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민수용성이 답이다 ①

주민수용성 없는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부작용 빈번
협동조합ㆍ이익공유제 등, 에너지 선진국 사례 본받아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기후위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으로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한 기존 에너지 체제를 벗어나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그린뉴딜’이다. 이에 따라 신ㆍ재생에너지로 전환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신ㆍ재생에너지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가 입지하는 지역의 주민수용성은 현저히 낮고, 주민 반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환경적 요인보다 절차적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발전소 건설ㆍ운영 과정이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신ㆍ재생에너지 개발ㆍ보급에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전환 정책은 앞으로도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하다.

해외 선진국, 주민 참여로 신ㆍ재생에너지 보급률 높여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2040년까지 이를 35%로 끌어 올리겠다(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신ㆍ재생에너지 보급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신규 신ㆍ재생 발전 설비용량은 3533MW로 2017년도(2092MW) 대비 68.92% 증가했다. 2018년도 신ㆍ재생 발전량은 5만2718GWh로 2017년도 대비 13.07% 증가했다. 이는 국내 전기 생산량의 8.88%를 차지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별 전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신ㆍ재생에너지 비중은 35.2%에 달했다.

독일은 신ㆍ재생에너지 비중을 2000년 6.3%에서 2020년 37.8%까지 높였다. 2030년까지 65%로 높이고 2038년에는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덴마크의 경우, 이미 2002년에 풍력발전 비중이 15%였으며, 지난해 42%로 끌어올렸다. 올해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스페인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총 발전량의 72%로 높이고, 태양광은 현재보다 7배 수준인 37GW로 늘릴 방침을 세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큰 피해를 본 일본은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ㆍ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2010년에 1.9%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6년에는 4.1%로 높아졌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주민수용성을 앞세워 신ㆍ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한다는 데 있다.

독일은 신ㆍ재생에너지협동조합 수가 1000개에 달할 정도로 주민 참여가 활발하다. 석유ㆍ석탄 사용 없이 100% 에너지 자급을 이뤄낸 다르데스하임 마을은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지분 일부를 지역주민들에게 판매해 사업에 참여하게 했다. 또한 주정부는 주민들에게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였다.

지역주민 8552명이 참여한 협동조합에 의해 운영되는 40MW 규모의 미델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대표적인 주민 참여 모델이다. 주민 보조 정책과 더불어 개발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진 투명한 사업 진행과 지역주민들과 적극적인 의사소통도 성공적인 주민 참여 모델을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인천 동구 주민 주거지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인천 동구 주민 주거지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민수용성 없는 발전사업, 오히려 신ㆍ재생에너지 정책 ‘발목’

신ㆍ재생에너지는 기존 재생에너지(태양광ㆍ태양열ㆍ바이오ㆍ풍력ㆍ수력)와 신에너지(연료전지ㆍ수소) 등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긴 해도 초기 많은 투자비용과 발전소 설치를 위한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기준에서 신에너지는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소에너지에도 관심을 두고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수용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아,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인천 동구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 발전소는 학교와 불과 100m 떨어진 주민 거주지에 지어질 계획이었다. 주민들은 발전소 소음과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해 반발했다. 애초 송도 신도시에 건립을 계획했던 사실도 드러났는데, 이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작용했다.

주민들은 1월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싸웠으며, 결국 11월에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보상하는 차원에서 합의했다. 주민들은 일부 성과를 이뤘지만, 갈등으로 인한 각종 민원과 발전소 건립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컸다.

인천 동구는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경남 함양과 대전 대덕구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충북 옥천에서는 주민들의 요구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대상지를 7월에 변경했다. 그러나 수소탱크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강릉과 경남 안동의 경우는 주민들이 아직도 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민원 현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장애요인.
재생에너지 관련 민원 현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장애요인.

다른 재생에너지에서도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태양광 반대 관련 언론 보도 동향’을 살펴보면, 2010~2016년 연평균 386건이었던 언론 보도는 2017ㆍ2018년 각각 652ㆍ809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풍력 반대’ 보도 역시 2010~2016년 연평균 293건에서 2017ㆍ2018년 각각 505ㆍ422건으로 늘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윤한홍(경남 창원ㆍ마산) 의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재생에너지 관련 민원은 1483건이다. 이중 944건이 생활권ㆍ건강권 침해 민원이다.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와 소음 등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태양광 민원의 경우 2015년 136건에서 2018년 560건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신ㆍ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사업 장애요인으로 주민 민원(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신ㆍ재생에너지 설비 정착이 지방자치단체ㆍ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인천 최초로 주안도서관에 시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사진제공ㆍ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인천 최초로 주안도서관에 시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사진제공ㆍ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한국도 ‘에너지 민주주의’ 위한 움직임 ‘꿈틀’

화석연료에서 신ㆍ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기에 주민수용성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이 점에서 한국은 많이 뒤쳐져있지만,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서울 삼각산고등학교와 상원초등학교의 햇빛발전소는 국내 최초 에너지협동조합 사례다. 조합원 배당 뒤 나머지 수익은 사회로 환원한다. 인천에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다. 미추홀구 주안도서관과 강화군 마니산 친환경영농협동조합 건물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지역주민과 발전 사업의 수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 또한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전남 신안군 휴암마을의 태양광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안군은 2018년에 국내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주민 참여와 이익공유제를 골자로 한다.

제주도는 2012년 ‘카본프리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CFI) 2030’, 즉 탄소 없는 섬 정책을 발표한 이래 다양한 저탄소 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CFI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공 주도 해상풍력 투자자도 모집한다. 가시리 풍력발전소 또한 이익공유제를 실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지난달 8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주민의견 의무적 수렴과 이익공유제 관련 내용도 담겼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도 주민수용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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