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민수용성이 답이다 ③

‘경제적 접근 넘어 지역주민과 상생’이 이익공유제 핵심
문 대통령, ‘신안군 이익공유제’ 언급…국내 최초 사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한국의 신ㆍ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낮은 주민수용성은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 참여를 이끄는 이익공유제가 떠오르고 있다.

‘주민참여 인센티브’ 한계 드러나

신ㆍ재생에너지 정책의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4년부터 여러 연구 보고로 “독일ㆍ덴마크ㆍ일본 등 선진국처럼 주민들이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분에 참여해 개발업자ㆍ투자업체ㆍ정부ㆍ발전회사 등이 모두 이득을 가질 수 있게 충분한 인센티브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6월 REC 가중치를 개정했으며, 개정 주기는 3년이다.(시각편집 홍다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6월 REC 가중치를 개정했으며, 개정 주기는 3년이다.(시각편집 홍다현)

 

이에 정부도 2017년 1월부터 신ㆍ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제공하는 ‘주민참여형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했다. REC 가중치는 탄소 감축 목표와 신ㆍ재생에너지 보급, 환경 영향력 등을 고려해 매기는 수치다. 발전 용량에 REC 가중치를 곱한 만큼 발전량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사업자는 실제 발전 용량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주민참여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태양광(1MW 이상)과 풍력(3MW 이상) 발전소의 경우 주민 참여 정도에 따라 REC 가중치 10~20%를 추가로 부여받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주민 참여 시 REC 가중치를 20%로 우대하고, 추가 수익 전액을 주민들에게 환원할 경우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 참여 주민들의 연간 수익률이 각각 최대 12.92%와 9.72%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다 된 2018년까지 주민참여형 발전사업 신청은 1건에 불과했다. 주민수용성을 저해하는 요인 중 환경적ㆍ절차적 요인을 배제한 채 경제적 부분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일정 수준 이상을 투자해야했으나 최소 수준의 투자 규모를 감당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인천시도 신ㆍ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 발전설비 보조금 지원 사업에 그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덕적도 인근 바다에 각각 600MW와 1000MW 규모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과 협의도 큰 관건이다.

신안군 자라도 휴암마을의 한 폐염전 자리에 태양광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발전소 건립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해 이익공유제를 실현했다. 1호기를 올 연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신안군 자라도 휴암마을의 한 폐염전 자리에 태양광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발전소 건립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해 이익공유제를 실현했다. 1호기를 올 연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신안군, 지역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이익공유제 추진

전라남도 신안군은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발전사업에 주민이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게 하는 ‘신안군 신ㆍ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이 정책은 그동안 에너지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을 공급하고 관련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민주주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례에 따르면, 에너지 개발사업 지분의 30% 범위로 지역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발전사업 신청 시 주민 5인 이상이 참여하고, 참여한 주민들이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는 경우 이익의 총 30%를 참여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민과 신안군의 지분 참여는 발전소 설립 법인 등의 주식ㆍ채권ㆍ펀드 매입으로 한다.

신안군 신ㆍ재생에너지 조례는 안좌면 자라도 휴암마을 태양광 발전사업 갈등 해결 과정에서 나왔다. 2017년에 태양광발전소 건립 계획을 인지한 자라도 주민들은 건립을 거세게 반대했다.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그러나 신안군은 이듬해 1월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계획 관련 조례가 개정되면서 태양광발전소 개발행위에 관한 주택 이격거리가 1000m에서 100m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발전사업자와 주민들 사이에서 난감해진 신안군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태양광 발전사업 지분(30%)에 참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신안군은 신ㆍ재생에너지 조례를 만들었다.

자라도 태양광 발전사업 이익공유제 개념도.(자료제공ㆍ신안군)
자라도 태양광 발전사업 이익공유제 개념도.(자료제공ㆍ신안군)

자라도 주민 절반 이상 조합원, 1인당 연간수익 400만 원 기대

지난해 8월 신안군은 자라도 주민 14명을 발기인으로 모집해 신ㆍ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올해 3월 기준 실거주민 210명 중 127명이 조합에 가입했다.

협동조합과 발전사업자는 협약을 맺었다. 그 내용을 보면, 발전사업자는 태양광발전소 용지의 30%를 협동조합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이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태양광발전소 시설 구비에 필요한 자금(179억 원)을 대출받아 채권으로 발전사업에 투자한다. 신안군은 협동조합 운영과 행정절차를 지원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업체 4개가 자라도 107곳에 66.7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총면적은 0.82㎢이다. 이 사업으로 주민들은 연간 수익 총 11억6000만 원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400만 원가량이다. 올 연말 첫 태양광발전소가 22MW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신안군은 이익공유제를 기반으로 신ㆍ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다른 지역보다 사업 면적이 넓고 땅값이 저렴하며 일조량 효율이 월등한 입지 여건도 신ㆍ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에 한몫했다.

신안군은 지도읍에도 태양광 발전사업(202MW 규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전사업자와 50MW 규모의 1단계 사업을 계약했고, 주민들의 채권 계약도 금융권과 체결했다. 1단계 사업비는 1550억 원이다. 내년 1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도읍에 태양광발전소 건립이 완료되면 주민들의 투자수익은 연간 40억 원으로 추정된다. 주민 3754명에게 1인당 평균 108만 원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신안군은 육지와 30km 떨어진 바다의 수심이 10~30m 수준이라는 점에서 해상풍력 입지에 최적이라고 자부한다. 이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2030년까지 총 8.2GW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이 3.2GW, 한국남동발전ㆍSK E&Sㆍ한화ㆍ포스코ㆍGS 등이 5GW 규모로 조성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하는 48.7GW의 16%를 차지한다.

한국남동발전이 신안군 자은도에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한국남동발전이 신안군 자은도에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이익공유제 우여곡절 많았으나 순항 예상

신안군의 신ㆍ재생에너지 정책이 착착 진행되자 세간의 관심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지역주도형 뉴딜을 추진하겠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신안군의 신ㆍ재생에너지 정책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농정 전환 포럼’에서도 신안군 사례를 거론한 바 있다.

이처럼 기대되는 신안군의 신ㆍ재생에너지 정책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익공유제로 발전사업 수익 중 30%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발전사업자가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각에서 돌았다. 수많은 염전이 그대로 남아 소금 공급 과잉으로 소금 값이 하락하고 지역경제가 파탄 날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신ㆍ재생에너지 조례가 감사원 지적을 받아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신안군이 발전시설 개발행위 기준과 관련해 법률의 위임이 없이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해 행정규제기본법을 어겼다”며 “조례를 합리적으로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법률의 위임 없이 위법하게 조례를 개정하고 개발행위 허가 업무 처리를 중지해 발전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며 ‘주의’를 줬다.

신안군은 감사원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해 올해 1월 재심의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통보 조치는 권고 수준일 뿐이라 행정 조치 의무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할 필요는 없었음에도 신안군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3월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신안군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감사원의 애매한 지적 때문에 주민들을 위한 정책에 차질이 생기고 인식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신안군은 신ㆍ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변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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