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6. 사회적협동조합 대구 씩씩한어린이집

<편집자 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여유롭고 웃음이 넘치는 씩씩한어린이집

[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1. 공동육아는 어떻게 시작됐나?
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3. 인천의 공동육아(하)-초등방과후
4. 어린이집과 마을공동체
5. 협동조합형에서 회원제로 - 제주 보물섬어린이집
6. 사회적협동조합 대구 씩씩한어린이집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등원 시간인 아침 9시 30분, 어린이집 마당 앞에서 만난 아이들이 교사가 돌리는 줄넘기를 넘으며 숫자를 세고 있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이제 들어가야 할 시간이네” 교사의 말에 아이들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어린이집 마당에는 모래가 있는 놀이터와 미끄럼틀이 있고, 바로 옆에는 화단이 있다. 화단은 바로 뒷산으로 이어지는 길과 연결돼있다. 지난 10월 12일 방문한 씩씩한어린이집(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은 아이들이 언제든지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큰 방에 모인 아이들과 교사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뼉치기(손짓율동)를 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율동이 끝나자, 날씨를 알아보며 교사가 물었다. “새벽까지 비가 온 것 같은데, 너희들 어린이집 올 때 비가 왔나?”

“아니~”
“아니다. 비가 왔다. 나는 비 두 방 맞았다”
“그래. 나도 네 방 맞았다”

“그럼, 비가 조금씩 왔나보네. 이제 아까 불렀던 노래를 ‘비가 몇 방울 왔어요’ 이렇게 바꿔서 불러볼까?”
“하나, 둘, 셋, 넷. 바람 불고, 비가 몇 방울 왔어요~. 비가 몇 방울 왔는데, 어디 가세요~”
“어, 누구는 머리 깎았네, 누구도 머리 깎고. 자~ 씩씩한(어린이집 아이들) 그동안 잘 지냈나?”

아이들은 모두 “잘 지냈다”고 답했다.

▲ 도토리묵을 만들기에 앞서 재료를 먹어본 아이들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 이번 주는 어떻게 지낼지 이야기해보자. 이번 주에도 보아하니, 할 일이 많아. 내일은 기차여행을 가서 기차도 타고 어제 답사 사진으로 본 식물, 동물 찾기도 하자. 목요일엔 하루 밤 어린이집에서 자는 터전살이도 있네. 이번 주도 잘 지내보자”

“이번에는 네 밤 자고 왔더니(연휴로 4일 연속 어린이집을 안 나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 보니까 아픈 아이들도 있어. 몸이 건강해야 잘 놀 수 있으니 몸쉬기(낮잠 자기) 잘 하자. 잘 할 수 있겠지? 지난주에 만들어 놓은 도토리묵 점심식사 때 맛있게 먹자”

큰 방에서 한 주를 여는 모임이 끝난 후 각자 방으로 이동했다. 각자 방에서 간식을 먹은 뒤, 어떤 방은 도토리묵 만들기, 어떤 방은 책 읽어주기, 어떤 방은 인근 천을산으로 나들이를 시작했다.

나들이를 가던 아이들은 나들이를 떠나려고 모여 있는 이웃 어린이집 아이들을 만났다.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 교사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봤다.

산길에 도착하자, 아이들 눈에는 나무와 풀, 곤충들이 모두 신기하고 재밌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를 본 아이들은 “거미가 엄청 크다”고 외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의 깊게 살폈다.

아이들은 산을 오르기 전 네모 모양의 넓은 하수구 앞에서 멈췄다. 구멍이 깊어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이 신기한지 깔깔거리며 하수구 위에서 계속 큰 목소리를 냈다.

교사는 아이들을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고 놀면 노는 대로 주변에서 지켜봤고, 나무나 풀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이야기를 해줬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95년 품앗이돌봄 공동육아어린이집 출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마을공동체와 공익활동

▲ 어린이집 인근 천을산으로 나들이를 가고 있는 교사와 아이들.
씩씩한어린이집은 1995년 8월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의 2층 건물을 임차해 문을 열어 올해로 20주년이 됐다. 경쟁 중심과 짜인 틀에 따라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자녀 보내기를 불안해했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6명이 보육을 고민하면서 1994년 12월 대구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여섯 가구가 출자금을 내어 공동육아 방식의 어린이집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품앗이 형태로 운영했다. 씩씩한어린이집이 생기기 1년 전에 서울 마포구 신촌지역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 운영을 보고 도움이 됐다.

개원 후 1997년 1월 대구공동육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씩씩어린이집(민간)으로 인가를 받았다. 1999년 3월에는 방과후 방을 개설해 운영했다. 2000년 8월에는 이전할 영구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터전이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교사대표제를 도입했다.

2001년 7월 임시총회를 열어 현재 사용 중인 영구터전이 위치한 시지동 64-6번지 토지 매입과 출자금 200만원 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조합원 간 갈등으로 조합원 여러가구가 탈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새로 영구터전(=어린이집)을 마련하는데 나무로 만들 것인가, 시멘트로 만들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하다 갈등이 커진 것이다. 어려움이 생겼지만 출자금 증액과 연말 가구별 분담금 추가, 보육료 인상 등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했다.

2002년 2월 터전을 이전했고, 2003년 10월에는 어린이집 인근 아파트에 공간을 마련해 씩씩한어린이집과 해바라기 방과후로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해바라기 방과후 터전을 현재 사용 중인 시지동 146-1 번지로 옮겼다. 마당이 있는 넓은 주택 전체를 임차한 것이다. 2007년부터는 어린이집과 방과후를 분리, 대구공동육아협동조합이 어린이집과 방과후를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협동조합은 2008년부터 마을과 지역에 관심을 더 가지기 시작했다. 천을산을 청소하는 ‘천을산과 더불어’사업을 진행했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달기 운동도 진행했다.

▲ 방과후 터전으로 사용 중인 주택과 마당.
2010년에는 천을산 생태 탐사와 자전거대행진 행사에 참여하고, 2011년부터는 시지지역 가정의 달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대구시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본부에도 참가하고 있다. 올해 5월엔 고산마을축제를, 9월엔 우리밀국수한그릇 무료나눔과 이웃나눔바자회를 공동주최했다. 최근에는 해바라기 방과후 영구터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토지를 지난해 8월 매입했다.

협동조합에는 현재 조합원 56가구와 후원자조합원 6가구, 직원조합원 4명이 가입돼있다. 어린이집에는 아이 36명과 교사 7명이 있으며, 방과후에는 아이 43명과 교사 5명이 있다. 어린이집은 4세방 한 반과 5~7세 통합방 세 개 반으로 운영하고 있고, 방과후는 4학년 이상 한 반과 1ㆍ2ㆍ3학년 한 반씩 운영 중이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다. 전국 공동육아 중 최초다. 전국의 공동육아 협동조합들이 대부분 올해 안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기 위해 추진 중이다.

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마을과 함께하는 공동육아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마을공동체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마을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법인으로서 역할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훈태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011년 교사들이 한 번에 다 빠져나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교사자격증이 있는 부모 조합원들이 품앗이 육아를 하며 공동육아를 지켜내는 등, 우리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열정이 높다”며 “행정적인 부분도 부모 조합원들이 많이 담당해 교사들이 가르치는 데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육아를 하면서 대부분의 조합원이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최근에는 6가구가 공동주택을 만들고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 후 조합원들이 공동육아를 마을에 확장하는 것이나 마을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몇 년 안에 변화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ttp://cafe.naver.com/siksikan, 053-791-6879)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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