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 <편집자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인천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여러 번 언론에 오르내리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이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서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해맑은어린이집ㆍ희망세상어린이집ㆍ너랑나랑어린이집ㆍ감자꽃어린이집이 바로 공동육아를 지향하는 곳이다. 이 어린이집들은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보육정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그때 뿐이고, 건강하고 안전한 보육을 만들려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실천 또한 부족해 보인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인천 공동육아의 역사
[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1. 공동육아는 어떻게 시작됐나?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
그 후 1998년 8월 부평구 십정동(현재는 부평3동)에 희망세상어린이집, 2001년 9월 남구 문학동에 너랑나랑어린이집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검단신도시가 들어선 후인 2012년 3월 서구 왕길동에 감자꽃어린이집이 문을 열며 인천에는 모두 4곳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들어섰다. 최근에는 청라국제도시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 건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맑은어린이집과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을 졸업한 초등학생들을 돌보는 방과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번 호에선 공동육아 어린이집만을 운영 중인 너랑나랑어린이집과 감자꽃어린이집을 살펴본다.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방과후에 보내기 위해선 우선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돼야한다. 보통 조합원의 회칙을 안내 받은 후 동의하면 출자금과 가입비를 내고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대기자가 많은 곳은 면접심사를 볼 수도 있다.
출자금이나 매달 내는 비용은 어린이집마다 차이가 있다. 보통 출자금은 500만~700만원, 가입비는 35만~50만원이다. 매달 내는 조합비와 보육료는 40만~50만원 정도이고, 모든 조합원이 거의 같은 비용을 낸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해 받는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방모임, 정기 조합원 교육, 일일교사나 보조교사 활동 등을 참가해야 한다.
푸른두레생협 조합원들이 시작한 너랑나랑어린이집
푸른두레생협 엄마 모임으로 시작해 조합원 16가구를 모은 후 같은 해 7월 총회를 열고 초대 이사장을 선출했다. 두 달 뒤인 9월 1일 현재의 터전(=어린이집)에서 원아 20명으로 개원했다. 이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원을 준비하며 공동육아운동단체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너랑나랑은 단독주택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너랑나랑 관계자들은 이 터전이 공동육아를 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육아 교육활동의 많은 시간을 나들이에 할애하다 보니 주변 환경이 중요한데, 이곳은 문학산과 인천도호부청사, 문학경기장 등, 아이들이 걸어서 찾아갈만한 곳들이 많다.
고천진 너랑나랑 대표교사는 “터전을 물색하며 주변에 다양한 자연환경이나 역사 관련 시설물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졌다”며 “15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좋은 장소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원아가 점점 늘어 26명까지 있기도 했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졸업생을 위한 방과후도 운영했다. 하지만 현재 원아는 16명이고, 방과후를 운영하지 않는다. 3세, 4~5세, 6~7세반 등 3개 반을 교사 4명이 운영하고 있지만, 통합반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어린이집 개원 때부터 통합반 운영을 지향해왔다. 연령을 넘나들어 서로 부딪히고 부비고 해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연령별 통합뿐 아니라, 전체 통합 활동도 많이 한다. 문만 열면 다른 반으로 오갈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부엌이 원아 활동 공간과 함께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등, 가정집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루 활동을 보면, ▲하루 생활을 안내하거나 지켜야할 약속과 규칙을 만들고 공유하는 자리인 모둠활동(등원~오전 10시 30분) ▲터전 주변을 탐험하거나 동네의 생김새를 파악해오는 일상나들이 또는 인천대공원ㆍ전통시장 탐방 등 먼 곳으로 떠나는 먼 나들이(오전 11시~정오) ▲점심식사(오후 12시 30분~1시 30분) ▲낮잠 자기(오후 2~4시) ▲나들이 연계활동이나 음식 만들기 활동 등의 교육활동(오후 5~6시)으로 이뤄져있다.
연중 활동으론 ▲5월 조합원 가족들이 모두 함께 1박2일로 떠나는 조합원 들살이 ▲9월 개원을 기념해 동네를 돌며 풍물공연을 하고 고사를 지내 주변 주민들에게 떡을 돌리는 ‘개원 기념잔치’ ▲10월 원아와 교사만 함께하는 들살이 ▲12월 다같이 모여 한해 활동을 축하하는 ‘한해 보내기 잔치’ 등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마다 졸업생들이 찾아와 1주일 정도 원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졸업생과 한 주 살이’는 원아와 졸업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원아에겐 선배들과 추억을 쌓고, 졸업생에겐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사는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맡기고 있는 전정희씨는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야하는데, 터전은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는 곳”이라며 “교사들이 친구도 되고 부모도 되고 형님도 되면서 함께 놀며 자라는 곳이라는 게 너랑나랑어린이집의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주소 - http://youandme.gongdong.or.kr Tel. 010-5547-5771)
검단맘 인터넷 카페 엄마들의 안전한 어린이집 만들기로 시작한 감자꽃어린이집
당시 검단은 신도시라 아이를 맡길 믿을만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없었다. 2011년 겨울엔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여러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맡길 어린이집을 찾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검단맘카페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카페지기가 공동육아를 제안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검단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10여명을 모집했다.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은 카페지기가 맡았다.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두 달 만에 교사를 모집하고 가구 등을 마련한 뒤 터전을 임차했다.
주변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찾았는데, 현재 터전이 있는 아파트단지 가까운 곳에 산과 공원이 있었다. 원아 20명으로 출발한 감자꽃은 1년이 지난 후 원아가 28명으로 늘면서 터전을 두 개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개를 운영하다보니 ‘함께 살이’가 잘 안 되고 교사와 부모의 어려움이 컸다.
현재 교사 5명에 원아 20명이 생활 중이며, 3세ㆍ4세ㆍ5~7세반 등 3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새 터전은 원아 30명 규모라, 이사 후에는 3~4세 통합반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감자꽃의 하루 활동은 너랑나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에는 동네 뒷산이나 공원에서 나들이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강강술래ㆍ노래 부르기ㆍ씨름 등을 연령 통합으로 진행한다. 또한 나들이에서 본 거미나 개미 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이나 열매를 주워 붙이는 활동 등도 진행하고 있다.
감자꽃은 아직 구체적인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영구 터전이 될 새 터전으로 이사를 간 후에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동에 조금씩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미선 검단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터전이 아파트다 보니 조금만 시끄러우면 민원이 많았다”며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하거나 동지 때 팥죽을 쒀서 드리는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 터전 쪽으로 이사를 오는 조합원도 있다”며 “새 터전을 중심으로 원아들이 마음껏 안전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하고, 따뜻한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홈페이지 주소 - http://potatoflower.com Tel. 070-7550-4463)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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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영 기자
bpnewsj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