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2
안산시 일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주차, 단속 대신 노란풍선 매다니 ... 놀라운 변화 일어나

안산시 상록구 일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오병철)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이 ‘어디에 있다가 이제 왔느냐. 16년을 기다렸다’며 치하할 정도로 일동은 주민자치의 모범으로 꼽힌다.

일동 주민자치위가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활동은 노란풍선 캠페인과 우리동네 반딧불이다. 노란풍선 캠페인은 주민들이 학생들의 통학로를 안전하게 정비하자는 데서 비롯했다. 주민자치위가 주차단속 권한은 없지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일동의 초등학교는 호동초교가 유일한데, 학교 주변 통학로에 2중 주차돼있어 아이들이 위험했다. 그래서 주민자치위는 지난해 2월부터 차량을 옮겨 달라는 전단지를 올려놓고, 주차된 차량에 노란풍선을 달기 시작했다. 학부모회와 녹색어머니회 운영위도 같이 결합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6월이 되자 주민들도 놀라는 변화가 일어났다. 행정이 나서 단속한 것도 아니지만 이중주차가 없어졌다. 이젠 새벽에 일어나 차를 미리 옮기는 주민이 많다. 차량으로 아이들을 태워주는 학부모가 많았는데, 걸어 다니는 통학로로 변했다.

오병철 위원장은 “아이들의 영향이 컸다. 누구누구 차에 노란풍선이 붙었다고 얘기가 퍼졌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아빠 우리 차에 노란풍선 매달렸어. 창피해’라고 말하기 시작하니 어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쉽게 바뀌진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요즘은 유인물은 안 올려놓고 노란풍선만 매단다.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처음 나갈 땐 풍선 25개 정도를 불어서 나갔는데, 지금은 10개 불어서 나가도 5개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캠페인은 ‘우리동네 반딧불이’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네 순찰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를 순찰하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통계를 토대로 조를 정해 순찰하는데, 순찰하면서 주민들이 불편한 지점은 없는지 같이 점검한다.

30명 넘게 활동하고 있으며, 4명이 한 조를 이룬다.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망가진 보도블록, 가로등 망가진 것 등을 점검한다. 이때 ‘반딧불이’가 모이는 곳은 일동 파출소다. 파출소에 모여 수다도 떨고 교육을 받는다. 파출소는 이들에게 어깨띠와 신분증을 제공한다.

일동 파출소는 이제 동네 사랑방이다. 파출소 하면 보통 기피하는 곳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화장실 갈 때 가고, 갈증 나면 가고, 더우면 가고, 추우면 가는 친근한 공간이다.

마을협의회 열어 마을계획 수립하고 의제 선정
 

안산시 일동 노란풍선 캠페인.

일동 주민자치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마을협의회다. 일동 주민자치위를 포함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통장협의회, 부녀회, 각종 동호회 등 일동에서 활동하는 공동체모임은 약 140개로 추산되는데, 이 단체들이 모두 마을협의회에 참여한다.

일동은 2016년에 마을협의회를 열어 마을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해 정부의 혁신 읍면동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주민자치위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것인데, 일동도 처음부터 주민자치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일동 주민자치위도 4년 전만 해도 내부 갈등이 심했다고 했다. 보통 한 사람이 동네의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동은 주민자치위원의 겸직을 금하게 했다. 통장은 통장만, 새마을협의회는 새마을협의회만,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위만 활동하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 가르기를 못하게 했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책임자에게 맡기게 했다.

마을협의회를 구축하기 위해 일동 내 직능단체 8개와 중간지원조직, 학교, 병원, 행정(주민센터), 파출소, 각종 주민모임(5인 이상 동호회)이 매달 만나서 토론했다. 매달 30여명이 모여 마을계획을 짰다. 그리고 300인 원탁회의를 열어 의제를 선정했다. 이 의제들은 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오병철 위원장은 “마을계획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을계획은 결국 사람을 찾는 일이다. 사람을 찾아 회의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워크숍을 했다. 마을 의제 발굴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그리고 300인 원탁회의 때 의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일동 주민자치위는 주민자치회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조례만 있으면 바로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라, 일동 주민자치위는 안산시 25개동 주민자치위를 설득 중이며, 조례 연구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주민세 일부를 주민자치회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안을 정부가 마련 중이다. 조례 연구모임은 정부의 표준 조례안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조례를 제정하려는 모임이다. 주민세를 주민들이 자기 실정에 맞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인데, 내년 상반기 쯤 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낳은 공동육아와 조화를 이룬 100인 합창단
 

안산시 일동 마을사랑방 카페 ‘마실’.

일동의 활발한 공동체 활동 배경에는 자연환경이 있다. 아파트가 없는 게 특징인데, 거대한 암반이 존재해 개발이 안 됐다. 정치인들이 개발공약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비용이 더 나와 무산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많은 게 주민자치의 원천이다. 책 읽는 모임, 공동육아 모임, 성악교실 등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주민자치위와 마을협의회로 참여한다.

