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인천경제청 배후설 “말도 안 되는 얘기” 일축
조성원가 이하 토지매각 ‘시의회 동의’ 조례에 반발 지속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 조례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인천경제청의 전방위 로비와 송도 주민들의 문자폭탄이 오히려 시의회에 역효과를 내는 양상이다.

인천시의회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토지매매'를 협약할 때 시의회의 동의를 구하게 조례를 개정하려 하자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21일 본부장을 모두 시의회로 보내 모든 시의원을 만나라고 했고,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이틀 째 시의원들에 ‘문자폭탄’을 보냈다.

29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조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가 시의 의무부담이나 권리포기를 수반하는 협약을 체결할 경우 사전에 시의회의 동의를 얻게 한 조례다. 시의원 37명 중 2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제18조(의무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 신설이다. 시장은 ‘의무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협약은 의안의 형식을 갖춰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한다.

이 개정안은 법에 규정을 둔 협약과 ‘상호 노력’만을 담은 양해각서, 조성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토지매매 계약은 예외로 했지만, 인천경제청과 송도 주민들은 상위법에 어긋나고 투자유치를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도 주민들은 시의원들에게 이틀 연속 ‘문자 폭탄’을 날리고 있으며, 인천경제청은 본부장 4명을 21일 오전부터 시의회로 보내 모든 의원들을 만나게 했다. 하지만 시의회의 분위기는 오히려 악화된 양상이다.

다수의 시의원들은 문자폭탄으로 다른 문자를 읽을 수 없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자가 쏟아지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의사 표현이라고 해도, 같은 문자를 집단적이고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경제청 본부장들의 입법 로비도 역효과로 번지고 있다. 시의원들은 공무원들이 견해가 달라 개정안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산업경제위원회 때 두 번이나 인천경제청의 의견을 들었는데, 상임위가 아닌 업무시간에 모든 본부장이 시의회로 몰려온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문자폭탄이 이틀 동안 지속하면서 시의회에 문자폭탄 배후에 인천경제청이 있다는 얘기마저 돌면서 분위기는 더욱 싸늘하다. A 시의원은 “배후설 얘기가 도는 것은 사실인데 확인되진 않는다. 설마 그랬겠나. 아니겠지만 얘기는 돌고 있다”고 말했다.

유문옥 인천경제청 기획조정본부장은 문자폭탄 배후설에 대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라고 했다. 유 본부장은 “공무원들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송도 주민들이 시의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문자 중 일부.

아울러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연세대 송도캠퍼스(=국제캠퍼스) 투자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고, 쟁점인 송도세브란스 병원 또한 약속대로 이행할 것 촉구하고 있는데, 마치 조례 개정안이 세브란스병원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송도에 확산된 데에 대해서도 인천경제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례안을 발의한 강원모 시의원은 “인천경제청이 반대할 수 있고, 주민들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시의회가 세브란스병원을 막겠다고 하는 프레임은 정말 황당하다”며 “2010년 약속한 세브란스병원은 1단계에 짓기로 했다가 무산됐고, 2단계 협약 때 다시 2020년 착공과 2024년 준공을 제시했다. 시의회는 이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연세대를 압박하는데 황당한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의 전방위 입법 로비와 송도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조례 개정안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원도심 지역구 시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역할을 분담해 시의원을 만나고 온 복수의 인천경제청 본부장들은 “다선 의원들은 인천경제청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도심 지역구를 둔 시의원, 초선 시의원들은 의회가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관여하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고 시의회 분위기를 전했고, 강원모 시의원 또한 그렇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송도 주민들은 23일 오후 송도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 시의회에 조례 부결을 촉구하기로 했고, 시의회는 29일 본회의 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경제자유구역 조례 등 쟁점 조례에 대한 의견을 조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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