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3. 인천의 공동육아(하)-초등방과후

<편집자 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해맑은어린이집과 해맑은초등방과후

[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1. 공동육아는 어떻게 시작됐나?
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3. 인천의 공동육아(하)-초등방과후
인천의 첫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계양구 효성동에 1998년 3월 개원한 해맑은어린이집이다.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공동육아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이 6개월간 준비한 끝에 마련했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던 부모, 하루 종일 갇혀있는 육아시설에 아이를 보내며 불안해하던 부모, 각박한 도심생활 속에서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 등, 열 가구(자녀 수 총13명)가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참가해 ‘해맑은놀이방’으로 인가받으면서 해맑은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0년 해맑은어린이집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이듬해 영구 터전(=어린이집, 계양구 향교로 18번길 6-1)을 구입했으며, 2003년 비영리단체인 ‘해맑은공동육아연구회’를 설립해 연구회가 해맑은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형태로 했다. 2007년 조합원들이 출자를 늘려 기존의 낡은 주택을 새 건물로 신축하면서 민간어린이집에서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형태를 전환했다.

해맑은어린이집은 ▲나들이와 텃밭 가꾸기 등, 자연 친화 교육 ▲공동체놀이와 어른들의 공동체문화 만들기 참여로 공동체 교육 ▲형제자매와 함께 자라는 것과 같은 상호소통 강조와 장애통합교육 등을 위한 통합 교육 ▲어른ㆍ교사ㆍ친구ㆍ형님ㆍ아우 등의 관계를 원만하고 자연스럽게 맺을 수 있게 하는 관계 교육 ▲생활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하는 생활중심 교육 등, 공동육아의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해맑은어린이집의 운영방식은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초창기부터 아이들이 교사나 다른 원아의 부모에게도 평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가정에서 엄마에게 이야기하듯 어른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부모ㆍ자식ㆍ형제 같은 관계를 맺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어른들은 원아가 지어준 ‘자두’, ‘고양이’, ‘보글이’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부모들 간에도 나이나 직업에 구애됨 없이 가족처럼 편안한 관계맺음을 하며 지낸다.

이윤정 이사장은 “거리낌 없이 평등하게 지내니, 아이를 키우러 왔다가 어른들끼리 어울리게 됐다”며 “서로 이해심이 높아지니 수시로 만나기도 하고 축구ㆍ반찬ㆍ독서 등 모임을 만들어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미사리 경정공원에서 열린 전국공동육아한마당에 참가한 해맑은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 가족들.
2007년 영구 터전을 신축하면서 시설부족으로 2005년 해제됐던 해맑은어린이집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해맑은 초등방과후를 열었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졸업한 이후 조합원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대안학교나 일반학교로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동체적 삶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는 공통된 고민이었다.

학원을 보내지 않고 아이들을 키워보자, 영구터전이 있는 동네에 함께 살면서 인근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함께 키워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인근에 얼마 살지 않았던 조합원이 점점 늘어 전체 가구의 3분의 1 가량인 13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초등방과후는 2011년 영구 터전과 공간을 분리한 뒤, 2012년부터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교사 2명이 아이 20명을 맡아 저학년(1~3학년)과 고학년(4~6학년) 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초등방과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원이 돼야하며 매달 일정 정도의 운영비를 내야 한다.

초등방과후에선 학원에서 가르치는 국어ㆍ영어ㆍ수학이나 시험을 위한 대비 교육 등, 인위적인 인지학습이나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는다.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이 머물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오후 2~3시께 아이들이 오면 학교 숙제하는 시간을 준 후 나머지는 책 읽고 토론하기, 그림그리기, 동아리활동을 주로 한다. 또한 생태와 전통 교육, 지역사회(마을)를 알기 위한 지역탐방이나 역사탐방 등의 지역사회 교육, 인권과 자치 보장을 위한 민주시민 교육을 주요 교육활동으로 정했다.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 등 공동육아를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졌고,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경인교육대학교 인천캠퍼스에서 여는 5월 5일 어린이날 큰잔치 ‘야야, 이리나와라’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인천시나 계양구의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사업에 선정된 마을학교를 운영 중이다.

▲ 해맑은 공동육아가 진행한 ‘계양어린이역탐험대’ 활동 모습. 참가 어린이들이 2015년 들어서 처음 열린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했다.
2014년 계산동마을학교 ‘역사탐험대’는 초등방과후 아이들뿐 아니라 계산동 지역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게 열었다. 올해 계산동마을학교는 지역의 작은도서관ㆍ생협ㆍ새마을금고ㆍ주민센터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확장 운영하고 있다. 놀이ㆍ환경ㆍ문화재ㆍ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32명의 마을아이들이 ‘놀자문탐험대’, ‘책과 노니는 아이들’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합원들은 최근 총회를 거쳐 연구회를 ‘(가칭)계양해맑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하고 보건복지부에 사회적협동조합 등록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해맑은어린이집과 해맑은초등방과후를 운영하는 형태를 갖추려는 것이다.

