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로 본안소송 유리… 본안소송 나올 때까지 분리절차 중단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일부 모습.<사진제공ㆍ부평구>

법원, “법인분리는 특별결의사항”… 산은 동의해야 가능

서울고등법원이 산업은행이 제기한 ‘법인분리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한국지엠의 법인분리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분리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산은이 한국지엠을 위해 담보로 10억원을 공탁하거나 해당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 9월 카허카젬 사장 혼자서 법인분리를 의결한 주주총회의 효력을 정지했다.

법원은 법인분리가 특별결의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5월 정상화 합의 때 산업은행과 한국지엠은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보통주 주주 85% 이상의 찬성 규정을 뒀다. 산은이 17%를 지니고 있어 산은의 동의가 없으면 무효인 셈이다.

재판부는 “한국지엠 분할은 보통주 총수 85%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결의사항”이라며 “보통주 85%에 해당하는 찬성을 얻지 못한 주총 결의는 정관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산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한국지엠 법인분리 절차는 일단 중단됐다. 법인 분리를 반대하는 산은과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당분간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노조는 지엠의 관례를 볼 때 법인분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항고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법인분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그래도 이번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결정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거나, 재항고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지엠이 밀어붙이던 법인 분리 절차는 중단된다.

다만, 법인분리가 특별결의대상 포함 여부라는 쟁점이 명확한 가운데 고법이 가처분을 결정한 것이라 대법에서 번복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사실상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서울고법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산은은 본안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앞서 산은은 지난 27일 인천지법에 법인분리를 결정한 주총이 무효라는 판결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법인분리 중단하고 특별교섭에 응하라”

한국지엠노조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에서 집회를 진행한 후 부평역까지 행진해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가했다.

노조는 법인분리로 한국지엠이 연구개발 없이 지엠의 오더만 받는 생산기지로 전락하면, 지엠이 물량 배정을 근거로 정리해고 등의 노동 유연성이 심화될 것이라며 법인 분리를 반대했다. 노조는 또 신설법인의 경우 고용승계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정리해고 가능성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드러났다. 국정감사를 통해 지난 5월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지엠 간 협의 때 지엠이 2000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뜻을 산업은행 측에 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노조는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 분야를 떼어내 새로 법인을 만드는 게 투자 목적이 아니라, 지엠이 구상한 구조조정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보고 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굳이 법인을 분리할 필요가 없는데, 투자를 빌미로 분리를 강행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노조가 이같이 분석하는 이유는 현재 단일법인인 한국지엠에선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지만, 3300명 이전이 예상되는 신설법인의 경우 이 같은 단체협약이 없어 고용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조가 신설법인으로 이전하게 될 노동자(약 90% 사무직)의 고용보장 확약을 위한 교섭을 사측에 제안했지만, 한국지엠은 거부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법원 판결로 무효라는 게 입증됐다. 한국지엠은 법인분리 중단하고 즉각 특별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측의 법인분리 추진에는 더욱 강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특별교섭 요구 ‘단일법인 유지, 신차배정, 비정규직 직접고용’

노조가 요구한 특별교섭은 ‘한국지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사협약’ 체결이다. 노조는 우선 연구개발과 생산, 판매, 정비, 부품부문 등 현재의 단일한 법인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연구개발 부문 요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요구 ▲연구개발 차량의 우선생산권한 확보 ▲연구개발 차량의 지적소유권 확약 등이고, 생산부문에선 ▲각 공장별 신차 투입시점부터 매 3년마다 1개 이상 신차종 배치 ▲부평2공장에 2022년 중대형 SUV 신차 투입 요구 ▲9단 변속기 국내생산 요구 ▲각 공장별 생산차량 엔진 국내생산 등이다.

판매부문에선 ▲쉐보레 유럽법인 재개 및 수출시장 다변화 ▲내수시장 확대방안 마련 ▲완성차 수입판매 금지 ▲국내 영업소 폐쇄 금지 등이며, 정비영역에선 ▲직영정비사업소 9개소 및 부품센터 3개소, 긴급출동서비스센터 1개소 유지와 발전방안 마련 등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다. 노조는 법원과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을 명령한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전원에 대해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무급휴직기간(2018.12. ~ 배치전환시 까지)에 생계비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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