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의혹’ 홍일표 압수수색…‘막말파문’ 윤상현 무소속 출마

20대 총선을 20여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인천 남구 선거판이 여권의 악재로 요동치고 있다.

남구는 전통적으로 현 집권여당 텃밭이다. 남구는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 지역으로 고령층이 두터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1980~90년대 조성된 빌라가 많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선거 결과를 보면, 현 집권여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다.

다만, 17대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소속 유필우(남구갑)ㆍ안영근(남구을) 후보가 당선됐다. 18대 총선 때부턴 다시 집권여당이 싹쓸이했다. 홍일표(남구갑)ㆍ윤상현(남구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지각이 변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두 의원 간 갈등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친박계’ 실세로 불리는 윤 의원이 ‘비박계’인 홍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 A 예비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두 의원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홍 의원 지역사무소 사무국장을 지낸 사람을 비롯해 몇몇 지방의원이 A 예비후보를 도와 A 예비후보의 조직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그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이런 과정에서 홍 의원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졌다. 홍 의원과 과거에 함께 일한 사람들이 ‘홍 의원이 정치자금을 차명계좌로 관리했다’고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인천시선관위는 지난 17일 정치자금 부정용도 지출, 허위 회계보고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홍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B씨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홍 의원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1일 검찰은 홍 의원의 지역사무소와 B씨 등 5명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남구<갑> 후보로 공천을 받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유권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동백회’란 모임은 지난 20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홍일표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으로 공천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소속 홍문표 위원과 홍 의원은 8촌 관계로 공천 심사가 불공정했다”며, 홍 의원의 후보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홍 의원과 경쟁관계에 있던 A 예비후보의 지원조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홍 의원 쪽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 사무국장 등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식비와 사무실 경비로 사용했을 뿐, 홍 의원은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 당시 근무했던 회계 관련 직원을 허위 회계보고와 부정 지출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며 “검찰 수사로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무소속 출마 기정사실
새누리당, 김정심 여성위원장 공천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지역 사람들은 공히 윤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부인과 장모까지도 지원 활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과 친분이 있는 지역 인사는 “며칠 전 무소속 출마 선포식을 한다는 문자까지 받았다. 당에서 어떻게 공천하든지 출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윤 의원이 특정 정치계파에 이용당했다는 지역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의 친화력은 보통이 아니다. 시장 상인들과 웬만하면 형 동생 할 정도”라고 말했다.

윤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설이 파다하면서,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와 함께 ‘무공천’ 지역으로 정해, 윤 의원의 당선과 복당의 길을 터줄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공천 신청자 공모를 두 차례 실시했고, 22일 김정심 새누리당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을 공천했다. 김 여성위원장은 계양<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세워 윤 의원의 당선가능성을 높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법 나오고 있다.

호재 찾아온 야권의 경쟁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남구에서 호재를 만난 셈이다. 문제는 야권 후보들의 경쟁력이다.

남구<갑>에선 더민주당 허종식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사는 홍일표 후보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를 내세우면서 지역 표심을 흔들고 있는 허 후보는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인천시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남구가 제2의 고향인 그는 오랜 기간 남구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 어느 누구보다 지역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일표 후보에 대한 부정적 입소문이 나면서, 허 후보의 조직세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 김충래 후보가 뛰고 있어, 야권 지지표 분산이 우려된다.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남구<을> 선거 판도는 예측 불허에 놓이게 된다. 여권 지지표의 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권 지지층에서도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 과정이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그 한가운데 윤 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권의 경우, 더민주당과 정의당이 야권단일후보 지역으로 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의당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할 경우 후보 경쟁력과 더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야권 지지표의 일부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