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토지매각 ‘시의회 동의’ 조례에 항의
강원모 시의원, “다툼 여지 있는 만큼 소송 해봐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민간사업자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토지매매'를 협약할 때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것으로 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하려하자,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 18일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가 시의 의무부담이나 권리포기를 수반하는 협약을 체결할 경우 사전에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강원모(민주, 남동구 4)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경제자유구역 사업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은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의원 37명 중 2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송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개정안의 골자는 제18조(의무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 신설이다. 시장은 ‘의무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협약은 의안의 형식을 갖춰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한다.

이 개정안은 법에 규정을 둔 협약과 ‘상호 노력’만을 담은 양해각서, 조성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토지매매 계약은 예외로 했지만, 송도 주민들은 상위법에 어긋나고 투자유치를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도 주민들은 시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고 있다. 복수의 시의원은 “주민들이 보낸 문자 때문에 다른 문자를 읽을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송도 주민들은 23일 오후 송도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시와 경제청도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인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어긋나고, 투자유치를 방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전경

쟁점은 상위법 위반 여부다. 시는 2007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례 개정안이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무는 국가 사무인데, 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동의를 구하게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시의회는 조성원가 이하로 경제자유구역의 토지를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시가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조례는 폐지됐다.

이번에도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시의회가 29일 본회의에서 조례 개정안을 가결할 경우, 시는 조례규칙심의회를 열어 개정 조례를 공표할지 재의를 요구할지 결정한다. 시가 재의를 요구했는데도 시의회가 다시 가결하면, 시는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시와 송도 주민들이 조례 개정을 반대하고 있어 일부 시의원이 이탈할 경우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수도 있다.

강원모 시의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대법원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는 “지금은 2007년과 여건이 변했다. 경제자유구역 사무가 국가 사무라고 하지만, 정부 예산이 전혀 수반되지 않고, 전액 시 예산으로 벌이고 있다. 사실상 지방 사무인 만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은 시민들의 재산인 갯벌을 매립한 뒤 매각해 쓰이고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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