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 항공사 항공정비(MRO) 분리 통합해 별도법인 출범 구상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글로벌 탑10 항공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항공정비(MRO) 사업 분야에서도 탑10 정비업체 탄생이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8000억 원을 한진칼에 투자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키로 한 데이어, 두 항공사의 항공정비사업(MRO) 분야를 통합해 별도의 정비업체 법인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 구상은 두 항공사의 정비업체 통합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위산업체까지 끌어들여 형 MRO업체를 출범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두 항공사의 정비사업본부가 통합해 별도의 정비업체로 탄생할 경우 2018년 기준 연간 2조6000억 원 규모의 정비시장 중 54%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항공정비산업의 국산화와 인천공항의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엔진 정비 후 테스트하는 인천엔진테스트셀 내부 모습.
대한항공이 항공기 엔진 정비 후 테스트하는 인천엔진테스트셀 내부 모습.

대한항공은 세계 탑10 항공정비기술을 보유한 항공사로 국내 유일 엔진 분해, 정비, 조립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테스트 기술과 테스트 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부천원동기공장에서 엔진을 분해하고 정비해 조립하고 있으며, 영종도 테스트셀에서는 정비한 엔진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엔진 정비기술은 대한항공에 비해 부족하지만 인천공항에 격납고 2개를 운영하며 중정비 정도의 정비는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독일 루프트한자처럼 전부터 기업분할로 정비사업본부를 분리해 이른바 ‘칼테크닉’을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등 항공업계 악재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이번 정부 지원을 토대로 정비사업본부를 기업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두 항공사 정비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국내 MRO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외주를 주고 있는 MRO사업의 개편이 시급하다. 두 항공사의 합병과 함께 두 회사의 MRO사업을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합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사업본부의 통합법인 출범과 더불어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시급해졌다.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아시아에서 MRO를 앞세워 공항 경쟁력을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의 항공안전 담보와 MRO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규 법인의 조기 정착이 필요하고,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인천공항 항공정비단지를 서둘러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게 과제다.

특히, 국제여객 처리실적 세계 10위권 국제공항 가운데 MRO 정비단지가 없는 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은 항공안전을 담보하는 정비인프라가 부족해 국내외 항공기의 정비로 인한 결항과 지연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발생한 여객 지연과 결항을 보면 개항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만1324건이 발생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여객과 비행편수가 느는 동안 정비인프라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행편수가 늘수록 지연과 결항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7977건 발생했는데, 이중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5141건이 발생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사업본부 출범에 맞춰 이를 지원할 인천공항 항공정비단지를 적기에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미 인천은 영종에 엔진 정비 테스트셀을 갖추고 있고, 송도지식정보단지에 항공산업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해 정비 부품기업과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정비단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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