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실패에 시보레마저 유럽 철수 누적적자만 3조7000억
한국자동차산업 60년 역사 자랑하는 인천의 미래는 어둡기만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한국지엠이 26일부터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2001년 대우자동차 사태 후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출범함 한국지엠(초기 지엠대우)이 20년 만에 공장가동을 종료했다.

부평2공장 가동 중단은 당장 노동자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등으로 파견근무를 보낼 예정이다. 고용만 문제가 아니다. 가동중단에 따른 협력업체의 공급 매출감소와 이에 따른 연쇄 고용불안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인천, 자동차생산 60년 역사를 간직한 인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시민과 정치권, 노동조합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미래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엠이 신차 연구개발을 위해 2018년 한국지엠에서 분리해 신설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가 개발한 신차가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소식이 없다. 대신 지엠은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은 국산 전기차의 수출을 어렵게 한다. 인플레 감축법으로 북미에서 완성차로 조립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는다. 현대기아차도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지엠이 한국지엠에 전기차를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의 시작을 알린 인천의 상황이 위태롭다. 국내 최초 자동차 회사는 1962년 현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들어선 새나라자동차다. 새나라자동차가 인수합병을 거치고, 지엠과 합작과 이별을 거쳐 1982년 대우자동차로 탄생했다(아래 표 참고)

한국지엠과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인천 자동차산업 연표
한국지엠과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인천 자동차산업 연표

2014~2021년 8년 누적적자만 3조7550억원 '경영실패'

한국지엠은 2009년 미국 지엠 본사가 파산 후 뉴 지엠을 설립해 부활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경차와 소형차에 강했던 한국지엠은 지엠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글로벌 지엠을 살려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발생했다. 뉴지엠의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차라고 할 수 있는 게 스파크와 말리부와 크루즈,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정도이다. 이제 현재 생산되는 건 스파크(창원공장)와 트레일블레이저(부평1공장) 정도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개를 삶는다고 했던가. 한국자동차산업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의 현재는 어둡기만 하다.

한국지엠은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으며 내수와 수출 모두 실패하며 경영 실패를 자초했다. 2011년 내수 진작을 위해 브랜드로 시보레를 도입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한국지엠은 내수대신 수출로 버텼는데 2013년에 유럽에서 시보레마저 철수했다.

그러는 사이 적자는 쌓였다. 2014년~2017년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했다. 2021년 기준 누적 적자는 무려 3조7754억원에 달한다.

▲2014년 1486억원 ▲2015년 5944억원 ▲2016년 5311억원 ▲2017년 8552억원 ▲2018년 6227억원 ▲2019년 3305억원 ▲2020년 3169억원 ▲2021년 3760억원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의 지속능성 보장을 위해 이 기간 대규모 파업도 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경영진의 실패다. 과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쉐보레 2023년형 트레일블레이저 새비지 블루.(사진제공 한국지엠)
쉐보레 2023년형 트레일블레이저 새비지 블루.(사진제공 한국지엠)

한국 정부 8100억원 지원에 경영정상화 약속했지만 '위기 반복'

한국지엠이 2018년 초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자 정부는 8100억원을 지원키로 했고, 지엠은 경영정상화를 약속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한국지엠의 미래를 불투명하고, 고용은 불안하다. 전기차 얘기는 기약이 없다.

노동계와 정의당 등은 지엠과 한국지엠 간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경영실패 요인으로 지목했다.

주요 의혹은 수출가격이 북미 실제 판매 가격보다 낮고, 매출원가 비율이 93%대에 달할 정도로 높고, 고가에 지엠 계열사 부품을 조달하며, 지엠 계열사로부터 고금리로 자금을 차입하고, 지엠에 고가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문제 등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은 2016년 기준 93.1%로 현대차 81.1%, 기아차 80.2%, 르노삼성 80.1%, 쌍용차 83.7% 등에 비해 무려 10%포인트 높았다.

정상화 합의 당시 노조를 비롯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8100억원을 지원하기 전에 한국지엠의 경영실패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실태조사에 노조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나중에 실태 보고서만이라도 공개를 요구했으나 철저하게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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