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4. 영국 런던의 공동체 운동

런던 브릭스톤의 공동체 운동 ‘리메이커리’

런던 브릭스톤에서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리메이커리(Remakery)는 한국의 자활센터와 비슷하다. 리메이커리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물을 구청이 지원했지만, 민간이 주도해 설립·운영하고 있다.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리메이커리는 목재를 재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음식과 텃밭을 주제로 한 모임, 사물도서관 등의 다양한 모임이 결합돼있는 네트워크다. 주된 수익은 런던 시내 공장과 학교, 건물, 집 등에서 발생하는 목재와 금속, 섬유 등의 재활용쓰레기를 가져와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ㆍ판매하는 데서 나온다.

핵심은 리메이커리 내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이웃끼리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특히, 브릭스톤 지역의 소외된 계층이 이곳에서 일을 배우고 자립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다시 형성하고 삶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리메이커리의 수익 기반 ‘시티우드워크’

시티우드워크(city wood work)는 목재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역 군인 테리(Terry) 박사가 시작했다. 주로 자신감이 떨어진 사람을 대상으로 자신감을 키워주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재활용쓰레기로 나온 목재를 활용해 책상과 의자, 보관함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주문제작도 겸하고 있다. 삶의 자신감이 떨어진 이들, 소외된 이들이 이곳에서 목공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찾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수익까지 창출한다.

테리 박사는 “소외 계층은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야한다. 일을 배우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나와서 간단한 일이라도 참여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목공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돈을 벌지만, 그보다는 관계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군에서 전역했는데 사회에 적응이 안 되더라. 그래서 여기서 목공을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도움을 줬다. 주변의 전역 군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가 어린 친구들까지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시티우드워크의 자활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도 인정받아 영국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랜버스구청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은 프로젝트 사업과 운영비로 쓰인다.

보조금과 판매수익 외에도 일반시민으로 대상으로 하는 목공 교육과정(5주, 10주 과정)에서 교육비를 받고 있으며, 보조금을 지원받는 교육과정은 무상이다.

건강한 먹거리 운동 ‘인크레더블 에더블 램버스’
 

런던 리메이커리 내 시티우드워크 교육과정 안내.

리메이커리에 속한 인크레더블 에더블 램버스(INCREDIBLE EDIBLE LAMBETH)는 런던 남부 램버스에 기반을 둔 ‘건강한 먹을거리 운동’으로 한국에도 있다. 로컬푸드 운동 도시텃밭, 베란다 텃밭, 음식 나눔 등이 골자다.

이 운동은 런던 톰던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로 확산됐다. ‘에더블 버스 스탑’이라고 해서, 버스정류장 옆 길가에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옥상텃밭은 물론 마을의 비어있는 공터, 경찰서 옆 공터 등을 활용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이웃들과 나눈다.

인크레더블 에더블 램버스의 교육은 크게 시민 대상 도시농업 교육, 학교 농업 교육으로 이뤄진다. 도시농업의 경우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모임 180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인크레더블은 농사를 지어 음식을 나눔으로써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제니 비커스테스(Janie Bickersteth)씨는 “슈퍼마켓을 통한 유통은 잘못됐다. 직접 재배해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게 낭비하지 않는 일이다. 재배 공간은 발코니가 될 수도 있다. 직접 재배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고, 재배 공간 또한 늘고 있다.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협동하고 같이 행동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물도서관 ‘라이브러리 오브 씽즈(Library of Things)’
 

리메이커리의 마크(오른쪽) 이사와 테리.

‘라이브러 오브 씽즈(Library of Things)’는 사물도서관이다. 책을 빌리는 게 아니라, 사물을 빌려주는 도서관이다. 주로 공구와 철물을 빌려주고, 이용료를 받는다. 음향기기, 드릴 등을 사지 말고 공동으로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레베카 트레블리안(Rebecca Trevalyan)씨는 “학교를 막상 졸업하면 돈이 없다. ‘침대를 만드는 데 왜 공구를 사야 하나, 공유하면 되는데’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컨테이너 박스에 아이템 400가지를 구비해 놓았다. 시험 운영을 해보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50가지 정도였다. 실험은 끝났지만 창업자금이 없었다. 그때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모임이 도와줬다. 각 모임에 가서 홍보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300여명이 1만 파운드를 모아줘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런던 해크니버로우의 ‘로컬리티’, 조례 제정으로 ‘공공자산의 시민자산화’ 길 열어

로컬리티는 런던의 대표적 공동체운동 네트워크 조직이다. 로컬리티 직원이 서울시에 몇 명 파견가 있고, 서울시 공무원이 2013년에 여기서 일하기도 했다.

로컬리티엔 단체 약 600개가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로컬리티의 역할은 로컬리티에 가입해있는 각 지역의 채러티(charity, 비영리민간단체)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안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로컬리티가 지원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다. 전문 지식(법률, 금융)을 지원하고, 채러티의 발전을 위한 정보와 자료(정부 보조금, 민간투자)를 공유하면서 정책 결정과정을 컨설팅한다. 또, 회원(=단체, 채러티)과 회원을 연결해 회원들의 경험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시민과 공공의 참여를 확대한다.

로컬리티의 규모를 보면, 회비는 단체에 따라 연간 100~400파운드이고, 40여명이 일하고 있다. 재정은 정부 지원금, 지방정부 위탁사업, 복권기금, 컨설팅 수입 등으로 충당하는데, 연간 500만 파운드(한화 약 86억원) 정도다.

로컬리티 운동의 역사는 1880년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어렵고 가난한 지역에 대학이 들어가 같이 살면서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 역사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비전은 공정한 사회다. 이를 위해선 지역 공동체 조직이 강화되고 성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로컬리티의 데이비드.

데이비드 올퀴스트(David Ahlquist) 개발 담당 매니저는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식이다. 주인의식이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핵심이다. 우선 해당 지역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연구하고, 전문가와 지자체, 투자자 등을 연결해 방안을 찾는다. 그 뒤 주민의식 제고와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말했다.

로컬리티가 펼치는 사업 중 대표적 사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지나 건물 등을 다양한 채러티가 매입할 수 있게 지원하거나, 직접 매입해 대여하거나 운영해 얻은 수익을 주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로컬리티는 이를 위해 먼저 ‘우리의 공간을 구합시다’라는 SOS(save our space) 정보공개 운동을 전개했다. 한국의 정보공개 청구와 같은 것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자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로컬리티는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자산을 매각할 때 그 정보를 구했다.

데이비드씨는 “1년에 약 4000건이 매각된다는 것을 알았다. 정부(지방정부 포함)가 재정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데,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훌륭한 자산도 매각했다. 이를 ‘시민자산’화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로컬리티는 구체적 방안으로 조례 제정을 이끌어냈다. 지자체가 자산을 매각하려해도 6개월 동안 매각하지 못하고, 매각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국한하는 조례를 제정하게 했다. 채러티가 매입해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런던 리메이커리의 비지니스 모델 안내.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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