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5
협동조합형에서 회원제로 - 제주 보물섬어린이집

<편집자 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호기심 많고 붙임성 좋은 아이들

[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1. 공동육아는 어떻게 시작됐나?
2. 인천의 공동육아(상)-어린이집
3. 인천의 공동육아(하)-초등방과후
4. 어린이집과 마을공동체
5. 협동조합형에서 회원제로
- 제주 보물섬어린이집
“누구세요?” “누구세요?”

어린이집 2층 복도에서 만난 아이들이 연신 물었다.

우리는 장난을 치듯이 되 물었다.

“우리가 누굴까요?”

“빨리 알려주세요. 누구세요?”

아이들은 궁금증을 잠시도 참지 못하고 연신 우리가 누구인지 물었다.

“우리는 여기 보물섬어린이집 여러분이 얼마나 재밌게 놀고 있는지 구경하러 멀리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함께 온 류부영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 이사장에게 매달렸다. 업어달라는 아이, 팔을 잡고 한 바퀴 돌려달라는 아이, 의자에 올라 팔을 번쩍 들며 “내 키가 더 크지?” 하고 외치는 아이. 복도는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지난 10월 5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보물섬공동육아어린이집(제주도 제주시 오라2동)의 아이들은 호기심 많고 붙임성 좋았다.

보육교사가 우리가 인천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렸는 데, 아이들은 인천을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그러자 교사가 “우리가 지난번에 지도를 보면서 지역을 알아봤잖아. 인천도 얘기하지 않았나?” 하고 말하자, 아이들은 “아, 맞다.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큰 공항이 있는 곳이다”하고 외쳤다.

한 아이가 지도를 바닥에 펼쳐놓자, 교사는 “인천이 어디?” 하고 물었고, 아이들은 “여기요, 여기” 하면서 인천을 가리켰다. 교사는 “그래, 우리 오늘은 멀리서 손님이 오셨으니, 더 재밌게 하루를 보내자”라고 말했다.

1층 큰 방에 모인 아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춤을 췄다. 10월의 첫 월요일이라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모여 한 달을 여는 날이었다.

모두 모이자, 대표교사가 말을 꺼냈다.

“반팔 옷 입은 사람 손들어 보자. 그럼 긴팔 옷 입은 사람은? 긴팔 옷 입은 사람이 더 많네. 10월은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달이라 건강에 유념하면서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자.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나들이를 많이 가자. 오늘은 감을 따기로 한 날이지? 감은 어떻게 따야 잘 딸 수 있을까”

한 아이가 말했다. “감을 잡고 드라이버처럼 돌려서 따면 되지” “하하하(다 같이 웃음)”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높이 있는 감은 도구를 이용해 따면 되고. 그럼 노래를 불러보자” 다함께 ‘감홍시’를 불렀다.

1995년 보물섬어린이집으로 출발

▲ 지난 5일 방문한 보물섬공동육아어린이집의 교사와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보물섬공동육아어린이집은 1995년 2월 제주시 연동의 번화가 건물 2층을 임차해 문을 연 민간어린이집 보물섬어린이집에서 출발했다. 당시 아동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김형신 원장(현 보물섬교육공동체 교육센터장)이 열악한 보육시설들의 모습을 본 후 제대로 된 어린이집을 운영해보자는 취지로 문을 연 것이다. 김 원장은 교사 한 명당 아이 10명의 정원제로 운영했다. 또한 당시 다른 어린이집들은 간식으로 초코파이나 요구르트, 과자와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보물섬어린이집은 참깨죽이나 들깨죽 같은 간식을 줬다.

이런 운영이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보물섬어린이집은 금방 유명해졌다. 들어오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할 정도였다. 원장과 보육교사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재정 운영을 모두 공개해 운영하니,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이 생겼다. 부모들의 자발적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당시 민간어린이집이 단독으로 운동회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보물섬어린이집은 단독으로 했고,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지향하는 어린이집이 되어갔다.

