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6. 덴마크 스키비 공동체

덴마크 스키비 지역 스반홀름 공동체

덴마크 스반홀름은 유기농과 가축, 공동육아, 공동의료, 공동수익과 공동지출 구조에 기반 해 70여 가구가 살아가는 마을이자 경제공동체다.

스반홀름 공동체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60km 떨어진 스키비 지역에 있다. 공동체가 소유한 토지는 400만㎡(121만평)에 이른다. 한국 학생들도 체험과정으로 이곳에서 3개월가량 머물다가곤 한다.

마을 구성원은 농사짓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교수와 교사, 의사,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하다. 입주하려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하고, 입주 전 소유한 모든 자산을 공동체에 내야한다. 나갈 때 돌려준다.

입주 후 마을 구성원이 되면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공동체로 입금하고 각자 정해진 비율에 따라 생활비를 지급받는다.

마을 공동체에는 사무처를 운영하기 위한 상근자들이 있다. 유기농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동체 식당과 농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임금은 공동체가 지급한다. 물론 이들도 소득을 공동체에 내고 생활비를 받는다.

스반홀름은 1977년에 탄생했다. 이때 덴마크에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체 운동이 부각했고,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살기보다는 교외로 나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시의 공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깨끗한 환경이 필요했고, 건강한 먹을거리가 필요했다. 인간 소외를 극복하려했다. 스반홀름 공동체는 두 명이 시작했다. 1년 동안 참가자를 모집해 교육하고 토론하며 공동체 모임을 운영했다. 모임엔 200~300여명이 참여했다.

스반홀름 운영자이자 공동체 창립자인 키어스튼 씨는 “우린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유기농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땐 유기농 농장이 없었다. 스반홀름이 처음이다. 같이 생산하고, 먹고 즐기며 사는 경제공동체를 꿈꿨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큰 농장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너무 멀면 아이들 통학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다. 도시와 너무 가까우면 땅값이 비쌌다. 그래서 60km 떨어진 곳에 정착했다. 1977년 참가자를 모집해 교육과 토론, 합의를 거쳐 1978년에 80여명이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입주자가 처음보다 줄고 구성원도 일부 바뀌었다.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성인이 80여명이고 어린이는 50여명이다. 마을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있고 유치원도 있다. 교사는 스반홀름에 거주하거나 외부에서 출퇴근한다.

난방은 목재, 온수는 태양열, 세탁기는 풍력발전

2018년 스반홀름 공동체 단체사진.

농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곡물 농사, 채소 농사, 축산(소와 염소)이다. 곡물과 채소의 경우 토종 종자를 사용한다. 빨리 자라는 현대 종자의 경우 있어야할 영양분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체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라고 했다. 당뇨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토종 종자로 재배한 채소와 개량종으로 재배한 채소를 식사로 제공했을 때, 토종 종자를 섭취한 사람의 회복이 더 빨랐다고 했다. 스반홀름은 지금도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건물이 한 개밖에 없었다. 입주가 늘면서 건물도 늘었다. 유기농에 머물던 대안적 삶은 에너지 절감으로 진화했다. 난방은 목재를 사용한 중앙난방을 택했다. 온수는 태양열을 이용해 공급하고 있고, 세탁기는 풍력발전기에서 얻은 전기를 사용한다. 빨래 건조는 그냥 야외 햇빛과 바람에 맡긴다.

경제공동체의 약속, 수익 공유하고 비율 따라 지급

키어스튼씨가 1978년 사진 속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성인 80여명은 각자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공동체로 입금한다. 그 뒤 각자 소득과 비율에 따라 생활비를 지급받는다.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농장을 관리하고, 공동육아를 하며 상근자들의 임금을 지급한다.

공동체가 생활비를 지급하는 이유는 공동체 안에서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하지만 여행도 가야하고, 밖에 나갈 일도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 중 절반은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교사가 많다. 나머지 절반은 공동체 내 농장과 식당, 유치원 등에서 일한다. 또 외부에서 출퇴근하며 공동체의 일을 하는 사람이 10여명 된다.

구성원이 다양하고 수입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받는 생활비도 다르다. 고소득자의 경우 생활비 지급 비율이 낮고, 저소득자의 경우 높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많이 내는 사람이 더 많이 받는다.

보통 성인 한 명당 4000크로네(약 68만 원)를 받는다. 고소득자는 8000크로네(약 136만 원)를 받고, 사정이 있어 일을 못하는 사람도 기본소득 개념으로 3200크로네(약 54만 원)를 받는다.

이렇게 해도 모두 불만이 없고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기본적 생활이 가능한 데다, 스반홀름에 입주할 때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동일하다. 아침과 점심은 각자 집에서 해결하고 수요일을 제외한 날 저녁은 같이 먹는다. 주말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쉬기 때문에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저녁식사를 담당한다. 일주일에 육식은 두 번, 나머진 채식이다. 채소가게와 오일ㆍ효소ㆍ치즈 등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는 주말에 열어 일반인도 소비가 가능하다. 야채가게는 매일 이용할 수 있다.

공동체 모든 구성원이 동의해야 의결

스반홀름 공동체 전경.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경제공동체이다 보니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월 1회 정기모임을 하는데, 14일 전에 공고해 안건을 공유한다.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아니라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만장일치다. 단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가결하지 않는다. 불참하는 경우는 공동체의 의결에 따르는 것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지난 40년간 공식 안건으로 부의해 처리한 사안이 3838건이다. 월 평균 8건을 논의한 셈이다. 정기모임에서는 보통 중요한 안건을 다루고, 일상적 결정 사항들은 농장이나 식당 등에서 별도로 결정하기 때문에 공동체 운영과 지속을 위해 숱한 대화와 토론이 펼쳐지는 셈이다.

공동체 유지 위해 입주 굉장히 까다로워

스반홀름 내 공동식당.

스반홀름에 입주는 굉장히 까다롭다. 공동체가 입주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속살을 다 보여주고 자세히 설명하며 둘러보게 하는 이유는 공동체 유지와 당사자를 위해 심사숙고하게 하려는 의미다.

주택 규모는 필요에 따라 다르다. 아이들이 있는 교사 부부는 집이 넓고, 교수 부부만 사는 집은 좁다. 그렇게 약속하고 입주했기에 불만은 없다.

1977년에 입주한 80여명 중 70여명이 나갔다. 현재 70여 가구 중 60% 이상이 입주한 지 10년 이상 됐다. 스반홀름 공동체의 연간 예산 규모는 수입 약 2500만 크로네(약 42억 원)이고, 지출은 약 2300만 크로네(약 39억 원)이다. 스반홀름은 최근 검진과 예방 등 의료 영역으로 공동체를 확장하고 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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