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준연동형 고수’...야권연대 승부수
인천, 2012년 19대 총선서 야권연대 성사
야권연대 성사 시 향후 연립지방정부 ‘기대’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

오는 4월 10일 치르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22대 총선 기조를 ‘윤석열 정권 심판’으로 정하고, 이 뜻에 공감하는 진보정당과 함께 선거연합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에 선거연합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야권연대의 의미를 짚어본다. <기자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 대표는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제안했다. (사진제공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 대표는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제안했다. (사진제공 더불어민주당)

12년 만에 ‘야권연대’ 공식화

지난 5일 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 대표는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불완전하지만 소중한 한걸음이다”며 “여당이 칼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 못 한다. 정권심판 동의하는 세력과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야권연대를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총선 승리를 위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주장이 팽팽했던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위임했고,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 방지 입법과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공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추진하지 못해 연동형 도입이 불가능해졌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꼼수 위성정당’ 출현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경우 공약을 정면으로 파기하는 동시에 심판 대상으로 꼽은 국민의힘의 의견에 동조하는 꼴이 돼버린다. 다른 야권의 거센 비판도 생각해야 했다.

결국 장고 끝에 이 대표는 ‘차악’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선택했다. 국민의힘과 박빙 승부를 벌어야 하는 일부 선거구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진보진영과 세력을 결집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고민은 선거대연합을 발표한 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지역구를 포함한 전체 선거 전반에 대한 협력체계 구축이 과제이다”며 “지역구부터 비례대표까지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20대 총선과 관련해 광역시도당 차원에서 야권연대를 이뤘다. 이 야권연대 성과로 인천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7명이나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20대 총선과 관련해 광역시도당 차원에서 야권연대를 이뤘다. 이 야권연대 성과로 인천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7명이나 당선됐다.

야권연대 ‘모범’ 인천에 쏠리는 눈

지난 2012년 치른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 이보다 2년 앞서 치른 2010년 5대 지방선거에서 완성했던 야권연대의 성과가 축적된 결과였다.

당시 야권연대의 명분과 필요성은 대두됐지만, 지역과 정당별 상황으로 인해 야권연대는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 등 몇 지역에선 야권연대를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인천 내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일었지만 대부분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의 경선이 진행됐으며, 인천 남구갑(현재 동구·미추홀구갑) 선거구엔 통합진보당 김성진 후보를 공천하기로 합의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김종인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야권연대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인천에선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엔 민주당이 집권여당인 상황에서 ‘야권연대’라는 단어의 명분이 부족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차지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개헌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막강 권한을 지녔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연일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180석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180석을 확보했지만 개혁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민주당 독자 과반이 아닌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 과제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표가 선거대연합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3일이 지난 지난 8일 민주당은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에 ‘범야권 지역구-비례선거 대연합‘을 제안했다.

지난 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대연합을 만장일치로 추인한 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역구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논의 과정,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천은 야권연대의 모범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고, 인천 남동을 선거구 출마를 예고한 녹색정의당 배진교(비례)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협상에 나설 것이 유력한 점을 고려하면 인천에서 야권연대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무리는 아니다.

왼쪽 위 부터 Z자로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의 로고. 
왼쪽 위 부터 Z자로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의 로고. 

22대 총선 야권연대, 향후 대선까지 이어질까

민주당이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 등에 ‘범야권 지역구-비례선거 대연합‘을 제안했고, 각 정당은 민주당의 제안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새진보연합 측은 일찌감치 민주당에 같은 제안을 했고, 민주당이 제안하자마자 수락한다는 뜻을 밝히고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에 함께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민주당의 공식 제안 이후 당내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위성정당’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토세력이 있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녹색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선거대연합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3일 만에 공식 제안을 했다. 선거대연합을 대하는 민주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진보당은 이미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100석 미만, 야권 200석 이상을 실현하는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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