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법인 분리 중단하고 회사 정상화 교섭에 나서야”

한국지엠노조는 지난 21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에서 법인분리 반대 집회를 진행한 후 부평역까지 행진해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지엠 법인 분리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산업은행(산은)의 ‘한국지엠 법인 분리 주주총회 효력 정지’ 청구를 인용해 지난 28일 법인 분리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배기열)는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은이 10월 26일 한국지엠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 분리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서울고법은 “산은이 한국지엠을 위해 담보로 10억원을 공탁하거나 해당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 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달 19일자 임시주총에서 한 분할계획서 승인 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올해 5월 산은과 정상화 합의 이후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법인 분리를 발표했다. 투자 목적으로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과 디자인 분야를 분리해 별도 법인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는 반발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굳이 법인을 분리할 필요가 없는데, 투자를 빌미로 분리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반발한 이유는 지금처럼 단일법인 상태에선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지만, 3300명 이전이 예상되는 신설 법인의 경우 이 같은 단체협약이 없어 고용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신설 법인으로 고용승계는 이뤄지지만 고용 보장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가 신설 법인으로 이전하게 될 노동자(약 90% 사무직)의 고용보장 확약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지만, 한국지엠은 거부하고 있다.

산은도 법인 분리에 반대하며 인천지법에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한국지엠은 지난 9월 19일 주총을 강행했다.

노조가 한국지엠 사장실을 봉쇄하고 주총 개최 저지에 나섰지만, 카허 카젬 사장은 봉쇄된 사장실에서 혼자 주총 개회와 안건 설명, 의결을 마무리했다.

이에 산은은 이 주총은 무효라며 서울고법에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항고장을 냈다. 산은은 카허 카젬 사장 홀로 진행한 주총이 정상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산은이 2대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부평공장에 도착했음에도 한국지엠은 산은의 주총 참석을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은은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가 정관상 주총 특별결의사항(주주 85% 이상 찬성 사항)에 해당한다며 주총 무효를 주장했다.

산은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번 분할은 주주 85%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며 “보통주 85%에 해당하는 찬성(=지분 17%를 지닌 산은의 동의)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이번 결의는 정관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인 분리 의결이) 회사의 실질적 지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이 법인 분리 주총의 효력을 정지함에 따라 한국지엠 법인 분리는 새 국면을 맞았다. 서울고법 결정을 환영한 노조는 한국지엠에 법인 분리를 중단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사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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