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운영의 진짜 주인공 공사 자회사 노동자들
민주노총이 대표노조가 되자 관리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김진수·송종민·유상준 노동자

인천투데이=한수진 시민기자 | 쉼 없이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국제공항은 설렘의 공간이다. 공항 청사의 반짝이는 유리 외벽이 눈에 들어오면, 그 설렘은 배가된다. 그리고 그곳에도 사람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노동자 정규직화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직접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며 시작됐다. 당시 일명 ‘인국공 사태’로 불렸던 무수한 논란은 뜨거운 이슈였다.

논란 끝에 인천국제공항 운영인력의 약 90%를 차지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공사가 자회사 3개를 설립해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 뒤 3년이 지났다. 현장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 3명 김진수(현 운영통합지회 사무국장), 유상준(전 교통지회 지회장), 송종민(전 교통지회 사무장) 노동자를 노동자교육기관에서 만났다.<기자 말>

1인 시위 중인 인천공항지역지부 통합운영지회 김진수사무국장
1인 시위 중인 인천공항지역지부 통합운영지회 김진수사무국장

인천시민문화센터 작곡가 동아리

김진수 고등학교 졸업 후 작은 공장에서 3년 5개월 근무하며 병역 특례를 마쳤다.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큰 회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한국지엠 하청업체에서 8년 정도 일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취미로 문화 활동했다.

인천시민문화센터는 시민의 문화 활동 참여를 응원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작곡가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은 커졌다. 일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음률이 떠올랐다. 한국지엠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보컬 레슨과 기타 강습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이 밀려왔다.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열망을 곧 알아차리게 됐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2017년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에 입사했다.

연대 단결의 힘은 강하다

유상준 2012년에 인천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운동이 뭔지 알았고 좋은 선배들도 많이 만났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꿔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2008년 9월 인천대가 제물포캠퍼스에서 송도캠퍼스로 이사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학생회 활동은 당장 시급한 학생들의 복지개선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던 중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 투쟁하면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 과정이 뿌듯했다.

대학 졸업 후 2014년 창성(주) 입사해 3년 일했다. 당시 창성의 한 사업부가 매각되면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평택으로 전원 이전할 것을 요구할 뿐 기숙사 제공 등 복지 대책은 매우 미흡했다.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제야 회사는 조금씩 움직임을 보였다. 나중에 이사비와 휴가, 기숙사도 제공받게 됐다.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을 몸소 배우는 계기였다. 3년 일하고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고 인천으로 올라왔다. 오래 쉴 수는 없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보고 2017년 입사하였다.

2020년 7월 인천공항지부 통합교통지회 임원선거 포스터 유상준(외쪽) 지회장 후보와 송종민 사무장 후보.
2020년 7월 인천공항지부 통합교통지회 임원선거 포스터 유상준(외쪽) 지회장 후보와 송종민 사무장 후보.

풍물패동아리

송종민 2005년 전북대학교를 졸업한 후 인천의 현대페인트 품질관리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재학시절 학생회 풍물동아리 활동을 했다. 노동조합에 풍물패동아리가 있어서 반가웠다. 풍물패동아리 가입해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노조 상입집행간부를 연임하며 열심히 활동했다.

당시 회사 경영상태는 매우 위급했다. 초국적 투기자본이 다시 투기자본에 되팔아 버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법정관리 대상이 됐다가 2017년 파산했다. 평생을 바쳐 일한 노동자에게 분노와 안타까움을 샀다.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가 2017년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에 입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대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시기였다.

인천국제공항 운영의 진짜 주인공

김진수 현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운영통합지회 사무국장이며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 환경미화부에서 일한다. 주로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관리 업무이다. 인천공항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오전, 오후, 야간 근무조로 나눠진다.

