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사회적기업 탐방③ 엔젤푸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
초창기부터 결식아동 지원
당일 조리 당일 배송 원칙

[인천투데이 최종일 기자] 인천 연수구에 깐깐한 반찬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은 ‘엔젤푸드’. ‘엔젤’은 반찬가게를 가리키는 게 아니고, 가게 구성원을 일컫는 것도 아니다. 반찬을 먹고 자랄 아이들을 지칭한다. 아이들이 천사처럼 자라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연수구 있는 반찬가게 ‘엔젤푸드’. ‘엔젤푸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송명숙 대표가 가게 이름에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담은 이유가 있다. 송 대표는 2014년 개업 전까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셋째 아이를 임신하자 가정과 일 병행이 힘들었다. 소일거리를 찾다가 볼펜ㆍ화장품상자 조립 등을 하는 부업방을 운영했다. 한부모가정과 미혼모들과 자연스레 교류하게 됐다.

그들과 얘기를 나눌수록 아이들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업방 일감도 불안정했다. 일감이 끊기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해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 게 반찬가게다.

송 대표는 아이들의 자립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이왕 시작한 거라면 잘하고 싶었다. 좋은 재료로 반찬을 만들고, 그 반찬으로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아이들이 잘 먹고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직원들과 고객들 자녀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가족이 먹는 반찬’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엔젤푸드’는 당일 조리,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삼아 운영한다.

개업과 동시에 결식아동을 지원했다. 일주일 중 하루,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 20곳에 밑반찬을 보내고 있다. 송 대표는 “엔젤푸드가 문 닫을 때까지 이 사업은 계속한다”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더불어 엔젤푸드는 날마다 깜짝 이벤트를 연다. 타임세일로 ‘1000원 메뉴’를 판매하는 식이다. 단순히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다. 판매해 모은 돈을 장애인그룹홈에 기부한다. 이 기부에 손님들도 동참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송 대표는 손님들과 ‘사장과 손님’을 뛰어넘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곳의 주된 고객은 자녀를 둔 엄마다. 송 대표와 직원들은 반찬 메뉴를 짤 때도 고객 의견을 반영한다. 인터넷 카페로 소통하거나 오프라인 모임을 주기적으로 연다. 고객의 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함이다.

가게 손님들이 기증한 물품.(사진제공ㆍ엔젤푸드)

어느새 손님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손님들은 반찬만 사 가는 게 아니라 기부에 동참한다. 가령 고향 집에서 올라온 식자재를 기증하는 것이다. 고향 집에서 올라온 식자재는 가정에서 모두 소화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엔젤푸드’에 맡기면, ‘착한 반찬’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한다.

송 대표에겐 잊지 못하는 일화가 있다. 2017년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협업해 결식아동들에게 조식을 지원했는데, 2년째 되던 날 중단하고 말았다. 재정이 부족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새벽 4~5시에 출근했어요. 배달하러 가면 그 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수저를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또는 노크하자마자 문이 열렸죠. 오늘 반찬은 뭘까, 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이 잊히질 않네요.”

송 대표는 아침 도시락 지원 사업을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찬가게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엔 부담이 크다. 반찬을 만드는 것 외에도 배달인력 등 추가인력 비용도 들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중 아주 일부만 쓰더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삶의 기본인 의ㆍ식ㆍ주에 복지예산이 쓰였으면 좋겠어요. 그거 아세요? 요새도 배고픈 아이가 참 많아요.”

‘엔젤푸드’는 주로 아이들이 먹는 반찬인 만큼 재료 선정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국내산 재료를 선별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동구 도림동에서 텃밭을 운영해 재료를 얻을 때도 있다. “가게 초창기엔 유기농만 쓰겠다고 다짐했어요.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차선책이지만 신선하고 검증된 제품을 쓰려합니다.”

남동구 도림동에서 텃밭을 운영해 수확한 작물 일부를 식재료로 쓴다.(사진제공ㆍ엔젤푸드)

‘엔젤푸드’는 여러 지역 소농업체와 연계돼있다. 지역별 특산품을 최대한 이용하고자함이며,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재배한 재료를 쓰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소농은 판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엔젤푸드’는 소농의 판로를 개척해주는 동시에 좋은 재료를 공급받는다.

송 대표가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엔젤푸드’의 반찬을 먹는 아이들이 고마움을 전할 때다. 가령 ‘돌쟁이부터 여전히 반찬을 먹고 있다’는 고마움을 담은 편지나 글을 접할 때다. 인터넷 카페에 응원 댓글이 달릴 때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럴수록 제품으로 보답하고자 노력한다. ‘엔젤푸드’는 당일 조리,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육수나 간장도 가급적 직접 우려낸다. 햄 같은 가공식품도 원육 함량이 높은 제품을 택한다.

송 대표는 “인원 감축과 식자재 조율에서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가게를 운영해가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소보로동 : 다진 소고기에 계란ㆍ양파ㆍ쪽파를 볶은 덮밥요리다. 계란을 사용해 식감이 부드럽다. 양파와 쪽파로 느끼함을 잡았다. 용량은 300g인데, 한 끼 반찬으로 적당하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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