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과다로 인한 부품 손상 반복... 예견된 사고
엔진 하자 여전한데 이달 재출항 계획 ‘안전 우려’
선사, 엔진제조 현대중공업에 책임·원인 규명 요청
여객·화주 불안 인천해수청 '쉬쉬'...세월호 잊었나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엔진 고장으로 6번째 휴항 중인 인천~제주 카페리여객선 비욘드트러스트호(2만7000톤급)가 그동안 엔진결함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않고 출항을 강행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선사와 선박제조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대부분 같은 엔진 부품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수리·점검이 땜질식 처방에 그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제주 카페리 운영선사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이달 중 운항 재개를 목표로 선박 수리·점검을 진행 중이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지난달 24일 이후 4주째 멈춰있다. 엔진 이상 등의 이유로 벌써 6번째다. 이후 선사는 선박제조사인 현대미포조선, 엔진제조업체 현대중공업 등과 원인을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4일 선사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관계자들은 비욘드트러스트호 선상에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 자료를 보면, 선사는 애초에 엔진이 제조 당시부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현대중공업 측의 책임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 4일 선사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관계자들은 비욘드트러스트호 선상에서 대책회의를 진행한 당시 선사가 공유한 자료.

4만시간 보장한 부품 4000시간도 못써 만성 불량

선사는 “지난 2022년 1월 처음 발생한 사고는 HHI(현대중공업)가 윤활통로에 (불량) 플러그를 과도하게 조이며 발생한 인적사고”라며 “이로 인해 메인베어링과 연접봉 베어링이 손상됐다. 궁극적으로는 크랭크축을 손상시켜 (부품을) 교환했다”고 발표자료에 적시했다.

또한 “처음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캐비테이션(Cavitation, 진공) 부식 현상은 엔진에 잠재돼 있어 언젠가는 발현될 현상이다. 1차 사고로 인해 더 빨리 알게 된 하자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운전시간 경과에 따라 계속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윤활통로를 조이는 데 쓰이는 불량 플러그 나사가 헛도는데도 그대로 쓰였다. 이로부터 발생한 쇳가루가 엔진 윤활막에 타고 들어가 엔진에 무리를 일으켜 과도한 진동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엔진 내부 부품을 마모시켰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사는 지난 2022년 1월 첫 사고부터 이를 알고 있었고, 현대중공업이 제조할 당시부터 내포하고 있던 문제라고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된다.

이어 선사는 “비욘드트러스트호 사고 이력을 보면, 진동으로 인한 사고형태가 많다. 제조사는 베어링의 수명을 4만시간을 보증한다고 하지만, 현재 4000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 베어링을 교환하지 않았다면, 케이싱(배기통로) 손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라 고 지적했다.

이어 선사는 “엔진 베어링 부식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규명을 요청한다”며 “예방책이 있다면 제시해주고, 다른 사례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해 8월에도 나왔다. 당시 선박의 잇따른 고장으로 선사와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한국선급 등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한국선급 등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한 회의의 자료. 엔진 이상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한국선급 등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한 회의의 자료. 엔진 이상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엔진 베어링 문제 알고도 고장 반복 현대중공업 책임 부각

당시 선사와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엔진 기관손상 원인은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며, 수리 부분의 현재 상태는 정상운전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물질과 크랭크축 성분을 분석한 결과 윤활유 압력 변동과 베어링 케비테이션에 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상경보 처리절차, 윤활유 계통 관리, 손상부위 관리절차 등에 대한 선원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지난해에도 이미 선사와 선박제조사는 엔진 이상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상운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고는 다시 발생했다. 제조사가 품질에 하자가 있는 엔진을 제조하고서, 미흡한 사후처리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엔진 베어링에 나타난 마모 흔적.

여객·화주 불안 증폭 인천해수청 '쉬쉬'...세월호 잊었나 

또한 주무관청인 인천해수청은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상린 인천해수청 선원해사안전과장은 <인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선사가 배를 다시 운항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고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인천~제주 항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2021년 7년 만에 운항이 재개됐다. 그만큼 취항 당시 안전에 최우선으로 중점을 뒀다고 홍보했다. 선박 명칭도 ‘신뢰 그 이상(Beyond Trust)’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선박 이상으로 인한 사후 대처는 땜질식 처방이 잇따르면서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업계까지 인천~제주 항로에 대한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선사 측은 "현재는 엔진 이상 현상에 대해 품질개선 조치가 완료됐다. 또한 전문인력 조직을 상시 운영하며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선박을 운영하는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제조사와 함께 항만당국이 개선을 요구한 내용을 충족하고, 운항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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