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햄 캐슬베일 도시재생, 주민이 모든 것을 결정
버밍햄 캐슬베일 도시재생, 주민이 모든 것을 결정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12.10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기획취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5. 영국 버밍햄의 공동체 운동

공동주택 지어 슬럼가 이주시켰는데 실패해

영국(잉글랜드) 버밍햄의 공동체운동은 서울의 성미산마을, 인천의 공동체(작은도서관ㆍ지역아동센터ㆍ시민재단 등)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버밍햄에서도 공동체운동의 세포는 채러티(charity)다. 채러티는 한국의 비영리민간단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비ㆍ교육ㆍ주택ㆍ복지 등 다방면에서 설립ㆍ운영되고 있다.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채러티를 끊임없이 만든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과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경제 불황을 거치면서 슬럼화하는 지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도시이자 공업 도시인 버밍햄시의 작은 마을 캐슬베일(Castle Vale, 버밍햄시 69개 동 중 하나)도 그런 곳 중 하나에 속했다.

1950~60년대 자동차산업 발달로 버밍햄에 공장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정도만이 남아 있지만, 당시 영국의 산업을 이끌었다. 캐슬베일은 자동차산업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를 만들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전투기 제조공장 등은 쓸모없어졌고, 이어진 오일쇼크에 불황이 더해져 슬럼가가 늘기 전락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1970년대에 10층짜리 공동주택(아파트) 32개 동을 만들어 슬럼가의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깨끗한 건물에 목욕탕과 부엌 등을 갖췄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건물의 질도 좋지 않았지만 후속 대책이 부족했다. 1980년대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가 끝난 후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마을공동체에 투자해 실업자와 그 가족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범죄가 줄지 않고 교육열이 낮아지는 등, 오히려 문제 있는 지역이 돼버렸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주택을 제공했지만, 결과적으론 없이 사는 사람들, 교육받지 않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살기 싫은’ 마을이 됐다.

존스 이포르(Jones Ifor) 캐슬베일 커뮤니티 대표는 “건물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가 아니라, 경제적 목적이 얼마나 성취됐는지를 점검해야했고, 주민들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었느냐를 고민해야했다.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은 건물재생이 아닌 사회재생이 핵심”

캐슬베일 커뮤니티 하우징.
캐슬베일 커뮤니티 하우징.

1970년대에 지은 건물은 1990년대에 들어서 낙후한 건물이 됐다. 주민들은 가난했고, 환경도 안 좋았다. 여기다 실업률이 높았고, 건강도 안 좋았다. 예전에는 재규어 공장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했지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일자리도 줄었다.

주택을 공급해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캐슬베일 주민들은 더 나은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으로 1993년에 주거행동연합(HAT·Housing Action Trust)이 탄생했다.

그리고 보수당 집권 시기인 1995~2003년에 도시재생 정책이 탄생했는데, 영국 정부는 캐슬베일에 도시재생 예산 3500억원을 지원했다.

먼저 1970년대에 지은 아파트 30개 동을 허물었다. 아파트를 허문 마을중심부에 의료시설과 쇼핑센터를 세웠고,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 공간을 마련했다. 핵심은 부동산 건설이 아니라 ‘사회재생’이었다. HAT 프로그램으로 3415명이 기술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지역 실업률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케이트 폴리(Kate Foley) HAT 이사는 그 중에서 교육 성취도를 가장 성공한 부분으로 꼽았다. 케이트 이사는 “진학 신청률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애들이 학교에 가려하면 부모가 신청해야하는데, 지금은 신청률이 높아서 대기자가 생길 정도다. 그만큼 유입인구도 늘었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범죄율이 현재는 현저하게 낮아졌다. 못사는 동네, 범죄가 많은 동네라는 인식이 바뀌었다. 여기 집들은 반은 HAT 정부 임대주택, 반은 개인 소유인데, 여기로 이사 오려는 사람이 많아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그만큼 변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HAT는 사업 추진 후 여섯 가지 목표 달성을 점검했다. 첫 번째 주거환경이 좋아졌고, 두 번째 사람들은 건강해졌고, 세 번째 100% 임대주택이던 게 지금은 50%까지 자가 소유로 경제력이 커졌고, 네 번째 집 관리와 공동체 운영을 주민 참여로 내실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목표인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고 했다. 존스 캐슬베일 지역커뮤니티 대표는 “더 많은 취업 교육프로그램과 기술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섯 번째 목표는 지속가능성인데,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존스 대표는 “우리가 처음 HAT 사업을 시작할 때 지속가능성이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과제였다. 기존 재산을 어떻게 재투자해 ‘유산’으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했다. 다음 세대까지 넘겨 살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도시재생을 위해서 반드시 깨달아야할 것은 집만 새로 짓는다고, 물리적으로 이주만 한다고 해서 가능하지 않다. 핵심은 건물재생이 아니라 사회재생이며, 거기에 어떻게 주민이 주인이 돼 참여할 수 있는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의사결정기구의 과반은 주민, 주민이 모든 걸 결정
 

