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4.13 총선]안상수 전 시장, 여당 초강세 중ㆍ동ㆍ강화ㆍ옹진... 당내·외 ‘반발’
송영길 전 시장, 내리 3선 한 야권 강세 계양<을>

▲ 작년 4.29 인천 서구강화<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안상수 국회의원.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4.13 총선 지역구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전직 인천시장들이 각자 소속 정당 강세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해, 소속 정당 안팎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선 3ㆍ4대 인천시장을 역임했고, 재선 국회의원인 안상수 의원이 2일 중ㆍ동ㆍ강화ㆍ옹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다음날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전통시장 등을 돌며 선거운동을 본격화했다.

이번 선거구 획정에 따라 기존 서구ㆍ강화<을> 선거구에 있던 강화군이 중ㆍ동ㆍ옹진 선거구에 통합됐다.

안 예비후보는 “중ㆍ동ㆍ강화ㆍ옹진 선거구가 인천 전체 면적의 70%에 달하는 넓은 면적인데다, 그동안 국회의원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감당해야하기에 지역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낼 능력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인천시장 8년, 국회의원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ㆍ동ㆍ강화ㆍ옹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려”

안 의원이 중ㆍ동ㆍ옹진 선거구 출마를 선언하자, 먼저 등록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뿐 아니라 당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중ㆍ동ㆍ옹진 선거구는 ‘여당에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당 강세 지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이른바 ‘탄돌이’가 대거 국회에 입성한 17대 총선을 빼고는 현 여당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국회의원과 중구청장, 동구청장, 광역의원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하고 있다. 기초의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 의석 21개 중 15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강화군은 ‘인천의 TK(=대구경북)’라고 불릴 정도로 여당 강세 지역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여당 초강세 지역이 탄생한 것이다. 새누리당에선 이 지역에 예비후보 11명이 몰렸다. 전국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 안상수 예비후보는 3일 동인천역 북 광장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지역의 재래시장 등을 돌며, 본격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사진 : 안상수 예비후보 캠프>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의당 소속 한광원 전 국회의원은 최근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철수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연수구<을>로 출마 선거구를 바꿀 계획이다.

이런 선거구에 인천시장을 두 번 한 현역 재선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니,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이 지역의 새누리당 소속 한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그 정도 인지도와 정치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을 위해 한 석이라도 더 가져오게 서구로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 당이나 당원들 사이에서 안 의원에 대해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여성이나 인천 출신의 젊은 인재를 키워줘야 하는데, 전직 시장이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면 정치신인들은 언제 기회를 얻을 수 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두 예비후보 모두 실명 공개를 꺼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김찬진 예비후보와 정의당 조택상 예비후보 쪽은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중ㆍ동구를 8년간 방치한 사람이 안상수 예비후보다”라며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심판할 장이 바로 이곳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예비후보 쪽 관계자는 “의원님이 지역구를 선택한 기준은 ‘강화’였다”며 “1년 전 서구ㆍ강화<을> 유권자들이 뽑아주셨다. 서구에서 공약한 사항들을 대부분 해결했거나 진행 중이지만, 강화군 유권자에게 약속한 ‘강화~영종 민자 대교’와 ‘강화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은 추진이 안 돼 이를 추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중ㆍ동ㆍ강화ㆍ옹진 선거구로 출마한다”고 설명했다.

안 예비후보가 중ㆍ동ㆍ강화ㆍ옹진으로 출마한다고 하자, 강화를 기반으로 활동한 안덕수 전 국회의원은 지난 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덕수 전 의원은 강화가 계양<을> 선거구와 합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1월 말 계양<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에서 “공직선거법 25조에 의하면, 선거구는 인구ㆍ행정구역ㆍ지세ㆍ교통ㆍ기타 조건을 고려해 정하게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강화군을 중ㆍ동ㆍ옹진 선거구와 합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선거구 획정이다”라고 비판했다.

▲ 20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송영길 때문에 인천 야권연대 글렀다”

“인천 지역사회나 야권 지지층에선 송영길을 큰 정치인으로 키울 수 있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이번 총선에서 송영길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 모두 발로 차버렸다. 큰 정치를 하기보다 다음에 차려질 밥상에 욕심을 너무 냈다”

더민주당 소속 한 예비후보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실명 공개를 꺼린 이 예비후보는 “송 전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인천 총선 승리를 이끌고, 정권 교체에 헌신해야했다”고 덧붙였다.

계양<을> 선거구는 송 전 시장이 내리 3선에 성공했고, 19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최원식 국회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젊은 층이 밀집해있어 야권 지지세가 인천에서 가장 강한 곳이다.

송 전 시장은 올해 초부터 출마 지역을 놓고 고심하다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후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해 야권 혁신과 통합 등을 이끌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인천의 시민사회 일부 인사와 당원은 올해 초부터 ‘송 전 시장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 실세를 자처한 윤상현(남구을)이나 황우여(연수구갑) 의원과 싸우든가, 여당 강세 지역에 출마해 선거를 이끌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은 당내에서도 꽤 나왔다. 더민주당 소속 전직 지방의원은 “야권연대 승리 경험이 있는 인천만이라도 (야권)연대를 하려해도, 송영길이 계양<을>에 출마하면서 모든 것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인지도 등에서 송 전 시장에게 밀리는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송 전 시장과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인천 전체적으로 야권연대는 깨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인천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김성복 목사도 “곽한왕 전 천주교 인권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종교ㆍ시민운동계 인사들은 송 (예비)후보가 (야권) 텃밭인 계양<을>을 떠나 험지에서 출마해 인천 전체의 승리를 위한 견인차가 되어 달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송 전 시장의 욕심으로 최원식 의원과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인천 전체의 야권연대 논의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적 진출을 꿈꾸는 송 전 시장의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야권연대가 안 되면 최원식 선거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 목사와 몇몇 인사는 송 전 시장과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이 불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해 지역에서 ‘최원식 일병과 문병호 이병 구하기 프로젝트’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 총선 출마 기자회견 후 인천지하철을 타고 계양으로 이동하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수구 사시는 3대 모녀를 만났는데 지난 시장 선거 낙선을 믿을 수 없었다며 서운해 하셔 죄송한 마음이 컸다. 이번에는 지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올렸다. 그는 현직 시장 때도 종종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사진 : 송영길 예비후보 페이스북>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송 전 시장 쪽은 “송 (예비)후보가 정치적 동지 관계인 최(원식) 의원의 탈당을 여러 차례 막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불가피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만 말했다.

송 전 시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영선ㆍ김부겸ㆍ정장선 의원 등과 통합행동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분열된 야권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세력이 내부 혁신ㆍ통합 노력을 포기하고 성급하게 탈당해 야권분열을 했다”며 “계양 주민이 제1야당의 깃발로 당선시켜준 분들이 탈당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최원식 의원과 신학용 의원을 공격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