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이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호 구청장이 공식 행사장에서 '감히 구의원이 구청장이 세운 예산을 깎아'라고 발언한 데 이어 '구의원과 돼지를 비교'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구의회 의원만 모욕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주민의 대표자인 구의원을 뽑은 주민도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금이라도 이재호 청장은 연수구민과 의회 앞에 사과하는 게 도리다.

이재호 구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자신이 구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구의회가 삭감한 데서 비롯했다. 이 구청장은 자신이 편성해 구의회에 제출한 '연수구청 로비 LED 대형 모니터 교체' 예산을 연수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삭감하려고 하자 막말을 해 1차 파문을 일으켰다.

이 구청장은 지난 2일 송도국제도시도서관 기공식 당시 연수구의원이 침석한 행사장에서 ‘감히 구의원이 구청장이 세운 예산을 깎아’라고 엄포를 놓아 빈축을 샀다.

이어 이튿날인 5월 3일 열린 의회 예결위를 방문해 정회 중에 "선배 연수구의원으로서 지금 구의회의 행태가 부끄럽다"고 언성을 높였고, 이에 구의원들도 반박하며 구청장과 예결위 위원 간 고성이 오갔다.

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성이 오고간 다음날인 4일 연수구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국환(민주, 연수가) 구의원이 청학역 신설계획을 이재호 구청장에게 질의하자 이 구청장은 돌연 질문과 상관없는 추경 예산안 심사를 두고 '깜깜이 밀실 예산'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 구청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을 비롯한 연수구의원 다수가 정회를 요청했다. 이날도 구청장과 구의원은 볼썽사나운 고성을 주고받았다. 결국 편용대(국힘 연수마) 연수구의회 의장이 정회를 선포해 본회의가 파탄 났다.

이후 장현희(민주, 연수다) 연수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4일 본회의 정회 이후 다시 재개한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이재호 구청장의 예결위 고압적인 방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재호 구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의회 밖에서 주민이 참석한 공식행사에서도 계속됐다. 이 청장은 본회의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른 같은 날 4일 오후 3시 연수구 소상공인연합회장 취임식에서 “의원 10명을 모시고 갈래, 돼지 10마리를 끌고갈래라고 하면 돼지 10마리를 끌고 간다는 말이 있다”며 “4일 연수구의회를 보면 참 가관이다. 돼지 말고 의원이 돼라고 외쳐주십시오”라고 발언해 또 구의회를 폄하했다.

이 후 이 구청장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비판이 확산하자 이 구청장은 9일 연수구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히 구의원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연수구의회 예결위의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이 구청장은 이날 “‘감히 구의원이 구청장이 세운 예산을 깎아’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며 “이런 말을 언론에 전한 구의원은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또 “연수구의 충분한 필요성 설명에도 편성시기가 추경이라는 이유로 연수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을 삭감했다”며 “추경 예산은 본예산의 보조가 아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연수구의회 A의원은 "분명히 이재호 청장이 '감히 구의원이 구청장이 세운 예산을 깎아'라는 뉘앙스로 발언했다"고 반박했다.

예산삭감에 대해서도 이 구의원은 “이 청장은 연수구 비상경영을 이유로 마을공동체 등 시민 직접 참여 사업의 경우 예산을 삭감했다. 시민의 직접 참여 예산은 삭감하면서 구청 내 LED 대형 모니터 예산을 편성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상 예산안편성 권한은 지자체 단체장에게 있고, 단체장이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해 삭감 또는 증액을 결정하는 권한은 의회에 있다. 예산안 편성권은 단체장의 고유권한이고, 심의·의결 권한은 의회의 고유권한이다.

이 구청장의 막말과 독단적인 행보를 두고 같은 당 소속 편용대(국민의힘, 연수마) 연수구의회 의장이 “예산안 심의·확정과 결산승인 권한은 의회에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예산을 삭감한 것을 존중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예산안 편성 기준 중 하나가 ‘불요불급’ 한 예산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불요불급은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예산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연수구의회 예결위가 예산안 삭감 시 “추경 예산이라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다. 삭감된 예산은 민생 예산에 비해 예산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삭감한 것"이라고 반박한 이유다.

이 구청장은 가장 큰 잘 못은 주민들이 대표로 선출한 구의원을 돼지와 비교해가며 모욕감을 안겼다는 것이다. 구의원에 대한 모욕은 이들을 주민대표로 선출한 연수구 주민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이 구청장은 "정치인들 사이에 돼지 10마리를 몰고 가는 것보다 의원 10명과 소통하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과 소통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 구청장은 지금이라도 연수구민과 구의 앞에 사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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