인천공항까지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편이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하면 일하는 날엔 개인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다. 하루밖에 없는 휴일엔 주로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 신세를 진다. 사무국장 타임오프는 일주에 2~3일 정도이다. 이 시간에 조합원을 많이 만나고 싶지만, 사실 노조 실무를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유상준 자회사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 교통관리사업부에서 일을 한다.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도로와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한테 길을 안내하고 주차장이 혼잡할 때 주차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이용객이 물건을 잃어버렸다거나 주차를 어디에 했는지 모르면 찾아준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 조치를 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2017년 입사 시기 수많은 용역업체가 직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제일 힘든 점은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폭언과 무시, 차별이었다. 그냥 반말하는 건 예사였다. 마음에 안 들면 말 한마디에 바로 해고 됐다. 특히 2001년 개항 이후 십수년 일한 여성 노동조합원이 용역사에 오랜 기간 시달리는 부분이 많았다.

송종민 유상준씨와 같은 일을 한다. 입사 직후 기대감과 자부심이 많았다. 그런데 반짝반짝 화려한 공항만 보다가 직접 접한 노동 환경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때 실망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직원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는데 지하 주차장에 있다. 말이 휴게실이지 매연 냄새가 풀풀 난다. 환기하려고 문을 열어놓으면 매연이 다시 들어오는 숨 막히는 공간이다.

3조 2교대 근무로 일주일에 하루 제외하고 주 6일을 일한다. 세계 1등 공항이 주 6일 일을 한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다. 야간수당과 휴일수당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1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받는 월급은 거의 같다. 신입사원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다.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할 일은 줄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2021년 정규직 전환 촉구하는 인천국제공항 카트노동자
2021년 정규직 전환 촉구하는 인천국제공항 카트노동자

드디어 민주노총에 가입하다

송종민 문재인 정부 시절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는 결론적으로 선언일 뿐이었다. 2018년 인천공항공사의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 고용’으로 전환되면서 용역사에 있던 관리자는 그대로 자회사에 남아 있었다. 사업부를 다 관장하고 있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 눈 밖에 나면 일하기 힘들어졌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 복수노조(한국노총과 기업노조)가 있지만 관리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서로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일을 서서히 준비했다.

유상준 처음으로 타 부서에서 2019년 10월에 6명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2020년 3월 제가 일하는 부서도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후 주차장에서 정산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20~30명이 대거 가입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가입 수는 점점 늘어났다. 올해 2023년 교통지회에만 180명이 가입했다.

김진수 조합원의 가장 큰 요구는 주 5일 근무와 고용불안 없는 정규직화이다. 지난 2021년 7월 카트 운영업체 변경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운반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진행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직접 채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고용 등 경영 상황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면피용 입장을 내놓았다.

코로나19 대응 일상전환 이후 공항을 찾는 사람이 배로 늘고 있다. 반면 공항운영 현장에선 인원을 늘리지 않아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더 세져간다. 세계 최고 서비스와 시설을 자부하는 국제공항인데 정작 그곳을 지키는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최저, 최악이다. 원청인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올해 초 자회사 3사 노동자가 연대해 ‘주5일제 근무’ 요구안을 노동자들에게 알렸다. 노조 활동가들이 게이트 1칸마다 홍보를 맡아 6개월 동안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현장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조합원과 투쟁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지부가 2021년 6월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파업투쟁 당시 청와대 앞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인천공항지부가 2021년 6월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파업투쟁 당시 청와대 앞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조합원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었을 때 가장 보람

유상준 2020년 9월 노조 임원선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신생 조합이고 노조 간부라는 직책을 처음 맡았다. 부담이 큰 만큼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높았다.

조합원은 그동안 관리자, 한국노총, 기업노조에 참아왔던 분노와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기 3년 동안 조합원들의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공항 구조상 사업부에서 처리할 것과 자회사 사장에게 요구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해결 지점을 찾아가다보면 결국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송종민 인천공항 자회사 내 민주노총 조합원이 증가하고 규모가 커져 대표 노조가 되면서 인천공항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젠 관리자가 민주노총 눈치를 살피며 조합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일례로 2년에 한 번씩 외투를 새로 마련해주는데 관리자가 입는 가볍고 따뜻한 라이브패딩이 있다. 일반 사원들은 무거운 웹툰 파카였다. 조합이 요구해서 관리자와 같은 라이브패딩으로 제공받게 됐다.

