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몇 일 전, 송도의 한 고층 아파트의 유리창을 청소하던 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이 노동자가 작업지시를 받고 간 곳은 다름 아닌 163m 높이의 49층 주상복합아파트였다.

163m 높이의 아파트를 49층부터 청소하면서 생명줄이라 불리는 보조작업줄도 없이 간이의자를 매단 줄 하나로 40m 높이의 15층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최소한의 생명을 담보할 줄 하나 없이 일했다니. 믿기지 않지만 그랬다고 한다.

지난 달에는 지하철역에서 환풍구 방호문을 설치하던 노동자 역시 환풍구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환기구 위에서 설비를 집어넣기 위해 철제 덮개를 들어올리던 중에 9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고 한다. 모두 20대 청년 노동자이다.

구의역 김군, 김용균 노동자, 이선호 노동자,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굵직했던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애도했던가. 그때마다 사업장의 안전조치가 부족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위험의 외주화라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에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논의가 줄을 이었다.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노동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현실 관련 토론이 뒤따랐다.

하지만 구의역 김군의 죽음 이후 5년, 비슷한 죽음의 행렬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사회가 지난 5년간 한 걸음조차 나아가지 못했다는 슬픈 사실이다.

산재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 청년들의 현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20대 자살률은 1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 30대 자살률은 26.9명으로 OECD 1위를 기록했다.(2019년)

도저히 낮아질 줄 모르는 청년 실업은 지난 8월 기준 21.7% 라는 체감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 5명중 1명은 실업상태라는 이야기다.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또 어떤가. 청년 노동자 5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비율을 40%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 앞에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생존의 몸부림을 벌이는 그 반대편에선 정말 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6년 열심히 일하다가 어지럼증이 생겼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위로금 조로 50억원을 받는 청년이 존재한다.

한 국회의원의 아들인 그는 최근 가장 큰 이슈로 회자되는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일했던 청년이다. 한 검사 출신 아버지를 둔 청년은 화천대유 소유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2년 만에 아파트 시세가 8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랐다.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안전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위험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험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그렇게 극대화된 이윤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기득권들의 모습에서 사무치게 ‘불평등’을 느낀다. 그것도 정말로 잔인한 불평등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돈 때문에 진짜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경마장의 한 마리 ‘말’로 간주하며 내기를 하는 VIP들의 모습이 우리가 뉴스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얼마나 다를까.

드라마로만, 게임으로만 보기에는 우리의 현실과 꼭 닮은 그 모습이 인기의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고군분투하며 불안한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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