케이트 폴리 HAT 이사.
케이트 폴리 HAT 이사.

우선 주민 다수의 참여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게 HAT 이사회에 주민이 과반을 차지하게 설정했다. 토론하지만 결국 결정은 주민들이 하게 했다.

캐슬베일 임대주택의 소유주를 행정에서 채러티(HAT)로 바꾸는 투표가 대표적 사례다. 소유주 변경 안에 대해 마을 주민투표를 했고, 주민들이 바꾸자고 결정해 바꿨다. 행정보다 채러티가 관리를 더 잘하고, 신경을 써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주택과 관련한 일에만 주민들이 참여한 게 아니다. 도시재생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주택 관리는 어떻게 하고,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달성한 것인지, 주민들이 토론하고 운영한다.

존스 대표는 “공동육아를 위해 유치원이 필요하면 유치원을 짓고, 효율적 주택관리를 위해 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를 설립해 맞춤형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 주민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 주택관리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잘 살지 고민하는 이들이 웰빙 서비스 분야 채러티를 만들고, 실업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채러티,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채러티 등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모두 주민들이 결정한 일들이다”라고 설명했다.

1993년 시작한 HAT는 현재 파이오니어 그룹(Pioneer group)으로 확대됐다. 그래도 여전히 의사결정기구에는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12명 중 3명은 반드시 주민이고, 모니터링 주민도 12명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계층은 오프라인 모임을 꺼려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한다. 또, 3개 지역으로 나눠 최소 6개월 단위로 만족도와 불편함을 조사하고 있다. 케슬베일 주민의 35%는 18세 미만, 20%는 60대 이상이고, 나머지 45%를 20대와 50대가 차지하고 있다.

과제는 지속가능성 담보할 재정 마련
 

존스 이포르 캐슬베일 커뮤니티 대표.
존스 이포르 캐슬베일 커뮤니티 대표.

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자한 캐슬베일도 2022년엔 기금이 소진될 예정이다. 기금을 다시 조성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기금 중 100만 파운드(약 14억 원)는 녹색지대 조성과 운영을 위해 남겨뒀다.

캐슬베일의 1단계 도시재생은 집을 짓는 것이었고, 2단계는 공동체 사회를 복원해 사회를 재생하는 것이었다. 이제 3단계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파이오니어 그룹은 우선 캐스베일 안에 정부가 가지고 있는 축구장ㆍ수영장 등을 케슬베일 자산으로 활용해 수익 창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2년이 되면 정부 지원기금이 소진되기 때문에 전문 펀드레이저(Fund-raiser, 모금활동가)를 고용했다. 펀드레이저가 정부와 기업이 진행하는 공모사업, 복권기금 등에서 다양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펀드레이저 1명이 지난 5개월 동안 30만 파운드(약 4억 원)를 조성했다.

파이오니어 그룹이 재정을 마련하는 1차 수단은 아무래도 주택이다. 이들은 케슬베일 주변의 활용 가능한 부지를 물색한 뒤 임대주택을 짓는다. 정부나 기업 등의 투자를 받아 짓고, 여기서 발생하는 임대료로 공동육아ㆍ유치원ㆍ도서관ㆍ청소년상담센터 등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한다.

파이오니어 그룹은 핵심 수익사업으로 환경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야생 꽃만 자라는 공터를 활용해 학교와 트레이닝센터, 놀이공간, 체험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런던에서 버밍햄을 잇는 불렛 트레인(초고속열차)이 지나는 곳에 있어, 접근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슬베일 커뮤니티 하우징 1층 내부 모습.
캐슬베일 커뮤니티 하우징 1층 내부 모습.
캐슬베일 커뮤니티 사무처 내 알림판.
캐슬베일 커뮤니티 사무처 내 알림판.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