마중물 역할을 한 대표적 모임이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공동육아를 꿈꾼 사람들이 마을에 관심이 많아서 모이기 시작하면서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공동육아를 하다 보니 방과후 활동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나아가 주민자치위 활동으로 이어졌다. 20여년간 축적된 이 경험은 일동의 자산이다.

또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게 하는 게 있으니, 바로 약 200명이 참여하는 성악교실과 100인 합창단이다. 특히, 100인 합창단은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해 유명해졌고, 올해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오병철 위원장은 주민자치에 대해 “일단 마을과 사람에 애정이 있어야한다”고 한 뒤 “주민자치위는 정보와 사람을 연결해 마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그 역할이 있다. 모임과 모임을 연결해 어떤 의제를 실천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마을에선 안 하려면 할 게 없고, 하려하면 무지 많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은 사람을 키워 지역 역량 강화하는 것”

수원시 행궁동 도시재생 사업은 2016년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됐다. 수원시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현장 지원센터를 구축해 민관 협치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행궁동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은 주민이고, 지원센터장은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 소속이다.

수원시 행궁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지역이라 개발이 어렵다. 20년 이상 된 건물이 87% 이상을 차지하고, 4층 이상 건물이 별로 없다. 개발행위가 제한돼있어 거주자들은 불만이 많다. 이에 수원시는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사업비는 국비와 시비를 합쳐 100억원 규모이고, 사업 기간은 5년이다. 행궁동의 경제적, 사회적 재생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정부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되면 현장지원센터를 두고, 협의체를 구성하게 돼있다. 법정 계획인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도 수립해야한다.

5년 지원 사업이 끝나면 해당 지구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도시재생회사(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를 설립해야한다. CRC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지역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다. 주민협의체가 CRC 설립의 모태가 되는 셈이다.

3년 차에 접어든 행궁동 도시재생 사업은 올해부턴 주민협의체가 활성화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다. 주민협의체는 6개 분과로 구성돼있고,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회원은 390여명이고, 이중 적극적 활동을 펼치는 주민들이 마을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행궁동 도시재생 사업 영역은 공동체, 문화, 공유경제 등 크게 세 가지다. 구체적으론 6개 사업을 펼치는데, ▲살기 편한 내 동네 만들기 ▲공동체 성장 기반 조성 ▲행궁 골목길 특성화 ▲행궁 어울림 조성 ▲행궁동 도시재생거점센터 조성 등이다.

박상철 지원센터장은 “사업비 100억원 중 30억원으로 거점 공간인 센터를 설립했고, 골목길 정비와 특화거리 조성에 20억원을 사용했다. 공모 사업비 100억원은 마중물이다. 경기도와 수원시 예산을 포함하면 2000억원 규모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도시재생의 30%는 사람을 키워 지역 역량을 강화는 것이다. 사람 찾는 과정부터 시작해 마을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획을 수립하는데, 사람이 핵심이다”라며 “5년 지원 사업이 끝나면 사회적경제 형태의 CRC를 설립해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시 공동체운동의 중심, 지속가능도시재단
 

수원시 행궁동 박상철 도시재생사업 현장지원센터장.

수원시 공동체운동의 중심에는 2016년 설립된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이 있다. 수원의제21실천협의회가 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발전했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다시 도시재단으로 발전했다.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은 도시재생지원센터 외에도 마을 만들기 지원을 위한 마을르네상스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창업지원센터, 물환경센터 등을 두고 있다.

민선5기 때부터 염태영 시장이 마을르네상스를 정책 사업으로 추진했다. 2010년에 조례를 만들었고, 이듬해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었다. 마을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자고 한 데서 출발했고, 당시는 수원시가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사업을 위탁했다.

당시 국내에는 정부 공모 사업으로 간헐적 마을만들기운동 지원 사업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투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수원시는 주민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취지 아래 지자체 차원의 공모 사업 130건을 진행했다. 규모는 5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다양하게 구성했으며, 지난해까지 800여건을 진행했다.

공모 사업 참가 자격은 15인 이상 회원을 든 공동체모임이다. 단, 영리단체는 제한했다. 주민들이 어려워하는 회계의 경우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고, 행정 처리를 간소화했다.

그럼에도 공모 사업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원시는 3년차를 마쳤을 때 공모에 참여한 주민들끼리 서로 평가하게 했다. 열 가지 사업을 다른 팀들이 평가하는 경영대회를 열다가 2015년에 폐지하고 칭찬대회로 전환했다. 마을 만들기는 모든 활동이 소중하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보단 칭찬하는 방식으로 사례를 공유했다.

이 같은 실적이 쌓여 2016년 도시재단이 발족했다. 수원시는 도시재생, 주거복지, 사회적경제, 친환경 학교급식 등 공동체에 필요한 일들을 지원하고 있는 수원시의 각급 중간지원조직을 통합해 도시재단을 설립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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