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야권연대 사실상 깨져…새누리당 반사이익 클 듯

▲ 정의당 인천시당은 20대 총선과 관련해 인천 계양<갑>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기사 수정 : 오후 6시 15분>

4.13 총선에서 야권연대로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심판해야한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염원이 인천에서 깨질 모양새다.

당내 분열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급락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반등했다.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민의 인권 침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여론 속에서도 ‘테러방지법’ 저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국민의당 지지율을 빼앗아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야권의 필승카드로 인식된 야권연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야권연대 성공을 경험한 인천에서 당장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야권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와 야권단일후보 성사로 인천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올 총선을 놓고서도 야권연대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야권연대와 관련해 국민의당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더민주당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이 먼저 논의를 본격화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야권연대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현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11일 오전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더민주당의 욕심으로 인천의 야권연대는 사실상 깨졌다”고 전했다.

더민주당 쪽에선 수도권 선거구 중 경기 고양시덕양구<갑>의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만 경쟁력이 있는 만큼, 그 외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도권 의석 122석 중 1석만을 양보하겠다는 것이라, 정의당에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카드다.

특히 더민주당은 정의당 인천시당이 총력을 투입하고 있는 계양<갑> 선거구를 경선지역으로 정했다. 더민주당 김현종ㆍ유동수 예비후보 간 후보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당내 경선과 후보 등록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야권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현종 예비후보는 진보진영이 ‘독배’로 인식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김성진 정의당 계양<갑> 예비후보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야권연대는 언제든 깰 수 있다. 정의당은 ‘가오(=있는 척을 지칭하는 속어)’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더민주당의 태도를 일갈했다. ‘가오’는 영화 ‘베테랑’에서 배우 황정민이 비리 경찰관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해 유명해진 단어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 시위 진압 책임자였던 윤종기 전 인천지방경찰청장을 연수<을> 후보로 전략 공천한 것과 한미FTA 체결을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예비후보로 받은 더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당 대 당 합의라도 내가 살아온 인생이 있는데, 이런 사람과 연대해야 하는지 수백 번도 더 곱씹게 된다. 인천에서 시작한 야권연대가 인천에서 먼저 깨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11일에도 SNS에 “야권연대 합의한 상대에게 아무런 설명도, 양해도 없이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군요.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정의당과의 연대합의에 대한 일방적 파기 수순으로 보인다“고 글을 올렸다.

▲ 인천의 진보적 시민사회 인사들은 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에서 인천지역의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독선 정치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한다고 주장했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정의당, “모든 자원 총동원해 오만한 여야 심판”

야권연대 협상이 사실상 깨졌다고 인식한 정의당 인천시당은 ‘불통과 민생파탄을 초래한 집권여당과 함께 무능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더민주당을 인천에서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낮은 정당 지지율이지만,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게 정의당 인천시당의 방침이다.

먼저 김성진 예비후보는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아도 계양<갑>에 출마하기로 했다. 계양<을>에도 후보를 내기로 했다. 계양<을> 더민주당 후보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인데, 이번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인천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송 전 시장이 사실상 야권연대를 깼다고 인식한 결정이다. 송 전 시장은 계양<을>에서 새누리당 이외에도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와 경쟁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부평<갑>ㆍ<을>, 남동<갑>ㆍ<을>, 남구<을>, 중ㆍ동ㆍ강화ㆍ옹진 선거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선거구들이다.

부평<갑>의 경우, 국민의당 문병호 국회의원이 3선을 노린다. 더민주당에선 이성만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후보가 있다. 여기다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면 4자 구도가 형성된다.

부평<을>도 마찬가지다. 정의당 김응호 예비후보가 출마하면, 4자 구도가 형성돼 3선을 노리는 더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부평은 인천에서 상대적으로 정의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 김성진 정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계양지역 관련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정의당 인천시당 제공>

야권, 여권 분열로 이긴 남동지역서 ‘적신호’

특히 야권연대가 깨지면서 가장 크게 위협을 받는 곳은 남동구다. 19대 총선에서 남동<갑>ㆍ<을>은 여당의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권 후보들 덕분에 야당 후보가 겨우 이겼다.

이번엔 반대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가 깨지면서 정의당의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이 출마하기로 했다. 남동<을>로 출마할 경우, 더민주당 윤관석 의원의 재선은 어려워 보인다.

‘막말 파동’의 장본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남구<을>엔 정의당에서 정수영 전 시의원이 출마한다. 국민의당 안귀옥 예비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해, 더민주당 후보와 함께 3자 구도가 예상된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데다 더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3자 구도는 야권에 필패임이 분명해 보인다.

중ㆍ동ㆍ강화ㆍ옹진 선거구엔 정의당 소속 조택상 전 동구청장이 출마한다. 양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도 야권에 힘든 이 선거구에서 야권 분열은 필패로 이어질 게 뻔하다.

여기다 신설 선거구인 연수<을>에 정의당의 김상하 변호사가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정의당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서구<갑>에도 후보를 낼 계획이다. 박종현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주말 사이에 추가 선거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필리버스터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더민주당이 ‘경쟁력’을 내세워 사실상 모든 선거구의 후보를 독식하려한다. 인천은 과거부터 야권연대로 집권여당의 오만함에 회초리를 들었다”며 “더민주당의 독선은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현재 야권연대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인천지역에서 진행된 야권연대 관련 논의는 다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계양<갑> 경선지역 발표로 야권연대가 깨진 거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우리가 봐도 그런 거 같다”면서도,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니 더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