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민수용성이 답이다 ②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에너지협동조합 80여개
수도권 중심 활성화, 공공건물 활용 에너지 자립 꿈꿔

인천투데이 = 이종선 기자 | 신ㆍ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드는 주민 참여 모델이 늘고 있다.

한국은 신ㆍ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 입지 선정 과정에서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지역 주민과 발전사업자 간 갈등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로 발전소 건설ㆍ운영 과정이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덴마크ㆍ독일ㆍ미국ㆍ일본 등은 신ㆍ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협동조합 등, 주민 참여 모델이 일반화된 덕분이다.

한국의 신ㆍ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역사는 선진국들에 비해 짧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점차 늘고 있다. 국내 신ㆍ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수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80여 개에 이른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총회를 열기도 한다.

국내 신ㆍ재생에너지 협동조합들은 모두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풍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연평균 풍속을 조사해야하는 등, 조건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는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인천햇빛조합)이 최초로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15년 7월 강화도 마니산 인근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소.(사진제공 인천햇빛조합)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15년 7월 강화도 마니산 인근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소.(사진제공 인천햇빛조합)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수익률 7%…송영길ㆍ박남춘 전ㆍ현 시장도 조합원

인천햇빛조합은 2013년 인천시민 390여 명이 총 9000만 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박남춘 현 인천시장도 조합원이다. 2015년 5%였던 배당률을 2017년부터 7%로 늘렸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한다. 지난해 순이익은 1400만 원이다.

인천햇빛조합은 신ㆍ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의 중심에 인천이 있어야한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인천은 화력발전소 9개가 연간 전력 약 70TWh를 생산해 그중 70%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기사용량도 울산ㆍ서울에 이어 3위이다. 에너지 생산 도시이자 다소비 도시이다.

인천햇빛조합은 미추홀구 주안도서관과 마니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 등 2곳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체 용량은 150㎾이다. 지난해 생산한 전력량은 20만1882kWh다. 이는 일반 가정 76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산화탄소 89.4t을 감축한 효과다. 30년생 소나무 1만3544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올해 안에 햇빛발전소 3호기를 짓기 위한 토지를 선정하는 게 인천햇빛조합의 목표다. 학교 옥상에 짓기 위해 인천시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이완기 인천햇빛조합 사무국장은 “주로 전남과 경남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많다. 이는 땅 값이 싸기 때문인데, 결국 전기 소비는 수도권에서 많이 한다”며 “도시 곳곳의 유휴 토지를 활용한다면 미래에는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이상 된 공공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정책이 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서구 아시아드 경기장 주차장, 인천대공원 주차장, 인천문화예술회관 옥상, 송도의 공공기관 건물 등을 거론했다.

이 사무국장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오해가 에너지협동조합 활동에 큰 걸림돌”이라며 “몇몇 언론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백광 반사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는데, 모두 가짜뉴스다. 전자파 수치는 냉장고보다 낮고, 백광은 흰 벽 건물보다도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2016년 12월 준공했으며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운영하고있다.(사진제공 서울햇빛조합)
서울시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2016년 12월 준공했으며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운영하고있다.(사진제공 서울햇빛조합)

서울 중심으로 시작된 에너지협동조합

국내 최초 에너지협동조합은 ‘서울시민 햇빛발전 협동조합(서울햇빛조합)’으로 2012년 3월 창립했다. 현재 조합원은 410명이다. 서울 노원구 상원초등학교(37.2kW), 관악구 인헌고등학교(75.6kW), 중랑구 중화고등학교(60.48kW)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ㆍ운영 중이다. 또, 2014년부터 ‘서울시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 공식 보급 사업자를 맡아 현재까지 태양광 미니 발전시설 1만4500대를 보급했다.

조합원은 교사ㆍ학생ㆍ학부모와 지역 생활협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지역사회 내 에너지 전환을 효과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설립 목적이다. 조합원 1인당 최소 10만 원(1구좌)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출자할 수 있다. 50만 원 이상 출자한 조합원이 100명에 이른다. 의결권은 출자 금액에 상관없이 1인 1표다. 지난해 기준 출자금은 4억4200만 원이고, 자산 총액은 10억6000만 원이다.

조합원 배당은 전력 판매 대금으로 이뤄진다. 매해 2~3월 조합원 총회에서 배당 시기와 배당률 등을 결정한다. 2017년에 첫 영업이익을 낸 후로 매해 5%씩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수익금은 장학금, 학교 전기료 지원, 에너지 빈곤층 지원 등에 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교육과 실천 공간으로도 햇빛발전소를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각종 모임과 행사를 진행하면서 신ㆍ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우리동네햇빛조합)’ 2012년 12월 창립했다. 이듬해 6월 학생ㆍ교사ㆍ주민 등 조합원 225명이 총 6000만 원을 출자해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 1호기(20kW)를 설치했다. 조합원 배당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에너지 교육, 햇빛발전소 확대 사업 등으로 지역에 재투자되게 설계했다.

2014년에는 한신대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 2호기(50kW)를, 2016년에는 동부여성발전센터 옥상에 햇빛발전소 3호기(30kW)를 각각 설치했다.

우리동네햇빛조합은 지난해 ‘자립 가능한 수준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에너지 전환 시민 교육에 헌신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신규 발전소 건립 부지 확보에 팔을 걷었고, 지난해 말 서울시 공공임대 부지의 하나인 영남공영주차장에 98kW 규모로 햇빛발전소 4호기 입지를 확보했다. 4년 만에 신규 부지 확보에 성공하면서 지속적인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

2013년 6월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햇빛발전소 준공식 모습.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 우리동네햇빛조합)
2013년 6월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햇빛발전소 준공식 모습.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 우리동네햇빛조합)

안산시민햇빛조합, 태양광발전소 24곳 운영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안산시민 햇빛발전 협동조합(안산햇빛조합)’이다. 현재 발전소 24곳에서 연간 3299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1000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합원 1인당 10만 원(1구좌)에서 3000만 원까지 출자할 수 있다. 지난해 배당률은 5%를 기록했다.

안산햇빛조합도 처음엔 자금과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에너지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쉽게 출자하지 않았다. 조합은 최대 수익률 4.5%를 보장하는 ‘시민펀드’를 도입해 출자자를 모았다. 시민펀드는 일반 출자와 다르게 이자와 원금 상환 일을 확정한다.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안산햇빛조합은 2017년엔 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100%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의 사례로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