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5m 2km 구간 15만4000V 매설 이미 준공 앞둬
공사허가 당시 교통영향 우려만, 전자파 고려 전무
부평구 “불허할 법적 명분 없어...주민의견 수렴할 것”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부평구 청천동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특고압선이 이미 주거지역 지하에 매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곳곳 주거밀집지역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로 전자파 피해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부평구에선 주민도 모르게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ㆍ[관련기사] 인천 부평 도심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자파 우려... 주민도 몰라

부평구 청천동 내 들어설 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제공 SK에코플랜트)
부평구 청천동 내 들어설 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제공 SK에코플랜트)

11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청천동 422번지에 들어서는 부평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15만4000V(볼트) 규모의 지중선로 공사가 오는 8월 준공될 예정이다.

공사를 위해 부평구는 올해 3월 부평데이터센터 시공사인 SK건설이 요청한 도로점용(굴착)을 허가했다. 해당 구간은 청천동 부평데이터센터 시점부터 한국전력 인천지역본부까지 이어지는 평천로 지하로 총연장 1985m이다.

SK건설은 허가 직후 공사를 시작해 지난 8일 갈산역사거리까지 1172m 구간의 공사를 완료했다. 오는 8월 말까지 한전 인천지역본부까지 남은 구간 813m에 매설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부평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특고압선 매설구간 현황.(네이버지도 갈무리)
부평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특고압선 매설구간 현황.(네이버지도 갈무리)

갈산역 인근 주거지역 한복판...수도권 곳곳 데이터센터 몸살

문제는 해당 선로가 갈산역 주변 주거지역(갈산2지구단위구역)을 불과 4~5m 깊이 지하로 지난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 주민은 특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건강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경기도 안양·용인·김포·시흥 등 수도권 곳곳에선 주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부평구에선 과거 삼산동에 매설 예정이었던 특고압선이 주거지역과 학교 밑을 통과한다는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4월 선로를 변경하는 조건으로 겨우 주민합의를 이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전자파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올해 2월에 한전이 부평구 갈산동 소재 변전소를 철거한 자리에 2024년 12월까지 변환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전자파 발생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결국 특고압선으로 인한 전자파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도 부평구가 주거지역을 지나는 특고압선 매설 허가를 내주자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삼산동 갈등 해결 1년도 안된 시점에 특고압 설치 허가

게다가 해당 도로굴착 허가를 위한 도로관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열렸다. 당시 위원회는 전자파에 대한 고려 없이 공사로 인해 유발되는 교통체증만을 우려해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는 조건으로 도로점용을 허가했다.

이는 삼산동 특고압 갈등이 마무리된 지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앞서 겪었던 전자파 갈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 두고 이은옥 삼산동 특고압주민대책위원장은 “특고압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부평구가 주거지역 인근에 특고압선 매설 허가를 내준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부평구가 행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부평구는 지중선로 매설공사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반려할 법적근거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다.

부평구 관계자는 “과거 부천시에서도 특고압 전자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천시가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아 한전과 행정소송으로 번진 바 있다”며 “현재로선 특고압선 매설로 인한 규제가 전무하다. 앞으로 주민들이 내는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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