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개최한 학술심포지엄 논의 결과 토대로
다중재단 양상과 정의로운 전환 방법과 대안 ‘주목’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지난 1일 발간한 <황해문화> 30년 특집호(가을호, 통권 120호)는 다중재난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했다.

<황해문화> 편집부는 지난 7월 8일 새얼문화재단이 계간지 황해문화 120호 발간을 기념해 개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 논의된 결과물을 토대로 다중재단 양상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안을 이번 특집호에서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집호는 ▲진태원 편집위원 머리말 ▲백원담 편집위원 기조 강연 ▲특집1 다중재단을 어떻게 볼것인가(홍덕화, 백승욱, 김관욱) ▲특집2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김정희원, 장석준, 김선철) 등으로 구성됐다.

“다중재난 시대에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하며”

진태원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책의 머리말에서 황해문화 30주년 역사를 언급하며 120호 특집호가 다중재난의 위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한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은 “황해문화가 첫 발을 내딛은 1993년은 세계와 국내 격변의 시기였다”며 “100년을 넘게 세계를 분할해 온 주요 세력인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던 때”라고 밝혔다.

이어 “탈냉전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세계는 인천을 비롯한 각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으로만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는 통찰을 낳았고, 이 통찰은 지난 30여년 간 황해문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진할 수 있었던 길잡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6년 황해문화 50호를 발간하면서 사회에 있는 근원적 난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명시했다”며 “이후 2018년 100호를 발간하면서 황해문화는 ‘통일과 평화 사이’에서 황해의 위상을 질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진 위원은 “이제 황해문화는 이전 성과의 무게를 실감하면서 오늘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함을 절실히 깨닫는다”며 “다중적인 재난의 위기에서 황해문화 120호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발판”이라고 밝혔다.

다중재난과 정의로운 전환

진태원 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상승이 발생했다”며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고, 이에 각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더해 환율 인상, 금융 불안정, 부동산 가격 하락, 가계부채 증가 등 다면적 위험 요인이 발생했다”며 “이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은 ‘복합위기’라는 말로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합위기로 표현되는 문제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진정한 위기는 복합위기가 아니라 복합위기가 은폐하고 배제하는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생태·보건 재난, 기후위기, 사회적 재난 등 다중적인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은 “정의로운 전환은 다중재난을 몸으로 겪으면서 재난을 인식하고 전환하기 위한 다중적이고 다면적인 노력의 방향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다중재난이 자본주의의 비이성적 광기와 연결된다면 정의로운 전환의 시도는 자본주의 이후의 문제와 자본주의를 넘어선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계‘들’과 정의로운 전환

백원담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이번 특집호 기조를 밝히는 글에서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의 재편과 정의로운 전환의 상을 설명했다.

백 위원은 자본주의의 너머 대안 문명 세계를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 이론적 검토에서 현실적인 대안 모색까지 다방면으로 검토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축적체제 문제를 제시한 낸시프레이저와 사회주의를 포함한 다른 세계들의 역사적 경험이 단선화되거나 간과되는 측면을 지적한 사미르 아민 개념을 소환했다.

이어 실전적 측면에서 한국 924 기후정의행진 등 기층운동 체제전환에 대한 인식과 실천운동에 주목하며 다양한 탈경제적 연대 실천을 정치의 개진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했다.

다중재난 현실의 역사적 분석 ‘초점’

황해문화 편집부는 특집 1부에서 오늘날 다중재난 현실과 그 역사적 분석에 초점을 맞춘 글을 게재했다.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부상한 기후정의운동과 체제전환 요구는 지난 30년 간 한국에서 이뤄진 기후위기 대응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며 “이 시대를 전환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생태적 시각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승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러·우 전쟁과 대만의 위기는 ‘신냉전이 아니라 얄타체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 수뇌부 회담)의 해체의 과정”이라며 “신자유주의 도래로 얄타체제가 해체되며 강대국 영토 온전성 논리가 있던 2차 세계대전 이전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주의의 대안을 궁리하는 동시에 취약한 얄타체제를 대체할 더 나은 국제 질서를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욱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디지털 자본주의 불안정 노동 현실 속에서 노동자는 건강을 위협 받는다”며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는 노동이 질병이 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자유주의가 만든 희망과 지루함의 공존 분위기, 감정 노동자가 생존을 위해 감정 없는 노동자가 되는 모순된 현실을 돌파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중재난 시대 넘어 전환 경로·방법 고민

황해문화 편집부는 특집 2부에서 다중재난의 시대를 넘어가는 전환의 경로와 방법에 고민하는 글을 담았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현대의 국가폭력은 교묘하고 장기간에 걸친 구조적 폭력의 양상을 띤다”며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 정권의 보수화 정책은 이런 폭력을 방조하는 것을 넘어 확대 재생산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돌봄 논의에서 더 나아가 폭력을 변혁시킬 수 있는 대안 정치 원리로써 돌봄이 필요하다”며 “물리적 돌봄에 국한되지 않은 존재론적, 인식론적 전환을 요구하는 새로운 돌봄을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준 출판연구공동체 '산현재' 기획위원은 “자본주의 승리와 인류의 패배를 유일한 결말로 정해 놓은 역사에서 이탈해 대안적 현재를 구성하고 이를 미래의 시작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자본주의 주체는 다양한 집단들, 흐름들, 세력들이 연합해 역사적 블록을 구성하고, 자본과 국가가 구축한 질서를 흔들고, 균열을 내 새로운 질서의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철 기후정의운동가는 “기후 위기는 추출자본주의 파괴적 속성과 자본주의 질서가 '정상화한' 차별과 배제, 착취와 수탈의 구조, 앙상한 민주주의 등 사회 부정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의를 바로 잡을 힘은 피해자로만 호명되던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등에게 있다”며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앞길은 험난할 전망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을 요구하며 투쟁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