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4. 어린이집과 마을공동체
서울 신촌 우리어린이집과 충남 홍성 갓골어린이집

<편집자 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성미산마을공동체의 근간이 된 신촌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

[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1. 공동육아는 어떻게 시작됐나?
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3. 인천의 공동육아(하)-초등방과후
4. 어린이집과 마을공동체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서로 마주보고 섰다. 교사가 “서로 인사합시다”라고 말하자, 바른 자세로 인사하기도 하고 절을 하기도 했다. 어떤 어린이들은 절을 하다 말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인사를 마친 어린이들은 직접 빚은 송편을 들고 마을 이웃들에게 추석맞이 인사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추석연휴를 앞둔 9월 24일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신촌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이하 우리어린이집)의 모습이다. 우리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매해 설날과 추석에 마을 이웃들에게 떡과 송편을 돌리며 인사한다.

우리어린이집은 1994년 서울 마포구 신촌 연남동에 사는 34세대가 모여 공동육아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 출발했다. 부모들의 힘으로 공동육아 터전을 만들고 서로 기대와 가치관을 나누며 함께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 방식을 고민해 문을 연, 우리나라 첫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향후 성미산마을공동체의 근간이 됐다.

▲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4일 우리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1994년 8월 연남동에 임시 개원하고 같은 해 9월 정식 개원한 우리어린이집은 1996년 3월부터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을 운영했다. 1997년 3월에는 터전(=어린이집)을 성산동으로 옮겼다. 그해 10월에 관인 ‘민간보육시설’로 등록했으며, 1998년 5월엔 인근 성서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지역과 함께하는 전래놀이 한마당’을 열었다. 조합원들은 이때부터 ‘마을’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했고, 마을을 고민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초등학생 대상 여름지역학교 ‘우리동네를 알자 - 성미산’을, 다음해 2월에는 초등학생 대상 겨울지역학교 ‘얘들아 놀자’를 열었다. 1999년 8월에는 방과후교실이 ‘도토리 방과후’로 독립했다. 2000년엔 우리어린이집을 졸업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원아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동네부엌’을 만들었고, 이를 ‘마포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현 울림두레생협)’으로 확장했다.

성산동에 있는 작은 산인 성미산 자락에 터를 잡고 있는 마을을 ‘성미산마을’이라 부르는데, 이는 2001년 ‘성미산 지키기 운동(성미산 배수지 저지 투쟁)’을 계기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운동으로 조합원들은 마을에 더욱 관심을 가졌고,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주민도 점점 늘어났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아이를 둔 조합원들 중에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들이 인위적인 인지학습과 주입식 교육이 가득한 일반학교를 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은 2004년에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들었다.

2005년 1월 서교동으로 이전한 우리어린이집은 같은 해 6월 부모협동보육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현재의 터전에 온 것은 2009년 5월이다. 2007년, 조합원 전원이 출자금 450만원씩을 기부하기로 마음을 모아 가능한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성인이 돼 멀리서 고향을 찾아와도 반겨줄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4일 우리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리어린이집은 조합원 간 경제적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교육을 실현하며, 저소득층에도 터전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2009년까지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보육비제도를 운영했다. 2010년에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공동체 품앗이 기금 제도’를 마련해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이나 주변에 형편이 어렵지만 아이를 맡겨야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어린이집에는 현재 3~7세 아동 33명이 다니고 있으며, 보육교사 7명이 일한다. 출자금과 월 조합비를 내야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다.

조합원이 늘어나고 생각을 같이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성미산마을공동체를 위한 활동도 하나씩 늘어났다. 현재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4곳, 방과후교실 4곳, 울림두레생협, 성미산학교(대안학교), 동네부엌(반찬가게), 마포FM(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되살림가게(재활용 순환가게), 한땀두레(바느질 작업장), 작은나무(마을 카페), (사)사람과마을(마을만들기 단체), 마포희망나눔(주민자조 복지단체), 성미산마을극장(소극장), 성미산밥상(유기농 식당), 도동계, 문화예술동아리(10개) 등이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신촌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조합원이자 홍보이사인 이종화씨는 “부모들이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마을에 만드는 일이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동과 연계된 것 같다”며 “시골 마을에 가면 온 동네 사람이 서로 알고 인사하는 것처럼, 그런 마을을 만들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http://cafe.naver.com/gongdongwoori/ 02-324-0933)

자연과 마을에서 자라는 갓골어린이집

▲ 지난 9월 23일 갓골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하원을 앞두고 놀이터에 모여 놀고 있다.
9월 23일 방문한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에 위치한 갓골어린이집은 큰 나무에 가려진 언덕 위의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하원을 앞둔 시간이라 그런지 어린이집 옆에 마련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뛰어놀고 있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합니다. 일생의 기초가 놓이는 중요한 시기지요. 어린이는 미숙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를 가진 인격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합니다. 도시문명과 경쟁사회의 현실 속에서 어린이를 억누르는 구속을 떠나 자연과 가정, 이웃과 마을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가운데 자기를 표현하고 소중히 여기며 튼튼하게 자라고, 하나님과 부모님께 감사하고 친구들끼리 다름을 인정하면서 사이좋게 지내어, 어른의 욕심에 따라 찌들거나 어린이 시기를 훌쩍 넘어 애어른이 되지 않고 어린이다우면서 자연과 고향을 사랑하고 평화로운 미래 사회를 만들어갈 몸과 마음의 바탕을 놓도록 합니다’

