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3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국내 마을 만들기 운동의 산파 역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균형발전은 화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도 원도심 공동화 문제가 화두이고, 공기업의 이전으로 혁신도시가 만들어진 지역에서도 원도심은 더욱 공동화되기 마련이다.

마을공동체와 자치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다. 국정과제 중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 자치분권,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등이 사실상 마을공동체와 분권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전략 중에서 마을자치 활성화는 곧 읍면동 주민자치 활성화를 뜻한다. 정부 과제는 혁신 읍면동 체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형식적으로는 주민자치회를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주민세를 주민자치회가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동체 운동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꼽히는데, 수도권에서 마을 만들기 공동체 운동을 선도하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마을지원센터)를 설립해 주민들의 자치와 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지원센터는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조직이다. 행정은 자기일 하느라 바쁘고, 주민은 행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중간에서 이를 연결하는 조직이 마을지원센터다. 광역센터는 주로 정책 개발과 마을센터 종사자 역량 강화 교육을 맡고 있고, 실무는 각 자치구 마을센터가 담당한다.

마을 만들기의 핵심은 주민자치를 잘하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동네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1997년 김대중 정부가 주민자치위원회를 도입할 때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특별법 개정으로 읍면동 단위 행정서비스를 본청으로 가져가고 기존읍면동 조직은 주민자치기구로 전환할 계획이다. 세종특별자치시도 특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례로, 조치원 읍장을 시장이 임명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선출했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풀뿌리 지방자치 확대 방안으로 주민자치 강화를 내걸었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마을모델을 발굴하고, 주민참여제도 개선으로 주민참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지원체계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 부처의 성과주의와 부처 간 경쟁 심화로 재원이 부족하고, 한 마을의 예산사업들인데도 주무 부처가 서로 달라 견제하기도 한다.

또, 마을 만들기 사업들이 서로 유사한데 한 사업이 끝나면 또 다른 공모 사업이 추진된다. 평가가 중요하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지역 특성과 역량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오히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도 행정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겼다. 집 앞에 내린 눈을 자기가 치우는 게 아니라 행정이 치우는 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생활자치 경험은 공공성 확산으로 이어져 민관 협치를 제도화하는 토대가 됐다. 정부 지원 공모 사업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주민자치를 통한 마을 만들기는 사회 변화를 견인하는 사회정책으로서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주민자치를 통한 마을공동체 운동은 마을기본법 제정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3명 이상이면 공모 사업 지원 가능
 

김종호 서울마을지원센터 대외협력관.

서울시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엔 ‘주민 3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5~10인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가 문턱을 낮춘 이유는, 그 전엔 회원 100명 이상인 비영리단체(법인)이어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지원받는 단체만 계속 지원받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처음엔 3인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법인이 아닌데 어떻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혹여 사고라도 나면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냐는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6년간 사고는 없었다.

서울시는 당시 시 금고 운영 은행과 보조금 사업 시스템을 개발했다. 체크카드로만 결제와 이체가 가능하게 했고, 현금 인출은 안 되게 했다. 정부가 현재 운용하는 보조금 결제 시스템(e-나라)보다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미산마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톨이

서울시가 3인 이상으로 문턱을 낮춘 이유는 또 있다. 이웃을 알고 지내는 서울시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활성화돼있는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제외하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잘 모르고 산다. 퇴근하고 동네에 돌아오면 아는 사람이 없으니 사실상 외톨이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주민들에게 관계를 심어주자’ 서울시는 여기에 주목했다. 주민 3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 공모 사업은 주민들에게 관계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마을 만들기 사업의 두 번째 특징은 상호 심사제도다. 공모 사업 제안자들이 심사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공모 사업에 10개 팀이 참여해 각 팀의 제안사업을 발표할 때 나머지 9개 팀이 그 팀의 제안사업을 심사한다. 인터뷰 심사도 진행한다. 이 방식은 자치구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종호 서울시 마을지원센터 대외협력관은 “주민들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서류만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업계획을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잘한다. 그렇게 주민들이 서로 평가한다”며 “사업계획 발표는 주민들한테 훈련과정이 됐고, 주민들의 상호평가는 몰랐던 모임끼리 관계를 싹트게 했다. 우리 동네는 풍물패만 있고 옆 동네는 노래패가 있던데 하면서 서로 품앗이도 한다”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로 정주의식 높아지고 관계망 커져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 특징 설명.

