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 아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으로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황해문화' 2024년 봄호(통권 122호)는 메가시티 담론과 여기에 내재한 성장지상주의에 주목했다.

황해문화 편집부는 지방 소멸 위기를 앞두고 총선이라는 정치 상황에 기생해 우후죽순 쏟아지는 메가시티 구상이 단순히 도시 규모에 집착한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이 담론의 실상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한민국의 상(狀)과 삶의 방식을 근원적으로 궁구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번 봄호는 ▲황진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재훈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실었다.

“미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론장을 열자”

황진태 교수는 “메가시티 담론이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 고령화 등 우리 사회 현안과 긴밀하게 얽혀 있음에 따라,  담론을 다면적으로 진단하고 미래 가치에 대해 사회적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교수는 이 글에서 서울-지방, 대도시-소도시, 도시-비도시 사이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도시사회가 어떤 가치를 고려해야 보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할지 논의할 토대를 제공한다.

“메가시티가 아닌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김재훈 교수는 “메가시티가 아닌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해외 도시 담론을 살펴보면, 1980년대 세계화가 확산하고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칠 때 국가 경쟁력보다도 도시 경쟁력과 거대도시가 각광받았지만 최근 사례에선 오히려 거대도시의 부정적 측면이 두드러지며 중소도시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어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거대도시 시대에 종언을 선언할 정도로 관점이 변했다”며 “여전히 거대도시를 지향하기보다 기존 중심-주변 관계에서 다중심의 공존 협력으로 나아가는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메가시티가 아니라 ‘면·읍 자치’부터”

하승수 농본 대표는 “현재 극단적인 수도권 일극집중체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초저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제주, 강원, 전북까지 지정받은 ‘특별자치도’ 제도는 여전히 정부가 권한을 독점해 지역 난개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미국이나 독일 같은 연방제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어 “당장 개헌이 어렵다면 ‘면·읍 자치’라도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 일극집중체제를 끝낼 유력한 대안이다”라고 강조했다.

"메가시티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만든 유령"

서영표 교수는 “팬데믹 3년은 취약한 존재,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가 누군지 보여줬다”면서 “이들이 승자의 잔인함과 패자의 무력감만을 선사하는 사회에 내던져져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고장나고 불만이 쌓여가는 사회에서 이를 해소할 정치적 통로마저 닫혀있다”며 “메가시티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만들어낸 유령에 다름 없음에도, 엄청난 지식과 정보를 가진 ‘똑똑한’ 대중 조차 이 허상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본 논리와 시장만능주의가 인간 실존 조건과 충돌할 때 비로소 저항 또는 대안의 틈새가 열릴 수 있다”면서, “이 틈새로부터 여러 비판이 연대를 찾아 정치적 행동으로 공진화(coevolution)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양승훈 교수가 쓴 ‘두 번의 메가시티 프로젝트: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소극으로?’까지 총 5편이 실렸다.

이어지는 비평에선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사회 속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사회 재난들에 대해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부터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사망 사고, 서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참혹한 전쟁 범죄의 온상을 돌아본다. 마지막 글에선 인천지역 공단 여성노동자의 삶을 전한다.

끝으로 권혁태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가 지난 연말 세상을 떠난 서경식 선생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재일조선인 2세이자 ‘디아스포라’로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한일 양국이 국가주의와 식민주의를 초월하기를 바란 서 선생을 돌아보며 그가 남긴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