2002년 공동육아어린이집으로 개원

▲ 지난 5일 어린이문화학교 굴렁쇠의 어린이들이 나들이를 떠나 숲을 걷고 있다.
원장과 교사들은 2000년 공동육아를 접했고 지향점이 같다고 느꼈다. 이후 서울의 공동육아연구원(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을 찾아가 공동육아를 배우며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김형신 센터장은 “공동육아연구원을 찾아가 보물섬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아, 이미 공동육아를 하고 있네요’라고 했다”며 “그 이야기가 힘이 되고 자긍심이 돼 더 신명나게 부모들을 설득하며 공동육아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어 출자금을 모으고 번화가의 2층 콘크리트 건물을 벗어나 마당이 있는 영구터전(=어린이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도 컸다.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풍물과 전통문화를 마음껏 가르치고 자연으로 마음껏 나들이를 갈 수 있는 곳에 터전을 만들고 싶었다. 부모들이 출자금 200만원씩을 내고, 교사회가 1000만원을 내 지금의 영구터전으로 이전할 수 있었다.

2001년 4월 공동육아협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같은 해 10월 조합원 35가족과 교사 5명이 창립총회를 열었다. 2002년 8월 영구터전을 준공한 후 같은 해 10월 보물섬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보물섬)을 개원했다. 제주도 최초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이었다.

2006년 2월에는 보물섬 졸업생들을 위한 초등방과후인 ‘굴렁쇠’를 신설했다. ‘굴렁쇠’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보물섬 졸업생이 아닌 아이도 많이 참여했다. 2009년 9월 초등방과후를 ‘어린이문화학교 굴렁쇠(이하 굴렁쇠)’로 전환해 독립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초창기 교사들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그만두면서 보물섬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신입교사들이 부모들의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하면서 협동조합 이사회와 교사, 부모와 교사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2009년에는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출자금 반환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공동육아는 유지하되 협동조합을 해산하고 회원제로 가기로 했다. 협동조합을 해산하면서 이미 졸업한 자녀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출자금은 모두 반환했다.

2010년 회원제 보물섬교육공동체 창립

▲ 보물섬교육공동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의 모습.
2010년 11월 보물섬교육공동체를 창립했다. 그해 12월에는 제주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이듬해 9월에는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를 개교했다. 어린이집을 나갔던 초창기 교사들도 다시 돌아왔다.

보물섬교육공동체는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 대안학교,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조합원이 아닌 회원제로 운영하는데, 회원이 아니더라도 보물섬학교를 제외한 기관들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00만원 이상을 기부(5년 이후 반환 가능)하면 평생회원이 되며, 보물섬교육공동체 내 기관 이용 시 최우선권과 기부금의 10% 면제 혜택을 받는다. 후원회원이나 명예회원은 월 1만원 이상 후원하거나 물품 후원한다.

보물섬교육공동체는 ‘지역의 많은 아이가 출자금 없이도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문턱이 없는 공동육아를 만들려한다’고회원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각 기관이 재정적
으로 독립해 서로 유대하며 책임을 지는 구조로, 부모들이 재정 책임과 의무적인 부모활동 참가에서 벗어나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자발적 공동육아를 즐길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교육센터는 각 기관의 교육성과를 축적하며 공동육아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책임지면서 교사역량을 강화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

현재 보물섬어린이집에는 아이 43명(3~4세 11명, 5세 10명, 6세 11명, 7세 11명)과 교사 5명이 있으며, 굴렁쇠에는 아이 28명과 교사 4명, 보물섬학교에는 아이 40명과 교사 8명이 있다.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부모 참여는 월 1회 방모임 등, 다른 공동육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김형신 센터장은 “회원제로 바꾸고 나서 문턱이 많이 낮아지고 교사들의 역량이 높아졌지만, 부모의 참여가 의무가 아니다보니 참여율이 저조해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는지, 나중에 성인이 돼서는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다. 아이들이 공동체를 만들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http://www.bomulisland.co.kr, 064-749-0669)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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