또 한 예로 순환 근무지가 다섯 곳이 있다. 그동안 용역회사 관리자 마음대로 순환 근무지를 배치했다. 민주노총이 대표 노조가 된 후 조합원 설문을 거쳐 공평한 순환 근무를 요구했다. 지금은 4개월에 한 번씩 순서대로 순환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회사나 타 노조에서 조합원을 차별, 회유하려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때마다 조합원과 함께 해결하고 있다. 조합원이 겪는 불편과 부당함을 해결할 때 가장 뿌듯했다. 현장에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지만 “열심히 하시네요”, “힘드시겠지만 더 열심히 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

김진수 가장 뿌듯한 일이 하나 있다. 조합원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다가 점심 휴게시간을 이용해 대의원 교육을 진행하며 소통한 일이다.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 전반을 주제로 교육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조직체계와 대의원의 역할, 5.1 노동절 역사 이야기 등을 같이 나누며 연대하는 마음을 나눴다.

또 한 가지는 조합원 중에 의사면허를 보유한 노동자가 있어서 산업재해를 담당 할 수 있게 제안한 일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조합원이 노조에서 산재 신청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신청하는 절차를 안내받고 크게 고마워했다.

사진 왼쪽부터 유상준 전 통합교통지회 지회장, 송종민 전 통합교통지회 사무국장, 김진수 현 통합운영지회 사무국장.
사진 왼쪽부터 유상준 전 통합교통지회 지회장, 송종민 전 통합교통지회 사무국장, 김진수 현 통합운영지회 사무국장.

상처를 딛고 다시 시작

유상준 2022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사고로 다치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1월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위급하다. 살아계실 때 얼굴 한번 보고 가라”고 하셨다. 조합원에게 명절 선물을 돌리느라 현장을 순회하고 있었다. 명절 때 내려가서 뵈면 되겠지 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 임종을 못 뵀다. 힘들었다.

3월엔 가족 모두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어지럽다고 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생각했다. 일주일을 보낸 후 진료 받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아내가 치료받는 동안 두 달 육아휴직을 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기억력이 순간 나빠지거나 성격 변화 등이 발생하는데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못했다. 노조활동은 해야 했고,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 괴로웠다. 아내를 더 편안하게 돌보지 못했던 게 여전히 미안하다.

송종민 민주노총이지만 인천공항의 신생 노조여서 참고할 게 별로 없었다. 급한 대로 예산 짜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 다행히 선배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배워나갔다. 노조예산이 워낙 적어 활동비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아껴서 조합원들에게 명절에 선물을 드렸다.

임기 중 여러 차례 파업 투쟁을 했다. 파업 투쟁기간 동안 파업에 불참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조합에서 해당 조합원에게 미리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를 받은 조합원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조합을 탈퇴했다. 그때가 제일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꿈은 이루어진다

유상준 인천공항공사 직고용이 아닌,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원인은 여전히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에 있다. 현 근무 형태 3조 2교대는 높은 노동강도, 저임금, 인력부족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4단계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시행하겠다’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돼 원청과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민주노총 외 복수노조와 힘을 모아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와 교섭하는 멋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송종민 현재는 노조 사무장에서 내려와 일반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력과 조합원 만남에 조금 소홀해졌다. 내년에는 상집간부로 활동할 계획이다. 조합원과 소통하며 더 단단한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현장에서 4조 2교대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힘 있게 싸울 동력을 만들겠다.

김진수 다음 노조 임원선거에선 지회장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회장을 맡아 더 책임감을 갖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준비된 사람으로 더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지금 노동현장에서 동료들과 음악 동아리 만들고 있다. 나의 오랜 꿈이 실현되고 있다. 인천공항지부에 기타 레슨 동아리와 밴드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든든한 동료도 있다. 전 부활 멤버인 서안상 조합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열심히 연습해서 곧 인천공항지부 노동자 밴드동아리가 발표회를 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