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주민 스스로 프로그램 운영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주민 스스로 프로그램 운영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10.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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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인천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성화 방안
3. 서울 노원구 ‘노원골사람들’과 강동구 ‘성내어울터’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선 2013년 5월에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중간지원기관인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센터’도 설립됐다. 인천시뿐 아니라 10개 구ㆍ군 대다수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4곳은 중간지원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인 인천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마을에 정주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주거환경과 역사ㆍ문화 등 마을의 고유성을 살려 공동체를 지속하게 하고 사람 중심의 마을이 되게 돕는다.

마을이 살아야 도시도 활기를 뛴다. <인천투데이>는 마을공동체에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연중기획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로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현황과 국내 다른 지역과 외국 사례를 살펴보고 인천의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노원골사람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을”

노원골사람들이 지난해 개최한 수락산 모험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제공·노원골사람들)
노원골사람들이 지난해 개최한 수락산 모험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제공·노원골사람들)

올해 서울시로부터 서울공동체상 활동부문을 수상한 노원구 ‘노원골사람들’은 1997년 상계5동에 개원한 노원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통통어린이집에서 출발한 마을공동체다.

통통어린이집은 아이들이 현 사회에 만연한 개인화ㆍ분절화를 극복하고 공동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시작했다. 아이들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라게 하고자하는 마음도 컸다.

이 어린이집에 졸업생들이 생기면서는 노원초등학교를 거점으로 친구들과 자연에서 함께 뛰어노는 방과후 학교협동조합 ‘옹달샘친구들’을 설립했다. 그 때가 2008년이다. 그 이후로 마을을 이룬 70여 가구 부모들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단오제’와 ‘노원골 숲속 음악회(10월)’, 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마을 인문학 강좌 등을 열며 활동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고, 그렇게 ‘노원골사람들’은 2011년 11월 창립했다.

노원골은 수락산에 오를 수 있는 상계1동 길목 일대를 말한다. 노원골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지향하며, 즐기며 배우고 나누는 지역공동체 활동으로 나와 이웃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마을 환경 조성에 힘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사회 취약계층과 함께 어울리는 활동을 벌여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추구한다.

노원초교 운영위원회에 참가하고, 단오제와 숲속음악회 등을 열며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 노원골사람들은 마을에서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들과도 연대하며 성장했다.

공동 커뮤니티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한 노원골사람들은 서울시 마을기업 지원 사업으로 2012년 6월에 북카페 ‘마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독서모임ㆍ미술모임ㆍ마을학교 등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하다, 계속되는 적자로 카페 기능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했다. 나중에는 수익을 포기하고 소통 공간으로 남기려했으나, 여러 어려움 속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016년 개최한 노원골 단오제 후 기념촬영.
2016년 개최한 노원골 단오제 후 기념촬영.

지난해 6월에는 노원구가 노원골에 마을 커뮤니티 공간인 ‘수락행복발전소’를 개소했다. 2층은 노원구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로, 1층은 북카페와 주민들 만남 장소로 운영된다. 노원구가 운영비를 내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 노원골사람들도 이곳에서 일부 모임을 운영한다.

노원골사람들은 통통어린이집ㆍ옹달샘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도 여러차례 참여했다.

2016년부터는 ‘아빠와 함께 만드는 숲속 상상놀이터’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수락산 숲속 나무들에 밧줄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 올해 4월에는 노원구 지역사회 혁신사업 ‘둘레길에서 만나는 마을’ 행사에서 놀이마당으로 밧줄놀이터를 진행했다. 이번 달에는 상계1동 주민자치회와 함께 ‘제2회 수락산 모험놀이터-비밀기지 만들기’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11회 노원골 마을음악회도 계획 중이다.

이밖에 회원과 주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을 소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희곡일기ㆍ요가ㆍ풋살ㆍ역사 알기ㆍ독서 모임 등이 월 1회나 주 1회씩 열린다.

노원골사람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숲에 생기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아이들이 땅을 파고 나무에 오르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즐길 수 있는 모험놀이터가 생기기를 바란다. 다행히 노원구도 모험놀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승진 노원골사람들 운영위원은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어른들도 같이 나이를 먹고 친구가 되는, 그런 마을 모습을 꿈꾼다”며 “마을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마음껏 뛰어놀고 서로 소통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내어울터 “주민 스스로 프로그램 운영”

성내어울터 공유부엌에서 매월 마을 청년들을 응원하는 '엄마밥상'을 준비 중인 '향기드림' 회원들 모임.(제공·성내어울터)
성내어울터 공유부엌에서 매월 마을 청년들을 응원하는 '엄마밥상'을 준비 중인 '향기드림' 회원들 모임.(제공·성내어울터)

강동구 성내2동 번화가에 위치한 ‘성내어울터’는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 중인 마을활력소 사업으로 설립된 커뮤니티 공간이다. 마을활력소 사업은 서울시나 자치구 소유의 유휴 공간을 마을 거점 공간으로 조성해 마을공동체 복원과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0월 24일 문을 연 성내어울터는 강동구 지역 첫 마을활력소로, 단층 건물이었던 구립 성내2동 어르신 사랑방(경로당)을 5층 규모로 증축했다. ‘성내어울터’라는 이름은 주민 공모를 거쳐 탄생했는데,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건물 1ㆍ2층은 경로당으로, 지하와 3~5층, 옥상은 마을활력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내어울터를 어떻게 지을지, 어떤 시설을 넣을지는 건축가ㆍ마을활동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은 후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모아 확정했다.

지하층 강당에선 줌바ㆍ청소년댄스, 체육활동, 합창단 연습 등을 진행한다. 3층 공유부엌에선 커피 바리스타 수업, 플리마켓, 마을밥상 등이 열린다. 4층은 사무공간과 강의실인데, 영어나 중국어 공부, 그림그리기, 사진 강좌 등 다양한 모임이 가능하다. 5층은 책 1500여 권을 보유한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자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독서모임과 육아품앗이도 한다.

옥상에는 공유텃밭이 있다. 경로당 노인들이 제안했다. 수확한 작물은 성내어울터를 찾는 주민들과 나누거나 마을밥상 등 같이 밥을 해먹을 때 사용한다. 허브인 애플민트로 모히또 만들기 강좌를 여는 등, 수확물로 하는 강좌도 연다. 최근에 수확한 수세미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성내어울터 5층 공간에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힐링모임 '맘스아카데미' 회원들이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성내어울터 5층 공간에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힐링모임 '맘스아카데미' 회원들이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성내어울터 모든 공간은 주민에게 개방돼있다. 유료 대관과 무료 대관이 있는데, 6명 이하 소모임은 무료 대관이 가능하다. 혼자 사용할 수도 있다. 사전에 이용 목적을 설명하고 방문해 간단한 개인정보를 적으면 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성내어울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 운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소모임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성내어울터 상근자는 공간 제공과 시간 조율 역할만 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프로그램이 없이 시설이 유지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문을 열고 몇 달 만에 주민모임 횟수와 방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8월에만 주민 모임이 163회 열렸고, 1800명이 방문했다.

상근 인건비와 전기세 등 시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강동구가 부담하는 것도 특징이다. 강동구는 어떠한 제약 없이 주민들이 마음껏 소모임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한다.

정선옥 성내어울터 총괄운영 매니저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얘기가 나왔던 것이 활동할 공간이 없다는 거였다”라며 “공간 제공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네트워크도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성내어울터는 주민모임이 만든 프로그램 홍보를 요청하면 웹 홍보물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알려주면 된다”며 “또한 소모임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모 사업이나 강좌를 알려주는 정보 허브 역할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