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토지 헐값 매각 함부로 못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토지 헐값 매각 함부로 못한다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9.03.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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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경제자유구역사업설치조례 개정 준비
의원 37명 중 26명 개정안 공동발의 높은 관심
경제청, 투자유치 발목잡기 등 부작용 우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업이나 토지매각 등이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 질 전망이다.

인천시의회는 인천경제청이 시의 의무부담이나 권리 포기를 수반하는 협약을 체결할 경우 시의회에 동의를 구하는 조례 개정안을 3월 임시회 때 다룰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모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광역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에는 시의원 37명 중 2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상임위 심사는 오는 15일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39조(지방의회의 의결사항)는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예산 외의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가 발생할 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는 이 같은 절차가 존재하지 않아 인천경제청이 의회 동의 없이 주요사업을 결정함으로써 일부 사업의 경우 특혜 시비와 헐값 매각 비판을 제기해도 의회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례로 국제도시를 표방한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업무기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는 받아야 할 아트센터인천 개발이익 약 1300억 원은 받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협약 체결 당시 의회가 관여할 부분은 없었다.

인천경제청은 그동안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땅을 저렴하게 공급하더라도 투자유치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지만, 판교 테크노밸리와 서울 마곡 연구개발 산업단지와 비교하면 송도는 신도시로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천경제청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삼성바이오단지만 해도 판교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인천경제청은 삼성이 송도 5공구 땅 27만4380㎡를 50년 동안 무상으로 쓰게 했다. 삼성은 그것도 부족하다며 11공구에 약 30만㎡를 추가로 요구했고, 인천경제청은 일부 수용해 14만3820㎡를 추가로 내줄 계획이다.

여기서 삼성이 창출한 일자리는 2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의 경우 43만㎡에 6만2000명이 일하고 있고, 마곡 연구개발 산업단지는 79만㎡에서 16만5000명이 일할 예정이다.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1단계 부지. 당초 약속했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부지 대부분이 텅 비어있다.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1단계 부지. 당초 약속했던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부지 대부분이 텅 비어있다.

특혜 시비가 가장 크게 일었던 사업은 지난해 3월 인천경제청이 주도한 11공구 연세대 2단계 캠퍼스 협약이다.

인천경제청은 2006년 협약을 근거로 연세대에 2단계로 10만2000평을 공급키로 하고, 수익부지 6만평은 조성원가인 평당 389만원에 공급하고 교육연구부지 4만2000평은123만원에 공급 키로 했다.

4만 2000평의 조성원가는 약 1634억원인데 연세대는 516억원에 받기에 여기서만 무려 1100억원 이상의 이득을 보게 됐고, 수익용 부지의 경우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평당 분양가격 1300~1400만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개발이익 예상된다.

토지공급 가격도 특혜지만 토지이용 계획은 더 큰 문제였다. 2단계에서 당초 협약 대비 수익용부지 비율은 27%에서 59%로 올랐고, 교육연구부지는 63%에서 41%로 대폭 줄었다. 이 사업이 목적이 교육연구 유치가 아니라 주거단지 조성으로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2006년 협약 당시 연세대가 약속한 게 지켜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경제청이 2단계 협약을 서둘러 강행했다는 데 있다. 연세대는 1단계 부지에 기숙사를 건축해 1학년이 생활하게 하고, 1학년과 2학년을 포함해 약 7000~8000명이 송도캠퍼스에서 생활하게 하겠다고 했다.

또한 석ㆍ박사 과정과 정보통신기술(IT)ㆍ생명공학기술 관련 학과도 1단계에 들어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중 약속을 지킨 것은 1학년 기숙사 생활뿐이다. 특히 1단계 부지에 약속했던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계속 미루다가 2단계 협약 때 다시 협상카드로 활용했다.

이처럼 인천경제청이 벌이는 투자유치 사업을 시의회가 견제할 장치는 없었다. 인천경제청은 ‘땅을 저렴하게 공급하더라도 투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진 만큼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회의 중론이다.

특히, 시의회는 연세대 2단계 협약은 아직 본계약에 해당하는 토지매매협약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투자이행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나아가 6·8공구 남은 토지와 최근 조성한 11공구에 대해서는 경제자유구역 조성 목적에 맞게 첨단산업 유치에 쓰일 수 있게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는 융통성 있어야 하는데 ‘발목잡기’ 우려”
강원모 의원 “의무 없는 양해각서와 조성원가 이상 계약은 제외”

개정안 골자는 '시의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 사항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경우 시의회의 동의를 받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조례 제18조(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는 “시장은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협약에 관해서는 의안의 형식을 갖추어 의회의 동의를 구한다”로 돼 있다. 핵심은 1항과 2항이다.

1항의 경우 “의안은 시장이 해당 협약 체결 전에 의회에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긴급한 추진이 필요할 시에는 협약서 등에 ‘의회의 의결을 받은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을 붙여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고, 2항은 “구체적인 의무부담 내용과 비용추계서, 협약서 제출”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 조례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의회의 동의를 구하게 한 장치가 오히려 투자유치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투자유치는 한 번에 되는 게 아니고 숱한 과정과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사안마다 접근 방식이 다르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다”며 “사안마다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과한 규제다.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강원모 의원은 “모든 투자유치 노력에 제동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 시의 의무와 권리포기를 수반하는 협약에 대해서 적용하겠다는 취지”라며 “그래서 개정 조항 4항에도 ‘법령에 규정을 둔 협약과 상호 노력만 포함하는 순수한 양해각서. 그리고 조성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토지 매매계약은 이 규정의 예외’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