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매사추세츠공대)는 학교 울타리가 없다”

[인천투데이 백종환 기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0년도 세계 대학 랭킹 1위는 미국 동부 케임브리지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다. 이 대학은 10여 년 전부터 세계대학 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 보스턴 찰스강변을 끼고 있는 MIT는 하버드대학과 불과 3~4km 거리에 이웃해 있다. 걸어서 20~30분 거리다. 양 대학은 전공 필수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학점교류가 이뤄진다. 세계 최고 대학인 MIT와 하버드가 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

MIT는 하버드대 뿐만 아니라 찰스강 건너편에 마주하고 있는 보스턴대학이나 보스턴칼리지 등 인근 대학들과도 공동수업·학생교환 등을 실행하고 있다. 국제적인 과학기술대학의 모델이 되는 이유다.

세계 최고 대학 MIT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울타리가 없다. 특별한 몇몇 공간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한다. 'MIT는 입학시험 커트라인 빼고는 모든 게 낮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MIT 상징 건물인 그레이트 돔. 파란 잔디광장은 매년 축제와도 같은 졸업식이 펼쳐지는 킬리언코트다.

동네 놀이터 MIT 캠퍼스
 
MIT 캠퍼스 중심은 ‘그레이트 돔(Great Dome)’으로도 불리는 맥클로린 빌딩(Maclaurin Buildings)이다. 돔 지붕에는 건립 연도(1916년)를 의미하는 ‘MCMXVI’ 문양이 크게 새겨져 있다. 해외토픽에 등장하는 갖가지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빌딩 앞 잔디광장 킬리언 코트(Killian Court)는 해마다 인근 주민들이 참석한가운데 졸업식이 열리고, 건물 내부는 관광객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상시 개방된다. 여기서는 MIT 캠퍼스투어도 상시 이뤄진다. 방문자 안내코너에서 투어를 신청하면 평일 하루 2회 입학 설명과 관광객 가이드 투어가 번갈아 진행된다. 12인 이상 단체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지만 개인은 당일 신청하고 바로 참여할 수 있다.

MIT의 새로운 볼거리 스타타 센터. 기형적인 건물이 MIT의 창의성을 대변해 준다. 건물 내부는 직선이 거의 없는 특이한 구조로, 방문객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MIT의 가장 큰 볼거리는 스타타 센터(The Stata Center)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복잡한 구조로 연결된 건물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은 1996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갖가지 건물을 한데 뭉쳐 놓은 듯 불규칙한 외관과 알루미늄, 철조망 등 공업용 재료를 사용해 찌그러지거나 뭉개진 듯한 모습이 매우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강의실이 따로 있지만 건물 계단이나 휴게실 등에서 교수와 학생이 1대1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이 쉽게 눈에 띈다. 방문자를 포함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건물 복도에 간단한 뷔페음식을 차려 놓은 게 인상적이다. 벽면에는 강좌 안내문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붙여놓은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MIT의 낮은 문턱을 실감 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MIT, 지역 이슈 참여 통해 분쟁 조정

MIT 교수들은 지역 이슈 참여에 적극적이다. 지역에 분쟁이나 논쟁거리가 생기면 토의 등을 거쳐 해결 방안을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얼마전 캠브리지 YMCA나 로터리클럽 등 일부 단체가 내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교수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캠브리지 사이언스 페스티벌에는 해마다 MIT가 직접 기부금을 출연해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행사비도 지원한다. 동네에서 이슈가 등장 할 때마다 해당 분야 교수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일상화 돼 있다.

MIT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은 동네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해 어울린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노숙자(홈리스)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자선 캠페인도 벌이고, 동네 노인복지센터도 자주 찾는다.

MIT 강의실 벽면에는 각종 공연안내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학교 도서관출입증이 있는 시민들은 거의 모든 문화예술공연에 무료 초대된다. 딱딱한 이미지의 공과대학이 많은 예술활동을 펼쳐지는게 뜻밖이다.

MIT는 주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간단한 심사를 거쳐 학교도서관 이용카드를 발급해 준다. 매년 7~8월에는 도서관카드 발급자들을 학교박물관 정기 전시회에 초대하고, 체험학습도 연다. 이웃 주민들의 이벤트 행사를 위해 공연장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하버드대와 마찬가지로 MIT생들이 나서서 학교 주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도 펼친다. 엔지니어링 수업과 학생 독서능력 토론회, 체험실습 등이 주 내용이다.

MIT는 공과대학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 반대 분위기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개방한다. 학교를 둘러싼 담장도 없다.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캠퍼스를 수시로 드나 들 수 있다. 보스턴 시민들은 캠퍼스가 놀이터이자 이웃인 셈이다. 붉은색 벽돌로 둘러 쌓인 하버드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이웃과 호흡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권위적인’ 문턱을 없앤 것이다.

MIT 박물관으로 쓰이는 로저스빌딩. 매일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시 개방한다. 때문에 이곳은 학생들과 방문객들로 항시 붐빈다. 캠퍼스 안내센터도 이 건물 1층에 있다.

MIT는 최근 세계가 지향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연구에 올인하고 있다. 총 1조원을 투입해 개교 158년 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AI대학’ 설립에 돌입했다. AI를 이공계는 물론이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사용해야 할 ‘미래의 언어’로 규정하고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9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졸업생들의 경제 창출 규모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8위인 브라질과 비슷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대학이 스스럼없이 울타리를 없애고 지역과 손을 잡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게 진정한 MIT의 가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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