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한국지엠 사태, 퇴직(실직)자 사회적 지원 방안 2.
고용위기지역 군산의 실태와 실직자 지원 현황

전북 군산지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 주력 업종인 조선업에 이어 자동차제조업 고용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됐고, 올해 5월 31일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됐다.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군산지역 실업급여 신청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488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3927명보다 954명(24.3%)이 증가했고, 2016년 3329명보다 1552명(46.6%) 늘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은 2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09억원보다 34억원(16.2%) 늘어났다.

이는 연초부터 시작한 자동차업종 고용 조정을 비롯해 지난달 한국지엠 군산공장 희망퇴직자 1100여명의 퇴직에 따른 실업급여 신청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지엠 공장 폐쇄

조선업의 위기는 군산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경기 변동과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정해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2015년 12월 15일 도입했는데, 조선업을 처음으로 지정한 것이다.

지정 이후 조선업 밀집지역인 울산ㆍ거제ㆍ창원ㆍ목포(영암)에 조선업희망센터를 설치해 퇴직(실직)자 지원서비스와 고용유지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는 군산엔 조선업희망센터가 설치되진 않았다. 울산ㆍ거제ㆍ창원ㆍ목포에 비해 조선업 노동자가 많지 않고,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진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2월 1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한국지엠 군산공장(부지 39만평)은 1996년 대우자동차 군산공장으로 출발해 2002년 지엠대우, 2011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폐쇄 결정 이전까지 생산직 1587명, 사무직 262명과 도급(사내 하청) 195명 등 2000여명이 근무하며 올 뉴 크루즈, 올란도, 유로5디젤엔진 등을 생산했다.

협력업체 148개에서 1만 1000여명(1차 약 6000명, 2차 5000여명)이 일했다. 협력업체 약 100개는 군산에, 나머지 약 50개는 김제, 익산, 완주, 전주, 정읍 등에 산재해있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군산지역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의 변화를 보면, 2011년과 2016년 5년 사이 점차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생산은 30.4%에서 7%, 수출은 52.5%에서 20.1%, 고용(산업단지 내)은 22.8%에서 9.3%로 줄었다. 그 끝은 공장 폐쇄였다.

가속되는 황폐화 우려, 고용위기지역 지정

지난 5월 31일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닫혀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을 보면, 2016년 기준 군산시 지역내총생산(GRDP)의 23.4%, 수출액의 43%를 점유했다. 그 이전의 점유율은 훨씬 더 높았다. 특히, 2014년 이전까지 수출액 기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점유율은 2014년 29.3%, 2013년 45.8%, 2012년 50.0%로 매우 높았다.

이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지엠 공장 폐쇄가 군산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됐기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4월 5일 군산시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은 지난해 6월 22일 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17조에 근거를 두고 있고, 군산이 첫 번째 지정이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고용정책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면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실태조사를 벌인 뒤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에서 결정한다.

지자체 신청 전 1년간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전국 평균 대비), 피보험자 수 감소율, 구직(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증가율 등을 이전 1년간 수치와 비교해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본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이 전국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낮고,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전년보다 20% 이상 늘면 지정할 수 있다. 또, 고용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직전 1년간 평균 피보험자 수가 3년 전보다 7%이상 감소한 경우 지정할 수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겪은 경기도 평택, 2014년 조선사 폐업으로 대량 실직이 벌어진 경남 통영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는 지역 일자리 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서비스를 강화한다. 실업급여(최장 240일) 종료 뒤에도 재취업을 못했을 경우 최대 2년간 훈련연장급여를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도 우선 배정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란 생산량과 매출액이 줄거나 재고량이 늘어 고용 조정이 불가피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유급 휴업ㆍ휴직 시 실제 지급수당(평균임금의 70%) 중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보조하는 몫을 66.7%에서 90%로, 하루 지원 한도액을 6만원에서 7만원으로 확대한다. 지방세 등 각종 세금 납부기한 연장, 고용보험 등 징수금 체납처분 유예와 같은 세제 지원도 한다.

군산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 설치·운영 “갑작스런 고용 악화 대처 쉽지 않아”

지난 7월 3일 오후 군산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 내부 모습. 방문자가 거의 없어 썰렁하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으로 군산시와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국비를 지원 받아 군산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지원되는 국비는 총23억 4000만원으로 올해 말까지 17억 9000만원, 내년 1월 1일부터 4월 4일까지 5억 5000만원을 나눠 집행한다.

군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 2층에 있는 지원센터에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 퇴직자는 물론, 그 가족과 구직을 원하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심리 상담, 전직 상담ㆍ교육, 직업훈련, 창업 컨설팅과 함께 기업 지원서비스를 수행한다.

지원센터 인력은 34명이다. 군산시 일자리과장이 센터장을 겸하고 있고, 시에서 6급과 7급 공무원 각 1명이 파견됐다. 사업 수행기관은 캠틱종합기술원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유관기관별 역할이 정해져있는데, 초기상담과 안내는 캠틱종합기술원, 중장년 취업 지원은 노사발전재단, 정부 지원 상담은 군산시, 심리안정 프로그램 운영은 보건소와 한국EAP협회, 기업 지원과 중소기업 컨설팅은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각각 맡는다. 여기다 교육청이 자녀교육비 지원을, LH가 주거 지원 안내, JVADA가 창업 컨설팅, 군장대학교가 직업훈련 안내, 미소금융재단이 자활자금 안내를 맡는다.

<인천투데이>이 지난 7월 3일 찾은 지원센터에 방문자는 거의 없었다.

군산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 심리상담실 모습.

박이석 센터장은 “그동안 지원센터를 방문한 한국지엠 군산공장 퇴직자는 100여명 정도다. 실업급여를 신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실업급여 수급이 거의 끝나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많이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심리 안정이다. 원하지 않은 갑작스런 퇴직으로 상실감이 크고 불안할 것이다. 밖에 나가기 싫고, 사람 만나기 싫고, 그러다보니 집 안에선 갈등이 생긴다. 가정 파탄으로도 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군산시는 고용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7월 한 달간 ‘찾아가는 홍보지원단’을 운영한다.

수송동 등 관내 행정복지센터에서 이동식 홍보 창구를 운영하고, 각종 행사장이나 기관, 산업단지 내 기업 등을 방문해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 센터장은 “원룸 분양가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정년퇴직을 대비해 원룸에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 산업단지 인근 지역 음식점 매출액이 60~70% 줄었고, 20~30%는 폐업했다. 거기서도 실직자가 발생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률이 20~30%밖에 안 되는 등,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갑작스런 고용 악화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주력 업종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경기 변동과 산업구조 변화를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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