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민수용성이 답이다 ④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신·재생에너지로 자립 꿈꿔
주민 이익 보장 이후 급물살…가파도 에너지 자립 절반 성공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ㅣ제주특별자치도는 삼다도로 대표되는 만큼 풍부한 풍력자원을 바탕으로 신ㆍ재생에너지를 보급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0%를 신ㆍ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이하 CFI)’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 경제 구축, 경제효과 8조5000억원 예상

가파도에 설치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가파도에 설치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제주도는 CFI 계획으로 실현하려는 3대 핵심 가치를 청정ㆍ안정ㆍ성장으로 선정했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자립화를 실현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 도민이 함께 참여하는 혁신성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 정책 목표 가운데 첫 번째로,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 100%에 해당하는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4085MW 규모로 구축한다. 이어 도내 자동차 50만여 대 중 37만7000대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고, 전기차 충전기를 7만5000대까지 확충한다.

또한 에너지수요 관리를 최적화해 에너지원 단위를 0.071 TOE/100만 원으로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부가가치 100만 원어치를 창출하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발열량을 0.071TOE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1TOE는 1000만 칼로리에 해당한다.

이는 정부가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으로 권고한 2030년 국가 에너지원 단위 목표 0.084 TOE/100만 원 대비 15.9%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제주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 권고안 4203t보다 34% 더 줄여 2779t으로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 융ㆍ복합 신사업을 선도해 제주도 내 기업의 성장과 도민 수익 향상을 추구하는 것도 목표다. 2030년까지 신ㆍ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7만4000여 개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8조5000억 원으로 예상한다.

CFI 계획에 따라 2012년 5.03%에 불과했던 신ㆍ재생에너지 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4.34%까지 올랐다. 2015년 2369대였던 전기차는 지난해 1만8178대까지 증가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국내 최초 신ㆍ재생에너지 사업들
 

제주도 CFI 정책 비전.
제주도 CFI 정책 비전.

제주도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신ㆍ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다. 그만큼 최초 사례도 많다.

풍력발전과 태양광ㆍ태양열 발전 등을 개발하기 위해 1995년에 ‘제주도 지역 에너지 계획’을 수립했고, 이듬해 풍력발전 실용화 사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월령 신ㆍ재생에너지 시범 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에서 2년간 풍력발전기를 시험 가동해 전기 총 485MWh를 생산했다.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에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구좌읍에 조성한 행원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육상 풍력발전단지다. 1997년 자원 조사 실시 후 1998년 8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로 대규모 풍력발전 상업화에 성공했다. 그 이후 풍력발전기를 점차 늘려 2003년 10MW 규모 15기를 준공했다.

이어 동북ㆍ북촌ㆍ김녕에도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구좌읍 일대는 제주도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 있는 ‘신ㆍ재생에너지 홍보관’은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신ㆍ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 모두 2012년에 국내 최초로 설립된 신ㆍ재생에너지 전담 공기업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한다.

전례 없는 갈등, 주민참여 이익공유제로 풀어내

가파도 벽화. 연날리기 좋은 섬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가파도 벽화. 연날리기 좋은 섬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했으며, 3MW급 설비용량의 풍력발전기 10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100% 국산 기술과 순수 국내 자본으로 이뤄져 풍력수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한 입지조건까지 더해져 연간 8만5000MWh를 생산한다. 제주도 전체 전력의 약 3%, 신ㆍ재생에너지 전력의 약 10%를 책임지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로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인 만큼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6년에 정부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았지만, 환경을 파괴하고 소음 등을 발생시킬 거라는 인식에 주민과 협의가 9년이나 걸렸다. 이는 주민들과 숙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제주도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중요함을 깨닫고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주민참여형으로 조성된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가 그 결과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민 공모를 거쳐 선정된 곳이다. 공모에는 마을 4곳이 신청했다. 이곳에선 연간 3만4000MWh가량을 생산한다. 마을 주민들은 연간 3억 원가량을 임대료 명목으로 받으며, 가구당 전기료 2만 원씩 지원받는다.

대록산을 배경으로 한 마을 공동농장에 풍력발전기 13기가 설치돼있다. 말과 소를 비롯해 자연경관까지 어우러져 해상풍력과는 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이색적인 풍경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에너지 자립 섬’ 가파도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가파도 친환경 명품 섬 비석.
가파도 친환경 명품 섬 비석.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립 섬’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가파도는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배에서 내리면 ‘친환경 명품 섬’이라는 비석이 반긴다. 전봇대가 없어 연을 날리기 좋다는 홍보 벽화도 맞이할 수 있다.

제주도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40억 원을 투입해 가파도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들기 위한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250㎾ 짜리 풍력발전기 2대를 설치하고 가파도 48가구 등에 태양광 모듈을 보급했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원활한 전력보급망을 구축했다.

이는 전기요금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여름철 한 달에 12만~13만 원이었던 전기요금은 현재 2만~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가파도 신ㆍ재생에너지 자급률은 80%대까지 올랐다.

이는 가파도를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게 하기도 했다. 가파도 관광객 수는 에너지 자립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 2012년에 6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0만 명으로까지 늘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1곳밖에 없던 음식점이 지금은 10개가량으로 늘었다.

그만큼 가파도의 전력 수요도 높아졌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보급률이 44.3%(2127kWh)까지 떨어졌다. 부족한 부분은 디젤발전기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이 성공하는 듯싶었으나 주춤하는 모양새다.

현재 가파도는 전력 수요량을 충당할 만큼의 신ㆍ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에너지 자립 섬 계획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제주도 저탄소정책과는 가파도의 전력생산 효율화를 위해 250kW 짜리 풍력발전기 2대를 20kW 10개로 대체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또한 풍력발전기ㆍ디젤발전기ㆍ에너지저장장치 담당 주체가 각각 한국남부발전ㆍ한국전력공사ㆍ제주도로 나뉘어있어 효율적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제주도는 한전으로 설비 관리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에너지 자립도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파도 풍력발전기와 가구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
가파도 풍력발전기와 가구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