이윤정 이사장은 “아이들이 초교에 가고 그 아이들의 친구를 보면서 이 마을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문제뿐 아니라 안전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마을공동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http://haeya.gongdong.or.kr/ 032-546-2889)

희망세상어린이집과 하제누리초등방과후

▲ 지난 9월 열린 추석맞이 대동놀이에 참가한 희망세상 어린이집과 하제누리 초등방과후 어린이, 교사, 가족들.
1998년 8월 부평구 십정동에 정식 인가를 받고 문을 연 희망세상어린이집(이하 희망세상)은 인천지역 시민단체나 노동운동단체 활동가들의 자녀 양육을 위한 보육시설로 처음 출발했다.

여성 활동가들이 육아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자, 노동운동단체 사무실 한 쪽에 놀이방을 만들고 부모들이 품앗이를 하며 아이를 키웠다. 이중 몇몇의 여성 활동가가 아이를 제대로 키워보자는 마음을 먹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1998년 8월 정식 인가를 받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노동운동단체 회원의 자녀를 함께 키우는 시설로 출발했지만, 1999년부터는 지역사회와 함께 키우는 육아방식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자고 제안하고 구별 설명회 등을 진행하며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1999년 발기인 총회를 거쳐 2000년 4월 창립총회를 연 후 조합원과 출자금을 모아 현재의 부평3동에 영구터전 (부평구 창휘로 10번길 22)을 개원했다. 협동조합은 처음부터 희망세상을 다니는 아이뿐 아니라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을 지역사회가 함께 키워야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01년 5월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부평공원에서 연 1회 어린이날 큰잔치 ‘어깨동무 내 동무’와 같은 해 7월 개최한 ‘실직가정 자녀를 위한 여름학교’이다.

희망세상은 중심 교육을 ▲확대된 연령과 시간의 통합으로 다양한 또래관계와 사회경험을 익히는 연령 통합 ▲다양한 재료로 오감을 자극해 느껴보고 탐색하는 경험으로 신체발달을 돕는 오감놀이 ▲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나들이 등으로 잡고 있다.

영구 터전 1층 화단과 2층에 운영 중인 텃밭 나들이와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기록해 공감할 수 있는 ‘마주이야기’ 등은 눈길을 끄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희망세상의 기타 운영방식은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초기부터 조합원 가정의 소득 수준을 5개 등급으로 나눠 등급에 따라 조합비를 달리 받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희망세상도 초교에 가야하는 졸업생이 생기면서 초등방과후를 고민했다. 그 결과 2006년 3월 졸업생들이 다닐 초등방과후 ‘늘봄교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늘봄교실은 2010년 2월 문을 닫았고, 2011년 3월 하제누리 초등방과후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정희선 하제누리 대표교사는 “희망세상 원아들이 졸업하면서 대안학교를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반 학교에 입학한다”며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들이 초교에 들어간 후 짜인 수업 안에서 생활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는 것은 맞지 않았고, 안정되고 즐겁게 생활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조합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초등방과후를 자연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 하제누리 초등방과후 아이들이 지난 6월 20일 인근 희망공원에서 열린 단오 행사에서 공연하고 있다.
하제누리는 현재 교사 3명이 아이 31명을 맡아 운영 중이다. 1~2학년과 3~4학년 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5~6학년 반도 만들 계획이다. 하제누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원이 돼야 하며, 매달 일정 정도의 보육료를 내야 한다.

하제누리도 해맑은 초등방과후와 다르지 않게 인위적인 인지학습이나 주입식 교육은 하지 않고, 쉼과 여유가 있는 생활공간으로 만들려한다.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20분 사이에 아이들이 오면 다른 아이들이 오긴 전까지 숙제를 하거나 쉬게 한 후, 3시 20분부터 간식을 먹고 조를 나눠 청소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청소가 끝나면 주로 책을 읽는다. 계절별로 함봉산과 희망근린공원 등을 방문하는 숲속 방과후 활동, 인천의 명물과 우리 동네 알아보기 등 미션 나들이 등도 진행한다.

협동조합은 하제누리를 운영하면서 마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도시가스 설치를 위한 마을위원회 구성에 함께 참여해 주민 서명운동을 벌였고, ‘아이들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인천시와 부평구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부평3동 여성아동의 안심안전프로젝트’가 인천시 안전허브마을 사업으로, ‘부평3동 신나는 골목, 안전한 마을’ 사업이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에도 안전마을한마당을 진행한다.

하제누리 아이들은 지난해 동네 곳곳을 돌며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살피고 동네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지저분한 곳엔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포스터를 제작해 붙이는 등, 안전한 마을 사업에 앞장섰다.

또한 하제누리는 지난해 5월부터 인근 희망공원에서 단오행사를 열었다. 아이들이 행사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동네 곳곳에 붙이고, 단오선 만들기ㆍ창포물에 머리감기 등 체험마당을 운영했다. 수리취떡을 노인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도 해맑은처럼 최근 총회를 거쳐 ‘(가칭)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하고 보건복지부에 사회적협동조합 등록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정희선 교사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경험이 단순한 학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가 지저분한데 어떻게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등, 우리 삶과 연결된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사, 부모, 동네가 아이의 삶과 연결돼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 그렇기에 동네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goodkids.or.kr/ 032-521-4630)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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