서울시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의 세 번째 특징은 ‘수시 공모’제다. 예를 들어, 마을축제는 봄에 할 수도 있고 가을에 할 수도 있다. 행정이 연초에 딱 한 번 공모하면, 주민들은 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수시 공모제를 도입했다.

이 같은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주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이고 공동체성을 향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ㆍ도시별 공동체 지수를 보면, 한국은 75.8%였는데 서울시는 87%나 됐다. 2016년 서울시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전체의 정주성은 평균 59.4%인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한 동네는 88.4%를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관계망의 확산에서 비롯했다. 구로구 사례를 보면, 2014년에 이웃 44명과 관계망을 형성했던 3인 조직이 나중에는 194명으로 늘었다.

마을계획 수립할 때 놀이터는 어린이가 설계

서울시는 2015년부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복지에 중점을 두고 간호사가 찾아가 보살피는 사업이었는데, 나중에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확장됐다.

이제 ‘찾동’은 마을계획단을 구성해 마을계획 수립, 도시재생 뉴딜사업 준비, 쓰레기문제 등 의제 선정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14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을계획단은 동당 평균 78명으로 구성한다. 마을계획을 수립하기까지 2년이 결리는데, 개방형 7급 계약직을 채용해 지원한다.

서울시는 이 시범사업에서 그동안 지역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거(약 86%) 마을계획단에 참여하는 것을 확인했다. 중심 연령대가 40~50대에서 10~70대로 다양해진 것도 볼 수 있었다.

일례로 성동구 성수2가동에선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어린이놀이터를 설계하는 데 어린이들을 참여하게 했다.

마을계획 수립하며 주민들 친해진 게 가장 값진 성과
 

서울시 ‘2016 서울서베이’ 조사결과.

마을계획단은 우선 마을자원을 조사한다. 조사한 내용을 영역별로 나눠 분과별로 논의한다. 그 뒤 전체 모임에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총회 때 의제를 선정한다. 마을계획과 의제를 선정한 다음은 실행이다.

시범사업 지역에서 선정한 의제가 210여개에 달했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생활과 안전, 돌봄, 동네 가꾸기, 교육에 관한 의제가 많았다. 이 같은 의제들은 지방선거 공약에 반영되기도 했다. 따로 연구하지 않아도 공약화가 가능했다.

김종호 대외협력관은 “찾동과 마을계획단의 가장 값진 성과는 주민들이 2년간 마을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친해졌다는 데 있다”라며 “은평구 갈현1동 갈곡리의 주민자치는 공원 옆 쓰레기 더미를 치우기 위한 모임에서 시작했다. 엄마 4명과 아빠 1명이 ‘갈곡리 제 모습 찾기 주민모임’을 발족해 이 문제를 해결한 뒤 마을축제로 발전했고, 지금은 마을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서울시는 ‘찾동’ 서비스를 하면서 동 주민센터 민원창구를 병원처럼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업무가 끝나면 원무실만 문을 닫듯이, 동 주민센터도 6시 이후 민원창구만 문을 닫고 나머지 공간을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서울시도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자치회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난해 9월 주민세를 주민들이 쓰게 하겠다고 했고, 이를 주민자치회에서 결정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주민자치회 전환을 서울시에서는 금천구가 앞서가고 있다. 금천구 10개 동의 주민자치회 위원(동별 50명)이 되려면 금천구 주민자치학교에 반드시 참여해야한다. 그 뒤 신청서를 접수해 50명을 초과하면 추첨으로 뽑는다. 남녀비율과 연령비율을 맞춰 구성한다. 금천구에 살거나 금천구에 일터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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