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비상경영체제 운영하며 조원태 체제 구축 전망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조양호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한진그룹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을 결정하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사장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면 한진칼을 지배하는 게 핵심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로 29.96%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우호 지분은 정석인하학원 2.73%, 정석물류학술재단 0.42%이다.

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1%에 불과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칼과 우호 지분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대한항공을 지배했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고 조양호 회장 17.8%, 조양호의 자녀 등 친족 7.71%,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다. 조 사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8%를 계승하는 게 관건이다.

고인의 유언장이 있으면 유언에 따라 상속하게 되고, 유언이 없다면 법정 상속 지분율에 따라 친족에게 상속될 예정이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약 1조7700억 원 규모로, 고 조 회장의 지분율을 적용하면 약 3150억원 규모다. 상속세(세율 50%)만 1570억 원 대에 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조인트 벤처 조인식에서 조양회(오른쪽 두번째) 회장과 조원태(맨 오른쪽) 사장.

지난달 대한항공 주주총회 때 고 조양호 회장은 약 2% 부족해 연임에 실패했다. 그 뒤 이튿날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 땐 조양호 회장의 측근 석태수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통과시키며 지주회사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다.

한진 총수 일가는 석태수 사장 사내이사 연임과 더불어 고 조양호 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 3명 모두 선임하며, 올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본 경기는 조원태 사장의 연임이 걸려 있는 내년 주주총회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표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29일 주주총회 때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가 된 사모펀드 KCGI(10.71%)는 석태수 사장 연임을 반대했다.

KCGI는 석태수 사장이 2016년 한진칼 사내이사 재직 당시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상표권 700억 원을 인수한 게 한진칼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다며, 연임에 반대했다.

올해 주총 표결에선 한진이 찬성 65%, 반대 34%로 이기긴 했지만 내년에도 표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진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특히, 내년 주총은 조원태 사장 연임이 걸린 중요한 총회다. 고 조양호 회장도 연임이 걸렸으나 작고했다.

때문에 조원태 사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계승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에 필수다.

고 조양호 회장이 2% 부족해 대한한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만큼, 조원태 사장이 3세 경영 전환에 안착하려면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석인하학원(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등)은 대한항공 지분 2.73%, 한진칼 2.14%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 내 핵심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장이 고 조양호 회장인데 작고한 만큼 이사장 자리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일가 중에선 조원태 사장만이 이사로 등재돼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조원태 사장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 사장은 교육부의 인하대 입학 취소처분이라는 위기를 안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가 조원태 사장의 인하대 입학이 부정하다며 입학과 학사학위를 취소를 결정하자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원태 사장이 소송에서 패소한다고 해서 정석인하학원 이사 자격 유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패소할 경우 불명예로 리더십은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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