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009년 파산한 지엠 살린 구원투수였는데 어쩌다가
정의당 김응호, “미래차 유치 범 인천 노사민정협의체 만들자”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한국지엠이 26일부터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르 생산하던 곳이다. 두 차종도 생산이 중단됐다. 아직 후속 신차가 무엇인지 모른다. 가동 중단에 따라 노동자는 12월께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한국지엠은 올해 8월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와 협의해 11월까지 근무조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며 11월 26까지 부평2공장을 가동했다.

이제 부평2공장 가동 중단으로 말리부와 트랙스의 생산이 중단됐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건 트레일블레이저와 미국산 수출 캐딜락 1종, 새로 추가되는 CUV 한 종 등 3종류에 불과하다.

지난 22일 한국지엠 노사가 2022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조인식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한국지엠)
지난 22일 한국지엠 노사가 2022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조인식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한국지엠)

한국지엠, 파산한 지엠 살려낸 구원투수였는데 어쩌다가

부평2공장 가동 중단으로 생산물량이 줄자 한국지엠 노사는 부평2공장 인력 1200명을 전환 배치키로 했다. 부평1공장 500명, 창원공장 700명으로 나눠 전환 배치한다. 창원 쪽은 노조의 의견을 수용해 파견 형태로 12월 중순께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현대차 14만9202대, 기아차 10만6289대에 생산에 비해 한국지엠은 2만1907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의 8.6% 수준이다.

한국지엠이 처음부터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2001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출발한 한국지엠은 2009년 미국 본사 지엠이 파산할 때도 살아 남았고, 오히려 지엠이 파산 후 뉴지엠으로 다시 재편될 때 큰 기여를 했다.

한국지엠은 2009년 지엠 파산 후 뉴지엠 설립 당시 글로벌 GM 내에서 경차와 소형차 분야에 특화된 강점을 살려 이 분야 개발과 생산기지로 활약하며 파산했다 일어선 지엠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한국 내수 확보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고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종 가운데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외엔 모두 수입 자동차이다. GM이 나름 인기 차량을 OEM방식으로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반응은 썰렁하다.

24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24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한국 정부 8100억원 지원했지만 지엠은 북미와 중국에 전기차

미래차 산업의 핵심은 전기차 생산과 이를 위한 설비투자다. 그러나 글로범 지엠이 밝힌 생산기지는 미국과 중국이다. 지엠은 한국지엠의 생산부문과 연구개발(GMTCK)를 분리해 경영에 효율을 꾀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신차 개발 소식도 없고, 전기차 생산은 북미와 중국이라는 암담한 소식만 나온다. 지엠철수설이 다시 등장했다. 지엠철수설은 글로벌 지엠이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해당 정부를 상대로 써먹는 전술로 이젠 익히 알려진 알려져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경영악화를 빌미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할 때도 그랬다. 한국정부가 8100억원을 지원했지만 노동조합한테 돌아온 건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악재까지 겹쳐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하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 산업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누적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로 누적적자가 무려 3조775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한국지엠노조는 회사 경영 정상화와 미래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해 대규모 단체행동도 벌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경영진의 실패다.

노조는 지속해서 전기차 연구개발과 생산 등 한국지엠 미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투자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노사 임단협에도 반영한 내용이다. 그러나 사측은 원론적인 의견만 제시할 뿐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정의당 김응호, “미래차 유치 범 인천 노사민정협의체 만들자”

정의당부평구위원회(김응호 위원장)은 26일 부평2공장 중단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고 한국지엠 사측에 대해 “미래 발전전망은 사측 경영진이 내놔야 한다. 글로벌 지엠으로부터 전기차 유치를 이끌어 내고, 발전전망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은 한국지엠 사측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정부, 인천시에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김응호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2대 주주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그동안 온갖 세제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을 했다”며 “지분만큼, 지원한 만큼 우리의 권리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지방정부-정치권-노조 등으로 구성한 대책기구 운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부평2공장 가동 중단으로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 감축법으로 한국산 전기차의 북미 수출이 어려워져 부평공장에 전기차 생산기지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유치할 전기차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 수출할 수 있는 엔트리급 전기차(감마 플랫폼 전기차)로 한국 공장이 유일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응호 위원장은 “한국지엠이 인천경제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 국내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곳이 인천이다. 60년 역사를 봐도 그렇고, GRDP와 연관산업 파급효과를 보더라도 한국지엠이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마냥 지엠에 끌려다녀선 안된다”며 “전기차 유치 등 미래발전망 구성을 위한 진짜 여야와 노사민정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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