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윤상현 비호ㆍ공천 후보 홀대’ 의혹 갈수록 짙어져

20대 총선은 야권의 분열과 여권의 공천 갈등 등으로 출발부터 여느 총선과 달랐다. 많은 언론은 올해 초부터 제1 야당의 내홍을 집중 보도했고, 결국 ‘친노(=노무현) 패권’을 주장한 안철수 의원과 그의 추종자들은 신당을 창당했다. 집권여당도 ‘친박(=박근혜)’과 ‘비박’계의 갈등으로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과정에서 공정성을 잃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대 총선은 여느 총선과는 다른 구도가 형성됐다. ‘무상급식’이나 ‘경제민주화’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고, 진흙탕 같은 정쟁이 중앙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야권은 야권연대를 놓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고, 여권도 여전히 내홍 중이다.

▲ 교통신호 중 ‘비보호 좌회전’이 있다.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신호 운영방식이다. 보통 직진과 회전 교통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행해지며, 신호주기가 짧고 지체가 적어 효율성이 높다. 현 정권 실세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취중 막말 파문으로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이 공천한 후보의 경쟁력은 미미해, ‘비보호 좌회전’처럼 당이 윤 의원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유승민과 윤상현’ 새누리당의 이중 잣대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유승민 의원과 윤상현 의원처럼 자주 거론된 후보자는 없을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책적 대립각을 세우며 당내에서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였다. 그와 그를 따르는 정치인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의 친분으로 현 정권 실세를 자처했다. ‘취중 막말 파문’ 전까지 그가 인천지역 공천과정에 개입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당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려’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도 유승민 의원처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두 후보를 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너무 차이가 난다. 김무성 대표가 ‘옥쇄 파동’까지 벌여 겨우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 지역구엔 당 후보를 공천했지만, 인천지역 예비후보자들 중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인물을 공천했다.

친박계 정치인들은 ‘유 의원이 당선돼도 입당을 허가해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의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윤 의원은 선거기간 첫날인 3월 31일 “3선 의원이 되면 새누리당에 바로 입당해 원내대표, 당 대표로 지역이 발전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윤 의원은 지역구 당원 3500여명과 함께 탈당했다. 해당(害黨) 행위인 것이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지난 28일 대구 동구<갑> 류성걸, 동구<을> 유승민, 북구<갑> 권은희, 수성<을> 주호영 등, 대구지역 후보자 4명에게 ‘대통령 존영(=남의 화상(畵像)이나 사진을 높여 이르는 말) 반납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박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에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진박’을 자처하는 정종섭(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후보는 3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맞지 않으면 대통령 사진도 걸지 않아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려’라는 막말을 한 윤상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활용하는 것을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묵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박 대통령 사진을 쓰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구야 그 지역 정서가 있어 자체 판단을 할 것이고, 인천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윤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남구 용현시장에서 만난 복수의 시민은 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는 정치인이라고 인식했다.

용현시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J씨(60대)는 “새누리당을 탈당했지만, (다시) 당에 들어갈 사람 아니냐”며 “지역에서 많은 일을 했기에 막말 파문과는 무관하게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용현시장 근처에 있는 목공소에서 일하는 K씨(50대)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나라고 하는 사람인데, 조만간 복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윤상현 후보의 선거사무소 외벽에 걸린 현수막.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구<을> 유권자 상당수는 그를 ‘사실상 새누리당 후보’로 말했다.
새누리당 김정심 후보 공천하고, 나 몰라라?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20대 총선 후보 및 선거사무소 현황’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엔 인천지역 13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ㆍ선거사무소ㆍ선거사무장ㆍ일정 담당자ㆍ홍보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돼있다. 하지만 남구<을> 김정심 후보와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없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선거캠프가 늦게 구성돼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아침에 유세차도 돌던데, 알아서 선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이 탈당한 윤상현 후보를 비호하기 위해 준비가 안 된 사람을 후보로 공천했다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배제된 한 사람은 “인천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수십명 중 가장 약체로 평가되는 여성 후보를 남구<을>에 공천했다. 만약 나 같은 사람을 공천했으면, 최선을 다해 윤상현 후보를 이겼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지난 지방선거 때 광역의원 비례 후보로 신청했다가 안 된 사람을 공천한 것은 결국 당이 윤상현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당원들은 생각한다”며 “일각에선 (김정심 후보가) 다음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 후보 1번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 야권연대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남구<을> 야권단일후보로 김성진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을 출마시켰다. 지난 30일 열린 김성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 등이 함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회 의장, 무소속 윤상현 캠프 개소식서 축사

최근 새누리당은 탈당한 유승민 후보를 돕는 사람은 해당행위자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인천에선 당이 공천한 후보자가 버젓이 있음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은 지난 26일 윤상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윤상현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켜 대한민국을 바꾸고 인천을 바꾸자”고 말했다.

‘해당행위 아니냐?’는 물음에, 노경수 의장은 “당에서 한솥밥 먹던 사이라 격려 차원에서 몇 마디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솥밥 먹던 안상수(중구동구강화옹진ㆍ무소속) 후보나 김정심(남구을) 새누리당 후보 개소식에도 참석했느냐?’는 물음엔, “그 사이 당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는 공문이 와, 안 후보에게는 가지 않았고, 김정심 후보 사무실엔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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