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오염 현황 및 공간 전환의 과제’ 환경정책 포럼
부평·원주·동두천 미군기지 4곳 토양정화 비용 1140억 추산
“토양정화 과정 투명히...부지 활용방안 시민과 머리 맞대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국내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 부평을 비롯한 각 지역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열렸다.

녹색연합은 지난 24일 ‘미군기지 환경오염 현황 및 공간 전환의 과제’를 주제로 환경정책 포럼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인천 부평의 캠프마켓과 춘천·의정부·원주·용산의 미군기지 반환과 환경오염 사례를 짚어보고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지난 24일 녹색연합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현황 및 공간 전환의 과제’를 주제로 환경정책 포럼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사진제공 인천녹색연합)
지난 24일 녹색연합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현황 및 공간 전환의 과제’를 주제로 환경정책 포럼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사진제공 인천녹색연합)

국내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총 80개로 이미 반환된 곳은 58개(지난해 12월 부평·원주·동두천 반환 포함)이다. 반환 예정인 곳은 용산 미군기지 포함 22곳이다. 미군기지 이전협정이 이미 체결됐으나 개별 기지별로 반환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기지 내 환경오염 책임문제 때문이다.

통상 해방 이후 최근까지 군사기지로 사용해 유류·중금속과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지난해 12월 반환받은 부평·원주·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은 정부추산 무려 1140억 원이다.

첫 번째 사례발표를 맡은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부평 미군기지의 오염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인천지역 시민사회가 지난 2011년부터 대책위를 구성해 오염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대응해 온 것을 성과로 봤다.

아울러 그는 “정화과정 감시뿐 아니라, 사후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의 경우, 하부가 오염됐다 하더라도 오염확산차단막을 설치한 후 오염에 대해 구체적인 감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 부실 오염정화 의혹...의정부, 조성한 공원 철거 후 난개발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춘천 미군기지(캠프페이지)의 토양오염 정화가 부실로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2007년 반환이 완료된 캠프페이지는 오염 토양 정화작업이 2012년 완료됐다.

오 위원장은 “토양오염 조사 시 오염 개연성이 높은 지점 위주로만 조사해 오염지역이 누락됐다”며 “현재 기름오염물질 발생장소가 당시 비오염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라 부실정화·조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춘천시와 국방부는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오염정화 완료 후 부지를 인수했으며, 그동안 추진한 개발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이미 검증완료 후 소유권을 춘천시로 이관했으며, 춘천시가 객관적이고 타당한 원인을 조사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춘천 시민사회는 범시민 대책위를 꾸려 현수막을 게시하고 시민결의 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국방부·국회에 항의방문을 진행하고, 자체 오염조사를 위한 민·관 전문가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할 방침이다.

의정부의 경우 미군기지는 모두 8개로 총면적 219만㎡ 중 155만㎡가 미개발 구역으로 남아있다. 이 중 5개는 이미 반환돼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대부분 시민사회의 바람과 다르게 도시개발사업으로 묶여있어 난개발이 우려된다. 의정부시의 부족한 예산도 한 이유다.

캠프라과니아의 경우 지난 2018년 507억 원이 투입돼 시민체육공원이 들어섰지만, 의정부시는 6개월만에 공원을 철거하고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외에 캠프카일·예비군훈련장·306보충대 부지 등도 아파트와 상업시설로 계획되고 있다.

이에 박진균 의정부 평화포럼 운영위원은 “미군 공여지가 개발업자가 아닌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반환돼야 한다”며 “시민들과 함께 반환 부지의 용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 시민사회는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뜻대로’ 조례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원주 미군기지(캠프롱·캠프이글)은 부평처럼 지난해 12월 66년 만에 반환받았다. 캠프롱은 지난 2001년과 2008년 기름유출로 주변 논이 심각히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오염평가 보고서 등에서 벤젠·카드뮴·아연 등이 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사회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민자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캠프페이지처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농어촌공사·국방부·환경부 등에만 정화작업을 맡기면 안 된다”며 “오염토양 시료 채취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한 것처럼 투명하게 정화작업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사후 감시 장치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화작업 마무리 후 시민이 스스로 캠프롱의 쓰임새를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녹지를 살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