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경쟁력은 지역 대학과 상생(相生)에서 나온다”

[인천투데이 백종환 기자] 지난 7월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23차 이사회가 열렸다. GCF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중요한 회의다. 그런데 회의기간 중 인천지역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경호, 보안, 의료, 홍보 등 4개 분야에 걸쳐 회의 진행을 도왔다. 인천글로벌캠퍼스와 인천대, 인하대 학생 22명이 그들이다. 학생들은 성실하게 자원봉사에 임해 GCF사무국의 호응을 얻은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을 더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하대생들이 인천시와 함께 중구 개항장 일대 관광활성화를 위한 ‘외국어 안내·메뉴판 번역·제작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학생들은 자원봉사에 앞서 개항장 누리길 도보 탐방을 통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부터 가졌다. 이처럼 최근 인천지역 대학들의 지역 상생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다.

인천시는 올 한 해 동안 지역대학들과 ‘멘토링 사업’을 추진한다. 수년 전부터 진행하던 사업이지만 2~3년 전부터 구체화 됐다. 올해에는 지역 257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멘토 2150명과 멘티 3850명이 각각 참여한다. 중·동·미추홀구는 인하대, 연수·남동·부평구는 연세·인천대, 계양·서구는 경인교대가 거점대학으로 활동한다. 내용은 학습지도와 외국어교육, 진로탐색, 예체능활동, 돌봄교실 등이다.

아쉬운 점은 지역 상생 프로그램이 너무 봉사활동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의 이슈나 문제를 공유하는 선진국형 상생프로그램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대학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역과 상생해야 할까?

MIT는 아예 울타리가 없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 누구나 자유롭게 캠퍼스를 드나들 수 있다. 로저스빌딩 앞 잔디광장은 사계절 내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지역 상생을 위해서는 대학 문턱부터 낮춰라

첫째, 대학의 문을 낮출 필요가 있다.

대학이 존재하려면 지역사회에 일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에서 대학 도서관을 지역과 공유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보스턴에 있는 메사추세츠공대(MIT)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서관 열람권을 나눠준다. 학생들과 똑 같이 도서관을 이용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전시회도 동참한다. 독서실 위주의 기능만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근엄한’ 대학도서관들과는 근본적인 개념부터 다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시민들이 평생 학습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저자와의 대화나 취업정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도서관이 생활 공간이자 학습의 장이다.

그런 면에서 얼마전 개관한 고려대의 ‘이상(理想)한 도서관’은 평가 받을 만 하다. 고려대는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크리에이터 라이브러리를 개관했다. 이 곳에는 13개의 열린 공간을 만들어 누구나 조건 없이 이용 할 수 있다. 열린 대학 도서관의 출발점이라 의미가 있다.

둘째, 인천의 대학들끼리 보다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미국 캠브리지에 이웃해 있는 하버드대와 MIT는 전공 필수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은 학점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 인근의 보스턴칼리지나 보스턴대학, 버클리음악대학들과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학교-지역 간 담장이 허물어지고, 시너지효과가 지역에 고스란히 녹아드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하버드대 설립자 동상에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하버드대는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마을 문제 해결이나 주민 취업 활동을 돕는 등 지역 상생에 적극적이다.

지역발전에는 교수들의 동참이 필수다

셋째, 대학 교수들이 지역 발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하버드대학 인근의 슬럼가 알스톤(Allston) 마을의 변신은 하버드대 교수들의 참여로 가능했다. 변변한 놀이터 하나 없던 마을에 ‘스미스필드(Smith Field)’라는 캠브리지의 대표적인 운동장이 생겨난 데는 대학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교수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모금운동도 함께 펼쳤다. 하버드대학이 지역과 연계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MIT 교수들의 지역 이슈 참여는 오랜 전통이다. 지역에 분쟁거리가 생기면 직접 나서서 해결 방안을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캠브리지 사이언스 페스티벌에는 해마다 직접 기부금을 출연해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행사비도 지원한다. 수시로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자선 캠페인도 벌이고, 동네 노인복지센터도 자주 찾는다.

넷째,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끊임없이 교류해야 한다.

인천시가 지역 대학생들과 펼치는 초·중·고생 멘토링사업은 맞춤식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학습 동기부여, 인성교육 등에서 긍정적이다. 또 진학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 자신감도 심어준다. 참여 대학생들도 사회봉사와 지역 사회에 기여했다는 자긍심이 생겨났다는 평이다. 하지만 사업 예산(1억5000만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내용도 교육봉사활동에 그치고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보스턴지역에 음악 재능기부활동을 가장 활발히 해 오던 버클리음대. 최근에는 '글로벌화'에 눈을 돌려 전세계 유학생들의 나라를 직접 찾아가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나라들과 유대관계를 통해 학교 가치를 높인 뒤 다시 지역에 환원한다는 전략 차원에서다.

대학의 글로벌화 전략은 결국 지역으로 환원된다

다섯째, 대학들도 실질적인 글로벌화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인천의 대학들은 많은 외국 유학생들이 있다. 특히 송도의 글로벌캠퍼스는 외국 학생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이들과 연계성은 아직 낮은 편이다.

미국 버클리음대는 지역 단체들과 협력해 재능기부를 통한 뮤직페스티벌과 공연 장소 제공 등에 앞장서 왔다. 다른 대학들에 비해 연혁이 짧아 지역과 상생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그런 대학이 최근에는 지역을 넘어서서 메사추세츠 정부와 학교, 기업들이 공동 참여하는 ‘글로벌 파트너’ 조합을 만들었다.

이 대학 팀 리(Tim Lee) 교수는 “조합과 연계한 협업·파트너쉽을 형성해 로스엔젤레스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와 공연 재능기부, 음악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눈을 돌릴 계획”이라고 했다.

버클리음대의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은 전체 학생의 40%가 105개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다는데서 착안했다. 이들이 속한 나라에 다양한 음악 재능기부 활동을 펼쳐 자연스럽게 대학의 가치를 높인 다음, 이를 다시 지역에 양질의 봉사활동으로 돌려준다는 게 버클리음대의 생각이다.

 보스턴에서 발행하는 ‘퍼스펙티브’ 잡지는 얼마 전 ‘대학이 국가의 자본이다’라는 칼럼을 게재해 지역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서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미첼과 조셉 킹은 “보스턴의 교육열기가 줄어든다면 지금 누리는 경제적 풍요를 상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하버드대와 MIT의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지역과 상생해야 보스턴의 경쟁력이 생겨난다고 봤다.

결국 도시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과 상생이 필수라는 평범한 교훈은 미국의 ‘작지만 강한 도시’ 보스턴에서 찾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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