 중국공장이라고 한다.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가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형차시장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경쟁은 예고된 일과 다름없다. 물론 중국 상하이GM 판매의 40%를 GM대우가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GM이 당장 GM대우를 버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생산의 3요소 중 토지와 노동은 이동이 제한돼있고, 자본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GM같은 초국적 자본은 한국경제를 걱정할 까닭이 없어 가능성을 전혀 배제 할 순 없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자국의 산업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에 공기업으로 바뀐 GM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길을 찾는 게 당연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소형차와 하이브리드로 재편 
GM대우, ‘성장 잠재력 충분’ 위기를 기회로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재 GM이 하고 있는 것은 개혁을 통한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용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굿GM으로 편입돼 계속 하청생산기지 노릇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재의 위기를 3~5년 더 연장시킨다는 것을 의미하지 GM대우의 장기적인 발전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며 “오히려 GM으로부터 독립을 이끌어가는 오펠사를 모델로 GM으로부터 독립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또 “(GM대우의 80%이상이 수출이고 이는 GM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GM과 사업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자는 게 아니다. GM도 당장은 시보레 공급기지로서 GM대우를 필요로 하고 있고, 우리 역시 자립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신차를 개발하고 해외 판매네트워크를 구축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업적 관계는 당분간 유지되는 상태이다”며 “동시에 7%대로 떨어진 내수를 마지노선인 15%로 끌어올리는 경영전략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인 감산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시장의 수요는 향후 친환경차와 소형차 중심으로 개편이 예상된다.

즉.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의 연구개발 능력과 제조 능력, 브랜드 경쟁력이 자동차업체의 성과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업체들 역시 소형차시장이 다품종소량생산의 흐름에 따라 가격과 성능, 계층별로 세분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전망된다.

이미 유럽과 일본 업체들은 물론 미국업체들도 소형차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업체 역시 소형차 연구개발 능력과 생산 능력의 강화가 절실하다. 현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친환경 저연비 자동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도태되기 마련이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하이브리드자동차 기술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독일 업체는 클린디젤 시장을, 미국업체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대체 연료자동차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어쩌면 현 위기가 전화위복이 돼 GM대우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웅변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축적된 소형차와 경차에 관한 우수한 기술력, 그리고 공장의 생산능력은 GM대우의 자산이다. 이를 알기에 GM은 당시 대우자동차를 고사직전까지 몰아가는 끝에  인수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이렇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동차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GM대우를 2001년의 대우자동차 처리하 듯(부실자산 처리에 중점둔 해외매각) 처리하면 결국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경제다.   

이와 관련,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보고서에서 “GM대우는 소형 파워트레인에 대해서는 주도적인 개발권을 확보하고 소형차 등의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GM의 중국 부품 협력업체와 차별화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GM대우가 부품업체의 품질관리와 기술력을 증대시키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형차에 강한 GM대우, 2001년 대우사태 답습 말아야
2조원 경영손실 문책과 과도한 외국계 임원 구조조정은 유동성지원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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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GM이 GM대우를 굿GM에 포함시킬 경우 GM대우의 1만 7000여 종사자는 물론 1차만해도 4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일단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하지만 일정기간 감산과 구조조정 등으로 조업중단과 납품중단 등 파행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GM대우와 협력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절실하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구상하고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미국정부의 발표가 있을 6월 1일을 전후로 GM대우의 협력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융권을 통한 간접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부가 직접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요구한 ‘GM대우 지분 추가 인수 카드’가 유력하다. GM이 파산할 경우 GM대우 부품업체뿐 아니라 GM대우에 대한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28% 지분을 최소 50%이상으로 올리는 게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 닉 라일리 GM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등이 산업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업은행은 그동안 제시했던 ▲GM대우 지분 추가 인수 ▲일부 차종에 대한 기술 라이선스 반환 등에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두고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구조조정 논의가 정치권과 금융권, 이에 편승한 보수언론으로 국한되면 결국 고통은 노동자들만 전담하게 될 것이다”며 “과도한 외국계임원, 2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경영부실, GM과 GM대우 간 자금흐름구조는 최대 현안인데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데 여기서 자금이 지원되더라도 지원근거가 있으려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 노동시간 단축 등은 그 다음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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