갓골어린이집 소개 책자에 있는 문장이다. 갓골어린이집의 교육철학을 모두 담은 듯하다. 갓골어린이집은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니고 생태유아공동체어린이집이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는 공동육아와 다르지 않다. 어린이를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갓골어린이집은 1981년 3월 문을 열었다.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부정책이 거의 없던 시절인 1979년, 홍동지역 대안학교인 풀무학교의 홍순명 교장을 중심으로 몇 명이 어린이집 건립을 제안했다. 농촌지역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홍동지역 주민들은 어린이집 건립 준비위원회를 조직했고, 1980년 8월엔 운월리를 중심으로 인근 6개 마을에서 2명씩 참여해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풀무학교가 땅 520평(약 1719㎡)을 기증했고, 독지가의 기부금과 지역주민들의 노동력으로 시멘트 벽돌 건물(35평=약 115.7㎡)을 신축했다. 1981년 3월 어린이 42명을 받아 개원했으며, 홍순명 교장이 초대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갓골어린이집은 원장, 풀무학교 교사(1명), 풀무신용협동조합(1명), 부모 대표(2명), 면내 유지(2명)로 이사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갓골어린이집을 개원하며 홍순명 초대원장은 “어린이들의 재롱만이 아니라 좋은 성격, 사회성,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교육 내용은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내용과 방법을 비교ㆍ연구해 실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수업은 매일 오전 3시간씩 했다. 무공해 영양식빵과 풀무목장 우유를 간식으로 제공했다. 화신리와 문당리 등, 먼 거리에서 오는 어린이를 위해 제주도에서 토종 조랑말을 사와 농기구협동조합에서 제작한 마차와 연결해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986년에는 어린이집 분원으로 문화동 어린이집을 임시 운영하기도 했다. 1992년에 사회복지법인 ‘갓골원’을 인가받아, 1993년 사회복지법인 ‘갓골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개원했다.

▲ 갓골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홍동지역 논두렁을 뛰어다니고 있다.
갓골어린이집은 지역 주민과 부모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ㆍ교사협의체ㆍ보육시설운영위원회ㆍ교육협의회ㆍ식단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가 주축이 돼 어린이집의 건전한 교육ㆍ운영ㆍ건강ㆍ생활ㆍ지역관계를 책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소통 구조를 가지고 있어 1년에 세 번 운영하는 부모참여프로그램 참여도가 높고, 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어린이집을 개방한다. 보육교사들이 자기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수교육에 많이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갓골어린이집은 홍동지역에서 친환경유기농 급식에 앞장서는 역할도 했다. 설립 이후 계속 아이들에게 유기농 쌀과 채소,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부식을 먹인 것이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떡과 식혜 같은 전통음식과 풀무건강빵ㆍ당근ㆍ발효음료 등 친환경 재료 간식도 제공하고 있다. 갓골어린이집의 영향으로 홍동의 친환경 쌀은 홍동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에 급식에 제공됐으며, 이는 홍성군 전체로 확대됐다.

아울러 갓골어린이집은 홍동지역 주민들한테서 재능기부를 받아 축구교실ㆍ풀무학교ㆍ논배미학교ㆍ발맑도서관 등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를 배우고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게 하는 것이다.

갓골어린이집의 주된 교육활동은 ▲세시풍속행사 ▲산책 ▲텃밭가꾸기 ▲지역 기관 연계프로그램 ▲바깥놀이 몸짓과 손끝놀이 ▲환경지킴이 ▲생태예술 ▲책 읽어주기 ▲혼합 나이반 운영 ▲소수자(장애와 다문화가정) 통합 운영 등이다. 매해 11월에 열리는 홍동지역 마을축제인 홍동거리축제에 참가해 공연하고 있고, 노인요양원에 가서 재롱잔치를 하는 봉사활동도 지속하는 등,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도 함께 하고 있다.

갓골어린이집에는 현재 만1~5세 아동 66명이 다니고 있으며, 보육교사 6명과 상주인력 6명 등 총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갓골어린이집은 부모에게 따로 받는 보육료는 거의 없으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운영비와 보육료만으로 운영된다.

올해 3월 1일자로 취임한 박원주 갓골어린이집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에서 10년간 일한 경역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갓골어린이집은 이상적인 유아교육을 하는 곳으로 항상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던 곳이었다”며 “부모들의 관심도가 높은데, 좋은 관심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지역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좋은 먹을거리도 먹게 하며 지역의 건강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http://cafe.daum.net/gatgool/ 041-633-3221)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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